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학병원 노사갈등, 근본 대책 없으면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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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노조가 20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지난 2일 현장으로 돌아갔다.
상대적으로 중증이상의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이다보니 파업 초기에 어떻게든 사태가 곧 마무리되겠지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노사가 다투는 사이 암투병 중인 소아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병상이 부족해 응급 환자가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환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면서 얻어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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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대병원 노조가 20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지난 2일 현장으로 돌아갔다. 상대적으로 중증이상의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이다보니 파업 초기에 어떻게든 사태가 곧 마무리되겠지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노사가 다투는 사이 암투병 중인 소아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병상이 부족해 응급 환자가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켜보는 시민은 분노반 걱정반으로 병원 정상화를 간절히 바랐다.
노조는 이번에 불법의료 근절, 인력 확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투쟁 끝에 비정규직 501명 중 171명 정규직 전환, 의료인력 84명 충원, 불법시술 처벌 조항 국내최초 신설 등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환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면서 얻어낸 성과다.
그렇다고 이들의 요구를 무리하다고 비판하기에는 3조2교대(주간-야간-비번)에 부족한 인력난까지 간호사들의 근무 여건은 녹록지 않다. 가정이나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이같은 불규칙한 근무환경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PA간호사(의사보조인력)의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 의사면허 없이 의사로서 가능한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 보조(약 처방, 진단서 작성, 수술 및 수술 보조, 검체 의뢰, 투약, 회진 등)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병원도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병원측은 운영이 어렵다보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인력을 충원해 줄 형편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정부 정책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과거 국민의 의료보장을 명분으로 치료비 등을 대폭 낮춘 결과 국민은 큰돈 들이지 않고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 순간부터 의사들까지 기관 존속을 위해 수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부산지역 한 대학병원 A교수에 따르면 의과대 교수들은 연구보다 진료에 투입돼 각종 검사와 비급여 등 수입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응급의료·외상진료센터의 경우 24시간 가동되다 보니 유지비용도 문제지만 밤샘 근무가 허다한 전공의의 경우 보상이 따르지 않는 강도 높은 업무에 잇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어 인력난도 심화하고 있다.
결국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시스템은 갖춰졌지만 내부에서는 상처가 점점 곪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일단락 되는 분위기이나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대학병원 노사 갈등은 언제 다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노조는 이번 합의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어서 언제든 불씨는 되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다. 병원은 인력충원, 급여인상, 정규직 전환 등 합의안 이행을 위해 의료진들을 쥐어짜거나 박리다매, 검사, 비급여 등에 치중하며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일 지 모른다.
의료진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은 환자의 건강과 직결된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고 능력있는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살필 수 있도록하는 역할과 책임은 정부에 있다.
병원이 충분한 인력을 유지하면서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 관련 지원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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