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증권"…美 법원, 보름 만에 상반된 판결 내놔

가상자산업계 혼란 가중

몬테네그로 법원에 출두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 연합뉴스.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놓고 최근 미국 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나오면서 가상자산업계의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판매 방식에 따라 암호화폐가 증권인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라폼랩스와 설립자 권도형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권씨 측의 소송 기각 신청을 일축하며 내놓은 답변이다.

SEC는 400억달러 규모의 시장 가치가 증발한 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월 권씨 등을 무기명증권 제공·판매 사기 혐의 등으로 제소했다.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 코인)인 테라는 증권이 아니라는 권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관련 소송은 본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문제는 불과 보름 전 미국 법원이 내렸던 증권성 관련 판결과 상반되는 결정이라는 점이다.

SEC는 앞서 2020년 12월 가상자산 리플(XRP)이 법에 의한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와 최고경영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리플랩스는 리플이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2년 넘게 소송이 이어진 후 지난달 13일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리플이 그 자체로 증권인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줬다. 기관투자가들에 판매될 때는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지방법원은 "증권인지 여부는 구매자가 이익 배당을 기대하고 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대법원의 1946년 판례에 따라 일반인의 코인 매입은 증권 매수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당시 지방법원 판결은 '암호화폐 업계의 승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맨해튼 연방법원은 지난달 지방법원의 판결을 겨냥해 "비슷한 사건에서 이 지역의 다른 판사가 최근 채택한 접근 방식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는 판매 방식과 관계없이 증권으로 간주한다는 취지다.

맨해튼 연방법원 결정으로 암호화폐가 증권이며, 암호화폐거래소는 연방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SEC의 주장에 재차 힘이 실리게 됐다. SEC는 권씨뿐 아니라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을 증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제소한 상태다.

판결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암호화폐 시황 중개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3일 오전 10시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약 2.31% 하락한 2만9167달러(약 3780만원)으로 거래 중이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