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이면 괜찮아" 먹었다간…찜통더위에 더 위험한 '식중독' 막으려면

정심교 기자 2023. 8. 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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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요즘처럼 연일 35도를 넘는 무더위에 습도가 높은 환경은 음식물이 쉽게 상할 수 있어 식중독 사고가 일어날 위험을 키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식중독 발생 건수가 5.3%, 식중독 환자 수는 6.2% 많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식중독 304건 가운데 여름(6~8월)에 발생한 건수는 127건으로 전체의 약 42%를 차지했다. 환자 수 역시 총 5410명 가운데 41%(2216명)가 이 시기에 발생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손효문 부원장은 "여름철 식중독 예방은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서 먹도록 해야 한다"며 "식중독은 세균, 세균이 만든 독이 포함된 음식을 먹은 후 복통, 설사, 구토, 피부 두드러기, 감염증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식중독은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 물질이 들어있는 식품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보통 72시간 이내에 발병한다. 식중독균의 번식 속도는 세균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35~36도(℃)에서 가장 빠르다. 식중독균은 종류에 따라 잠복기, 증상 정도가 다르다. 살모넬라균·포도상구균·비브리오·대장균 등 세균성 식중독이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살모넬라균은 상한 닭고기·달걀·우유에서 많이 검출된다. 이 균은 열에 취약해 65도 이상의 온도에서 30분 넘게 음식을 가열하면 제거된다. 포도상구균으로 인한 식중독은 '균이 생산하는 독소'가 원인이다. 음식을 끓이면 균은 죽지만 독소는 소멸하지 않아 부패한 음식을 끓여 먹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특히 고기·우유·마요네즈·치즈 같은 고단백 식품에서 잘 번식하는데, 음식이 상했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버리는 게 낫다.

비브리오는 어패류를 날것으로 섭취하면 생기기 쉬운 식중독균으로 조개류·생선 등을 날로 먹을 때 장염비브리오로 인한 식중독 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설사·복통과 함께 오한, 발열, 의식 혼탁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병원성 대장균은 주로 오염된 식수·음식물을 통해 감염된다. 장 출혈성 대장균의 경우 영유아나 노약자가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다만 식중독의 대표적 증상인 복통은 그 원인이 수없이 많아 통증 양상만으로 일반인이 식중독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손효문 부원장은 "실제로 응급실에서 복통 질환을 감별할 때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복부 초음파, CT 등을 활용한다"며 "따라서 식중독은 문제가 될 만한 음식을 섭취했는지, 구토·복통·설사가 거의 동시적으로 급속히 발생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민성 대장으로 인한 일반적인 증상은 배변 후 조금 편해지지만,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설사는 계속되고 발열을 동반한다.

식중독 원인균이 달라도 공통으로 필요한 것은 충분한 수분 섭취다. 식중독 환자는 장 점막이 손상되고 소화 흡수 기능이 줄어든 상태이므로 바로 음식을 먹으면 흡수하지 못해 설사가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일차적 치료로 구토·설사로 손실된 수분을 보충하고 전해질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수분을 반드시 공급해야 한다. 설사가 줄어들면 미음·쌀죽 등 기름기 없는 음식부터 먹는 게 좋다. 구토가 심해 입으로 수분 섭취가 불가능하거나 열이 동반되는 등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에서 수액, 항생제 처방 등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세균 번식이 쉬운 손은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씻고, 물은 끓여 먹는다. 육류는 75도, 어패류는 85 이상의 온도에서 1분 이상 익히고, 채소류는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은 후 바로 먹거나 냉장 보관한다. 익힌 음식은 익히지 않은 음식과 분리해 보관한다. 식기·조리도구·행주는 끓는 물에 자주 살균한다. 손효문 부원장은 "보통의 면역력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식중독에 걸려도 금방 자연 치유될 수 있지만 고열이 나거나 복통·설사 증상을 이틀 이상 지속하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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