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그늘도 없다···폭염 속 '리얼 생존게임' 전락한 잼버리

부안=박지훈 기자 2023. 8. 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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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폭염으로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대원들이 속출하는 등 부실 운영이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서 88명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일인 지난 2일 서울경제가 만난 스카우트 대원들은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한 더위에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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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경찰, 개영식 온열·부상 88명 집계
매일 수백명 환자 속출···부실 운영 도마
간척지 땡볕에 고온 다습까지 환경 최악
“준비도 대책도 부족 ” 연일 지적만 제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서 참가자들이 그늘에 들어가 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폭염으로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대원들이 속출하는 등 부실 운영이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서 88명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이 중 83명은 온열질환으로 잼버리 내 병원에서 의료진의 처치를 받았고 5명은 발목 골절이나 불안장애 등의 증상을 보여 원광대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2일 오후 8시께부터 시작된 행사는 기수단 입장, 축사, K팝 컬처 갈라쇼, 드론쇼 등 2시간 30분 넘게 이어졌다. 개영식이 시작할 무렵 기온은 28도 내외였다.

이에 소방 당국은 개영식이 끝날 때쯤 여러 명이 쓰러지자 한때 대응 2단계를 발령한 뒤 조직위원회에 부대 행사 중단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40도 가까이 기온이 치솟으면서, 하루에만 400명에 달하는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는 공식 행사에 참여했다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고, 참가자들의 불만도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늘 한 점 없는 간척지 땡볕 아래서 허덕이는 상황임에도, 주최 측의 준비와 대응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애초 잼버리 조직위원회 측은 그늘 한 점 없는 새만금 간척지에서 폭염이 이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으로 7.4㎞의 ‘덩굴 터널’, 그늘쉼터 1720개소, 체온을 낮출 수 있는 57개의 안개 분사 시설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덩굴 터널은 전체 길이를 합하면 7.4㎞에 달하는 철제 터널로, 터널 구조물 양 쪽에 덩굴 식물을 심어 그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조직위 측은 식생 연구 자료 등을 바탕으로 덩굴 식물을 심어 철제 구조물을 타고 올라 풍성하게 자란 덩굴 식물로 시원한 그늘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식생 연구 환경과 새만금 간척지의 환경이 차이가 큰 탓에 계획대로 식물이 자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식물이 자라지 못한 터널 위쪽 부분에 차양막을 설치한 채로 잼버리가 개영하게 됐다.

특히 그늘이 없고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 날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조직위 측은 “새만금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바람이 시원하게 불기 때문에 그늘만 조성되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고 기자단에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잼버리 영지에서는 35도 가까운 폭염이 지속되는 데다 바닷가에 인접해 있어 습하기까지 해 체감온도는 더욱 높다. 이에 따라 애초 새만금의 환경을 면밀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는 세계 158국에서 역대 대회 중 가장 많은 4만30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된 상황이다. 하지만 대회 첫날부터 약 1000명에 가까운 환자가 발생하더니 매일 온열 등 수백 여명의 환자가 나오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여기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가장 더울 때 땡볕을 피할 그늘도 없는 장소에서 행사를 강행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즐겁게 우정을 쌓는 것이 아닌 생존 게임이 됐다”고 꼬집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일인 지난 2일 서울경제가 만난 스카우트 대원들은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한 더위에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한 대원은 “하루에 찬물로 여러 번 샤워는 기본이고 물을 마시며 견디고 있다”는 하소연 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서해에서 불어온 습하고 더운 바닷바람에 간척지가 머금은 습기가 더해지면서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 막히기도 했다. 앞으로도 연일 폭염이 예고되면서 참가자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조직위는 주요 캠프 및 클리닉(병원)의 냉방 기능을 강화하고, 셔틀버스 운행 간격도 30분에서 10분으로 단축했다.야영지 내 병상을 50여개에서 150개씩 추가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강화하고 있다.

부안=박지훈 기자 jhp9900@sedaily.com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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