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발행 코앞…투자계약증권 '1호' 증권사-조각투자 동맹은?
카사 등 신탁수익증권 사업 재정비 마쳐
TF 구축·협의체 구성해 300조 시장 겨냥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은 조각투자업체들이 상품 발행 재개를 준비 중인 가운데 금융감독원 심사를 통과한 1호 '증권사-조각투자업체' 동맹이 누가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제재 면제란 이들이 하는 사업을 정식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 즉 제도권으로 편입한다는 의미다.
상품 발행을 목전에 두고 증권사들도 물 밑에서 해오던 협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다양한 조각투자업체과 손을 잡는 모습이다. 자체 토큰증권발행(STO)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아예 지분 투자를 단행한 곳도 있다.
이번달 투자계약증권신고서 1호 나올 듯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성을 인정받은 △테사(이하 플랫폼명 테사) △스탁키퍼(뱅카우) △서울옥션블루(소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 등 5개 조각투자업체들은 투자계약신고서 제출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7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들의 제재 면제를 결정하면서 토큰증권 등 투자계약증권의 발행이 가능해졌다.
흔히 조각투자로 칭해지는 증권의 성격은 투자계약증권과 신탁수익증권으로 분류한다. 투자계약증권은 미술품, 한우 등 자산을 기초로 삼은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권리다. 증권성 판정을 받은 조각투자는 투자계약증권으로 취급되며, 현행 법상 발행만 가능하다.
신탁수익증권은 부동산, 저작권을 유동화해 신탁사가 수익증권으로 발행한 것으로, 발행된 수익증권을 쪼개 2차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신탁법 개정을 통해 비금전 자산을 대상으로 신탁수익증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발행과 유통이 가능하다.
5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인 투게더아트 측은 "이르면 8월 초 제출을 시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테사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만든 통일된 양식으로 신고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은 이들이 활용할 투자계약증권신고서 서식을 새롭게 개정했다. 관련기사 "토큰증권(STO)투자 전 반드시 증권신고서 확인하세요"
해당 서식에는 투자결정시 유의사항, 발행인의 공모 첨부서류, 발행후 공시체계, 반기감사보고서, 투자계약에 따른 공동사업 참여자간 법률관계, 기초자산 정보 등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가 상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발행인이 발행 주요사항 요약표와 관련 FAQ(자주 묻는 질문)를 작성해야 한다.
다만 최초 발행인 만큼 관련 업계는 물론 감독당국도 실제 발행까지 얼마나 시일이 소요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필수 제출 서류 중 반기감사보고서가 있기 때문에 회계감사가 필요한데, 현재 일정을 잡기도 힘들어 8월 중 제출하지 못하는 곳도 많을 것"이라며 "서식에 맞춰 제출을 하더라도 15일 평가기간을 거쳐야 하고, 정정 요구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진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신탁수익증권도 사업 재정비 후 공모
또한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하는 조각투자업체들도 사업재편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중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대신증권에 인수된 카사코리아는 모회사인 대신증권에 전자증권 등록을 마무리하고 9월 공모를 재개하기로 했다. 카사코리아는 2019년 첫 금융규제 샌드박스 인가를 받은 1호 STO 업체다. 마찬가지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인가받은 루센트블록(플랫폼명 소유)과 펀블(펀블)은 각각 하나증권, SK증권과 계좌관리 계약을 맺고 있다.
키움증권이 계좌관리를 맡고 있는 뮤직카우도 기존 투자계약증권에서 신탁수익증권으로 사업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뮤직카우는 투자계약증권 최초로 증권성 판정을 받았지만, 추후 상품 구조를 투자계약증권에서 신탁수익증권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후 요구되는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 재개가 막혀있는 상황이다. 다만, 요건을 충족시키는대로 하반기에는 공모를 다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한투자증권이 이지스자산운용, 에이판다와 함께 만든 합작법인(JV)은 신탁수익증권 거래플랫폼 서비스가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 받으면서 이를 활용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367조 시장 기대감에 동맹 강화
이처럼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토큰증권이 향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2024년부터 급성장세를 이어가 오는 2030년 36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GDP의 14.5%에 이르는 규모다.
증권사들은 이미 STO 업무 전담 조직을 마련해둔 상태다. 지난달 신한투자증권 이사회는 STO 사업 진출을 정식 승인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STO 담당부서를 TF 단위의 조직을 부서로 승격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KB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도 STO 전담 TF를 운영 중이다.
조각투자업체와 블록체인 기술사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의체를 만든 곳도 다수다. 미래에셋증권은 13개사와 함께 ST워킹그룹을 만들고 SKT, 하나금융그룹과 넥스트파이낸스이니셔티브(NFI)를 구성했다. NH투자증권은 STO비전그룹(12개사), 신한투자증권은 STO얼라이언스(50개사),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ST프렌즈(7개사), KB증권은 ST오너스(20개사)를 꾸렸다. SK증권은 증권사, 은행 등 금융기관과 함께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같이 STO 플랫폼 구축에 나선 곳도 있다. 하나증권은 아이티센과 STO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완료했으며, SK증권은 자체 플랫폼 서비스도 금융샌드박스를 신청해둔 상태다. 유진투자증권은 람다256, 아이티아이즈와 손을 잡고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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