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절반 폭우 피해 양촌 상추, '고온다습' 8월이 걱정인 추부 깻잎

박소영 2023. 8.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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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도의 날씨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정오.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한 상추 농가 비닐하우스 안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양촌 꽃상추'로 유명한 양촌면은 지난달(7월) 중순 폭우로 상추 비닐하우스 약 1,200동 중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권기용 양촌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장은 "지난 3년 동안 여름 상추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보고 농가들은 7월 상추 생산을 늘릴 계획"이었다며 "폭우로 목표 수확량의 70%밖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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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금산의 상추·깻잎 산지 표정은
최고가 찍고 안정화되는 상추 가격, 오름세 시작한 깻잎
"고온다습 환경에 상추는 녹고 깻잎은 생장 멈춰"
1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한 상추 비닐하우스에서 노동자가 상추를 따고 있다. 논산=박소영 기자

33도의 날씨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정오.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한 상추 농가 비닐하우스 안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햇빛을 가리려 차광막이 펼쳐졌지만 뜨거운 공기는 그대로 들어와 37, 38도까지 올라갔다. 이 일대는 보름 전까지 "저지대 비닐하우스 꼭대기까지 물이 들어찼"지만 이제는 폭염과 싸우고 있었다.

'양촌 꽃상추'로 유명한 양촌면은 지난달(7월) 중순 폭우로 상추 비닐하우스 약 1,200동 중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상추가 모두 물에 잠긴 농가도 30%나 됐다. 비닐하우스 두 동이 물에 잠겼다는 조규민씨는 "상추 농사를 지은 이래 가장 피해가 심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비닐하우스에서 1년 내내 재배할 수 있는 상추는 휴가철인 여름엔 값이 비싸고 겨울엔 떨어진다. 권기용 양촌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장은 "지난 3년 동안 여름 상추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보고 농가들은 7월 상추 생산을 늘릴 계획"이었다며 "폭우로 목표 수확량의 70%밖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름에 평균 5만 원대인 4kg 상추 도매가는 지난주 초 16만4,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들어 6만 원대로 내려오면서 안정을 찾는 듯하다.

하지만 폭우가 내린 뒤 곧바로 폭염이 이어지며 농가들은 '무름병' 걱정이 크다. 조직이 연한 상추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녹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농가들은 토양을 소독하고 비닐하우스 위에 차광막을 설치하며 땅은 검정 비닐로 씌우는 대신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부직포 재질로 덮는 등 대비에 나섰다.


상추 녹고 깻잎 성장 막는 '고온다습'의 8월

1일 충남 논산시 양촌농협에서 작업자들이 이날 새벽에 수확한 상추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른쪽 바구니는 선별에서 탈락한 상추들. 논산=박소영 기자

양촌면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충남 금산군의 깻잎 농가들도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추부 깻잎'으로 유명한 금산군은 약 2,500개 농가가 깻잎 농사를 지어 깻잎 매출만 연간 700억 원에 달하는데 홍콩·싱가포르·대만·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수출까지 한다.

깻잎은 기온 변화에 예민한 작물로 15~25도에서 잘 자란다. 금산은 논산보다 해발 고도가 높아 비 피해는 적었지만 폭우가 끝나자마자 고온다습한 날씨로 깻잎 수확이 늦어지는 등 지장을 받고 있다. 박기범 만인산농협 산지유통센터 산지유통센터장은 "이런 날씨에 깻잎은 3, 4일 동안 생장을 멈춘다"며 답답해했다. 안정을 찾아가는 상추와 달리 깻잎 가격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2kg 깻잎 도매가가 최고가 6만 원까지 나왔다"며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 깻잎 생장이 더뎌 추석 연휴까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름철엔 '회전율' 중요...기반 시설 투자도

1일 충남 금산군의 깻잎 비닐하우스에서 농장주인 박상영씨가 깻잎 양액재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산=박소영 기자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깻잎이 짓무르거나 병충해 피해를 입어 선별에서 탈락하는 비중도 높아진다. 금산군 깻잎의 절반가량을 선별하는 만인산농협센터에서는 공인 농산물 품질관리사 3명이 깻잎의 품질을 꼼꼼히 따져 보고 유통시킨다.

박 센터장은 "여름에는 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깻잎을 출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날씨 영향을 받은 농작물이 많아 올해는 특히나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장기적으로는 비닐하우스 등 기반 시설 투자를 통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깻잎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산·논산=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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