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인’ 뉴진스의 K팝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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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뉴진스'를 두려워하는가.
지난해 여름 데뷔한 뉴진스는 당시로서는 K팝 사상 데뷔 후 최단 기간 빌보드 '핫100'에 올랐다.
그 이유는 분명 이들이 K팝 주류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바깥에 있는, 가려진 것들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K팝에 대한 뉴진스의 진짜 배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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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뉴진스의 강세를 설명할 길은 많다. 많은 이가 레트로를 지목한다. 7월 21일 발매된 두 번째 미니앨범 '겟 업(Get Up)'은 커버아트로 '파워퍼프걸'을 내세웠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모은 애니메이션이다. 전작들의 뮤직비디오는 시간을 오가고 때로는 병합하며 과거 풍경을 쏟아냈다. 그래서 기성세대에게 친숙함과 향수를 자극하고, '뉴트로'에 익숙한 MZ세대의 감성을 겨냥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음악적으로도 현재 K팝 트렌드와는 피부로 느껴질 만큼 결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것'이 아니라서 세대 공감이 이뤄진다? 그렇게 편리하게 정리하기에 뉴진스는 지나치게 이질적이다.
이질적인 K팝, 주류 바깥의 '쿨'
미니앨범은 초반부터 날렵하다. 드럼 앤드 베이스, 투스텝, 볼티모어 클럽, UK 개러지를 오가는 사운드는 내내 날렵하게 찰랑대고 스산함을 드리운다. 이들의 공통분모로서 브레이크비트가 K팝에서 아주 낯선 존재는 아니지만, 뜨겁고 화려한 기존 쓰임새와는 거리가 멀다. 노래는 힘을 뺀 조곤조곤한 대화에 가깝고, 개중 화려하고 단호한 'ETA'에서조차 그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 기대감을 주고 시작해 몇 번의 서로 다른 강렬한 자극을 배치하고 시너지 효과를 이뤄 폭발하면서 끝나는 K팝 특유의 화끈한 기승전결도 아니다. 언제까지고 계속 흐를 것만 같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는 한다. 보컬 운용도 멤버 음색별로 뚜렷한 차이를 둬 파트 전환마다 역동성을 만들어내기보다 평이한 듯 매끄러운 흐름을 중시한다. 짜릿하게 부글거리지 않고도 쿨하게 뒤로 물러선 채 충분한 역동성을 드러내는 것은 역시 멤버들의 몫이자 역량이다.아주 이질적인 K팝. 틈새를 아주 잘 찾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뉴진스는 차라리 허공으로 날아들어 오는 것만 같다. 그 이유는 분명 이들이 K팝 주류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바깥에 있는, 가려진 것들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바로 '쿨'이다. 연애를 중시하지만 설렘에 눈멀지 않는, 친구들과 교류하고 그들에게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연애 대상과의 관계 바깥에 분명한 자기 세계가 있고, 거기에서 어떤 부분은 '비주류적'인 자신을 찾기도 하는 소녀 말이다.
아기자기하고 상냥하던 전작들에 비해 한층 더 차갑고 축축해진 '겟 업' 미니앨범은 그런 쿨을 강화한다. 어른들은 이 음악에서 어른스럽게 즐길 만한 쿨을 느낄 수 있다. 또는 '나는 과거 세대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류 세계에 몰두해 앞으로만 달리며 어딘지 모르게 느껴온, 그러나 외면해온 위화감에 대한 위로를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적잖은 미디어파워를 가진 기획과 소위 '대세'가 된 뉴진스의 입지가 그 같은 심경을 허락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만…. 반대로 뉴진스 멤버들이나 또래 혹은 더 어린 소녀들 역시 그런 쿨을 지니고 향유할 수 있다. 그것이 어쩌면 데뷔 때부터 뉴진스에 색안경을 끼고 싶어 하는 이들을 끌어들였는지 모른다. 그것이 K팝에 대한 뉴진스의 진짜 배반이기에.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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