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방랑하는 철학자·규방의 미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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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우 옮김.
"열대 기후와 인도 사람의 의식, 중국인의 생활방식과 그 밖의 다른 많은 것과 부딪혀보고 싶었다.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도대체 그녀들의 아버지는 딸들이 핍박받는 동안 뭐 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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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방랑하는 철학자 = 헤르만 폰 카이저링 지음. 홍문우 옮김.
"열대 기후와 인도 사람의 의식, 중국인의 생활방식과 그 밖의 다른 많은 것과 부딪혀보고 싶었다.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 뛰어들고 싶었다."
독일계 철학자 헤르만 폰 카이저링의 말이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늙어서도 늘 현명했던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처럼, 여행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다. 그는 1911~1912년 약 2년에 걸쳐 인도와 동아시아,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책은 그 유랑의 결과물이다. 여행하며 겪은 경험담과 생각의 편린들을 끌어모았다.
당대의 주류 기행문과는 달리 저자의 여행기는 기독교 문명에 대해 다소 비판적 태도를 견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신 힌두교와 불교, 유교와 동양의 전통 신앙에 대해서는 최대한 개방적이고 공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유교 원리는 이렇듯 단순해 보인다. '실천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라는 원리라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유럽에서, 도덕의 광신자들 가운데 모범을 보인 사람을 본 적은 없다."
파람북. 800쪽.
▲ 규방의 미친 여자들 = 전혜진 지음.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은 여전히 재해석되고 있는 고전이다. 사악한 계모가 전처소생의 딸을 구박한다는 내용이 두 이야기의 뼈대다. 재해석의 범주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이 두 소설에서 딸들을 위협하는 인물은 정말 사악한 계모들뿐일까. 어쩌면 여자 간 갈등을 수수방관하는 '무관심한 아버지'가 더 큰 잘못이 있는 건 아닐까. 도대체 그녀들의 아버지는 딸들이 핍박받는 동안 뭐 하고 있었던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소설 속 가부장들은 한정된 재산이나 집안의 기득권을 두고 계모와 전처소생의 딸 사이에 생긴 갈등을, 자신이 신경 쓸 필요 없는 '집안일'로 여겨 방관했다.
장화·홍련의 아버지는 장화가 처녀의 몸으로 임신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누명을 쓰자 딸을 살해하는 것을 묵인했다. 콩쥐·팥쥐의 아버지는 팥쥐가 콩쥐를 살해하고 감사 부인 행세를 하느라 집에 없는데도 딸을 찾지 않았다.
논픽션과 소설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는 '바리데기' '숙향전' '심청전' '사씨남정기' '숙영낭자전' '춘향전' 등 여러 고전을 작금의 관점에서 다시 읽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한겨레출판. 32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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