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수천억 현금 갑부'…"영배형,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박동휘 2023. 8. 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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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배형은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e커머스 등 유통업체에 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런 질문을 하고 있을 것이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하나의 사슬로 묶은 구영배 G마켓 창업자(큐텐 대표)의 '빅 피쳐'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형마트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구영배 대표가 오프라인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려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큐텐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라는 오픈마켓 3인방을 인수한 것만으로는 아직 태풍 속의 찻잔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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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커머스 쥐락펴락하는 '영배형'

“영배형은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e커머스 등 유통업체에 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런 질문을 하고 있을 것이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하나의 사슬로 묶은 구영배 G마켓 창업자(큐텐 대표)의 ‘빅 피쳐’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어쩌면 이들에게 한국 오픈마켓의 창시자인 구영배는 오매불망 기다려온 메시아일 수 있다.

 유통업계 난제 풀어줄 해결사? 

그가 정확히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노마드족(族)인 구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는 은둔자다. 혹자는 “원래 일을 벌이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분”이라고 평가한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단순한 이유로 구영배 사단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마디로 수천억원의 현금을 가진 갑부가 심심해서 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인데, 납득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팩트’는 있다. 구 대표의 ‘먹잇감’ 후보들이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엔 사모펀드 자금이 들어가 있다. 티몬에 투자한 앵커파트너스, 위메프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IMM인베스트먼트 등은 어떤 식으로든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구영배 사단이 11번가에도 인수 제안을 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11번가 역시 H&Q코리아 등 사모펀드 돈을 받아서 사업 확장을 해왔고, IPO(기업공개) 시장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구영배 대표의 행보는 무자본 M&A에 가깝다. 그는 티몬과 위메프 경영권을 돈 한 푼 안 들이고 가져왔다. 기존 주주의 지분을 가져오는 대가로 큐텐의 주식을 제공했다. 나중에 큐텐을 나스닥이든 한국거래소든 상장시킬 테니 미래를 담보로 경영권을 달라는 거래였다. 인터파크커머스를 야놀자로부터 인수할 땐 주식 교환과 현금을 적절하게 섞어서 거래를 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의 아이디어에 위메프 최대 주주인 원더홀딩스의 허민 대표가 먼저 구애의 손길을 뻗쳤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그의 구상이 ‘약발’을 받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원더홀딩스는 넥슨과 함께 게임과 e커머스를 연결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걸로 안다”며 “하지만 넥슨에 내부 사정이 발생하면서 허민 대표로선 위메프에서 빠져나올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무자본 M&A의 정수 보여준 구영배, 그 다음 행보에 '주목'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구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3개 사의 경영권을 가져온 덕분에 큐텐의 기업가치는 상당히 커졌다. 좀 더 큰 대어들의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을 만큼 가치를 키웠다는 얘기다.

아직은 상상 속의 스토리겠지만,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거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MBK는 딜 스트럭쳐(거래 구조)를 짜는 데에 있어선 아시아 사모펀드 업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홈플러스 매장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매각가격을 상당히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췄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대형마트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구영배 대표가 오프라인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려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큐텐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라는 오픈마켓 3인방을 인수한 것만으로는 아직 태풍 속의 찻잔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들 세 개 간판을 하나로 합쳐봐야 효과가 크지 않고, 그렇다고 3개 간판을 계속 유지한다고 한들 시너지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e커머스 업계의 중론이다. 뭐가 됐든, ‘영배형’의 다음 행보는 국내 e커머스 및 유통 산업의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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