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강한 바지락 찾아냈다…‘최강 품종’ 육종해 보급
조개인 바지락은 바닷물 온도가 30도가 넘는 ‘고수온 현상’이 발생하면 대량으로 폐사한다. 지구온난화 속에 해수의 고수온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바지락이 식탁에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충남 천수만에는 고수온 경보가 내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가 고수온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바지락을 찾아냈다. 연구소는 이 바지락을 바탕으로 고수온에 아주 강한 바지락 품종을 키워 어촌에 보급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연구소는 도내 30개 양식장에서 각각 100개씩 모두 3000개 바지락을 채취한 뒤 수온 변화 대응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연구소는 이 검사에서 태안군 안면읍 황도 양식장의 바지락이 고수온에 강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황도 바지락은 고수온 저항 유전자 발현량이 일반 바지락에 비해 40%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최근 10년 사이 발생한 고수온 현상으로 이 약식장의 바지락이 대량으로 폐사했는데, 그때 고수온 저항성이 높은 개체가 살아남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2013년 발생한 고수온 현상으로 황도 양식장의 바지락 77.8%가 폐사했고, 2019년 고수온 때에도 같은 양식장의 바지락 31.8%가 죽은 바 있다.
연구소는 올 상반기 황도 양식장의 바지락 7000개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고수온에 가장 강한 바지락 500개를 추려냈다. 연구소는 이 바지락을 교배시켜 2세대 바지락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고수온에 더욱 강한 바지락 품종을 키워낼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5차례의 육종 과정을 거쳐 고수온 저항성이 아주 강한 종패를 생산한 뒤 어촌계 등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로 육종한 바지락이 보급되면 고수온에 따른 바지락 폐사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충남지역의 바지락 생산량은 2020년 1만1403t, 2021년 8506t, 2022년 8177t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전병두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장은 “여름철 고수온은 바지락 폐사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기후변화에 따라 고수온이 더 잦아지면 바지락 대량 폐사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전자 분석 기법을 이용해 고수온에 강한 새로운 바지락 품종을 키워 보급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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