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기만적인’ 운동부 창단, 문체부가 제어해야 한다[김세훈의 스포츠IN]
“선수양성이 아니라 대학유지 및 등록금 때문이다. 감독, 코치 밥벌이와 프로진출의 희망고문이다.”
“축구로 장사하는 거다. 희망고문으로 애꿎은 아이들과 부모만 호갱돼 특정인들 배채워주는 현실이다.”
“고등학교에 대학감독이 찾아오는 대학, 창단팀 선수도 없고 학교 지원도 없는 대학은 조심해야한다.”
“이런 대학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는 말은 다 뻥이다.”
“대학축구부 창단 승인을 엄격하게 처리해달라.”
축구 학부모들이 최근 1년 동안 인터넷 카페에 무분별한 대학축구팀 창단을 비판하면서 올린 글들이다.
최근 몇년 동안 대학축구부 창단이 크게 늘고 있다. 바람직한 취지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축구부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이 적잖다. 운동부 창단이 열악한 대학 재정, 부족한 신입생을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창단된 대학축구부를 살펴보면 적잖은 곳이 소위 ‘부실대학’이다. 부실대학은 교육부가 발표하는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제한)에 포함된 곳이다. 여기에 들어 있는 몇몇 대학들이 최근 운동부를 잇따라 만들고 있다. 대학이 운동부를 만들면 학생들로부터 등록금도 받을 수 있고 부족한 신입생도 채울 수 있다. 또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회원학교가 되면 연간 수천만원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대학에게 운동부는 1석3조 ‘득템’인 셈이다.
부실한 대학 중 운동부 창단을 추진하는 곳은 더 있다. 수도권 모 대학은 올초 교원, 교직원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는데 야구부를 만들었고 축구부 창단도 추진하고 있다. 가짜 신입생을 등록하고 자퇴시키는 방식으로 충원율 100%를 달성한 게 들통난 수도권 모 대학도 운동부 창단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실한’ 운동부 창단 신청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대한축구협회에서 그대로 승인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보게 된다. 부실대학이 만든 운동부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부모들은 없다. 대학축구를 살리기 위한 지도자 노력을 운운하며 창단을 무조건 찬성하는 목소리도 어처구니없다. 또 부실하거나 불안한 대학인 줄 알면서도 졸업생을 보내는 고교 감독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소위 부실대학은 교육부가 발표한다. 이에 불응하는 대학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패소했다. 스포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분야다. 문체부도 다른 정부 기관이 발표한 내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대학이 무분별하게 운동부를 창단하는 데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금처럼 창단 신청만 하면 대부분 승인해주는 관례는 사라져야 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진실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학생, 부모를 기만하는 것은 교육자, 교육기관으로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짓이다. 스포츠단체들도 팀도 늘고 지도자도 좋다는 제식구 감싸기식 발상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결국, 대학 운동부 창단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숱한 사건과 사고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경기 단체 책임이다. 축구를 해온 젊은이들이 축구한 것을 후회하며 축구화를 벗게 하면 안되지 않겠나.
운동부 대입 특기자전형은 대부분 수시로 진행된다. 이번 수시원서 접수 기간은 오는 9월11~15일이다. 지금으로서는 학생과 부모가 해당 대학들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검색하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게 위험을 그나마 피할 수 있는 길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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