"라덕연 CFD 악몽 겪고도"...에코프로 빚투 부추기는 증권사들
에코프로 3형제 시총 73조, 8개 라덕연 종목의 6배
변동성 커질 경우 증권사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 우려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2000년 닷컴 버블을 연상케하는 2차전지 광풍이 불면서 과도한 쏠림이 발생한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해 일부 증권사들이 신용대출을 계속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르게 오른 2차전지 종목들이 급락할 경우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것은 물론,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발 하한가 사태처럼 증권사들 대규모 미수채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7383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0조원을 돌파 한 뒤 라덕연 사태로 한동안 감소세였던 신용거래 잔고는 최근 2차전지 관련주들이 급등하면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서 미수금은 773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연초(1930억원) 대비로는 300% 늘어났다. 미수금은 2거래일 후 갚아야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는 초단기 대출을 말한다. 이를 활용해 '초단타' 매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에코프로에 개미 투자자들의 매수가 쏠리고 있는 현상에는 증권사들의 신용대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중 에코프로 3종목에 대해 신용대출을 제공하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7개에 달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3곳 만이 에코프로 3종목 모두에 대한 신용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에코프로 3개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00배에 달하는 과열된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급등락에 신용투자 고객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이자수익을 통해 수익을 추구할 수는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현재 증권사들은 에코프로 3개사에 대해 리포트 발간을 포기할 만큼 주가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으면서도 해당종목에 신용을 제공하며 이자장사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증시의 주요 주체로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4일을 기준으로 라덕연 사태 당시 8개 종목 CFD 인해 발생한 증권사 미수채권은 25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하나증권의 경우 CFD 관련 충당금 500억원 가량을 반영하며 적자전환했고, NH투자증권의 경우 CFD 관련 100억원 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은 상황이다. CFD 잔고가 많았던 키움증권 등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현재 에코프로 3개사의 시가총액이 73조원(지난 1일 기준)으로 라덕연 사태 당시 8개 종목의 시총 12조원에 비해 약 6배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종목들의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라덕연 사태 이상의 시장 혼란과 투자자들과 증권사의 손실이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달 25일 에코프로는 장중 19%이상 상승하다 -12%까지 급락하는 등 하루에도 30% 이상 널뛰는 롤러코스터 시세를 나타냈다. 신용대출을 통해 단기에 급등한 주가인 만큼 그만큼 변동성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라덕연 사태 8종목에 집중투자하던 주요 투자자들이 라덕연 등에 투자를 일임했던 소수에 한정돼 있지만, 최근 에코프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수는 훨씬 더 많아 급등락에 따른 리스크 범위도 그만큼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있어 신용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빚을 내서 투자하는 방식은 갑작스럽게 반대매매가 이뤄질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가격이 급락할 경우 위험성이 더 높은 투자방식이다.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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