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부터 이경규까지, 예능거물 4인방 유튜브로 향하는 이유는?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3. 8. 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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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이경규(위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 사진=스타뉴스DB

지난달 20일 '예능대부'로 불리는 개그맨 이경규가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르크크'라 불리는 이경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된 콘텐츠는 '예능대부 갓경규'. 이후 일주일이 지난 27일 이 채널에 개그맨 이윤석을 비롯해 윤형빈 등 이른바 '이경규 사단'으로 불리는 이들이 출연하면서 본격 콘텐츠의 닻을 올렸다.

이경규의 유튜브 도전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2016년 MBC '무한도전'에서 방송한 '예능총회'에서 누워서 하는 방송 '눕방'이나 패널도전 등을 선언했던 그는 실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 약속을 지켰고, 이윽고 지난 4월 김태호PD의 제작사 '테오(TEO)'에서 공개된 '유튜브 총회'를 통해 유튜브 도전을 선언했다. 좀 늦긴 했지만 3개월 정도 만에 약속이 지켜졌고, 또 한 명의 레전드 예능인이 '콘텐츠의 정글'인 유튜브 예능에 나서게 됐다.

이경규의 유튜브 예능 도전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미 40년이 넘은 짬밥의 그가 유튜브에도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도전이 무색하지 않게 이미 다양한 예능의 거목 등이 이미 유튜브 생태계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정교하게 가공된 방송에서의 모습보다 더 자연스러운 매력을 드러내면서 예능인을 보는 시선을 더 다채롭게 하고 있다.

사진=유재석 '핑계고' 방송 영상 캡처

최근 가장 뜨거운 채널은 유재석이 출연 중인 '핑계고'다. 유재석의 소속사 안테나에서 제작하는 웹예능 '핑계고'는 말 그대로 'OOO은 핑계고'의 줄임말로, 원래 수다를 떨고 싶은 유재석이 친한 지인들을 모아다 놓고 하릴없이 벌이는 수다 한 판이 주된 콘텐츠다. 안테나에서 설명하고 있는 '유선배 복지 콘텐츠'라는 소개 글답게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유재석이 가장 좋아하는 '원초적인 수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유재석이라는 이름값에 '핑계고' 특유의 날 것 그대로의 토크가 구색을 갖춰가면서, 40분이 평균이 상대적으로 긴 토크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300~400만의 조회수를 올리는 인기 콘텐츠가 됐다.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무빙'의 주역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등이 출연하는 작품 홍보의 창구 역할도 수행하기 시작했다.

사진='강호동네방네' 방송 영상 캡처

유재석에게 '핑계고'가 있다면, 강호동에게는 '강호동네방네'가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강호동의 소속사 SM C&C가 제작한 웹 예능인 '강호동네방네'는 현장진행에 가장 강점이 있는 강호동의 성향을 가장 잘 살려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강호동이 '라끼남' 등의 콘텐츠에서 잘 보여주곤 했던 먹방도 뒤섞었다. 한 마디로 '강호동이 동네방네 나다니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TV로도 꽤 많은 프로그램에 나서고 있는 강호동은 전국을 다녀야 하는 '강호동네방네' 역시 틈틈이 촬영하며 열정을 보이고 있다.

김구라에게는 '구라철'이 있다. 이경규나 유재석, 강호동의 콘텐츠에 비해서는 훨씬 빠른 편이다. 2020년부터 시작됐는데 KBS와 함께 한 웹예능이다. 김구라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고프로를 들고 구독자들의 궁금한 점들을 해결해준다는 의미로 '김구라'와 '지하철'을 합쳤다. 처음에는 현장감을 살리는 '찾아가는 예능' 스타일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코로나19 시국을 지나면서 토크쇼나 '절친노트' 그리고 정치관련 토크도 겸하는 '호사가 노트'라는 콘셉트로 방향을 틀었다.

사진=김구라의 '구라철' 방송 영상 캡처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유튜브를 통한 '1인 콘텐츠'라는 것이 단순히 출연뿐 아니라 기획에서부터 제작, 출연 그 이후에 편집과 배포까지 모든 과정을 한 명의 힘으로 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엄밀히 말해 이들이 출연하는 콘텐츠들은 '1인 콘텐츠'라고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들은 모두 소속사 또는 거대 방송사와 손을 잡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바쁜 TV 스케줄을 제쳐놓고 이러한 웹 예능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시청 층이 얇아지는 TV에서는 비교적 충성도가 높은 드라마를 제외하고 예능 콘텐츠의 시청률 낙폭이 훨씬 컸다. 드라마의 경우 10%의 시청률을 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예능에서는 5%가 넘어야 중박은 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나돌고 있다.

게다가 지상파 TV 예능에서 뛰쳐나온 인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플랫폼으로 나왔다는 OTT의 예능 수용률은 낮다. 그나마 넷플릭스 만이 리얼리티쇼를 기반으로 시즌에 맞춰 예능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을 뿐, 디즈니플러스는 '더 존:버텨야 산다' 시리즈, 쿠팡플레이는 'SNL 코리아' 시리즈 등으로 거의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 거대 콘텐츠 기업들 그리고 그들과 손을 잡으려 하는 예능의 거목들은 자연스럽게 유튜브 예능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들의 정제된 스타일과 진행, 캐릭터는 이미 수십 년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해져 왔다. 그래서 이들은 유튜브 예능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사진=이경규의 '갓경규' 방송 영상 캡처

유재석은 '핑계고' 녹화에서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거친(?) 언행을 가끔 보여주기도 하고, 강호동은 인파가 없는 관광지에서 홀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김구라 역시 정치와 시사, 음악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범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부분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가 지금의 TV에 끼친 순기능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기존의 이름값을 갖고 덤빌 수 없는 새로운 가치의 기준을 제공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석이든 강호동이든 김구라든, 유튜브에 도전한다면 이들 역시도 초짜 크리에이터일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을 산 예능의 거목들도 신인의 마음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곳. 우리는 지금 '유튜브 예능'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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