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처우 문제'로 홍역 치른 자메이카·남아공, '첫 16강' 쾌거

이의진 2023. 8. 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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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은 이탈리아·자메이카는 브라질 누르고 나란히 16강행
기뻐하는 자메이카 선수들 [AP=연합뉴스]

(브리즈번=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자메이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개막 전부터 같은 문제로 서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선수들의 '처우 문제'다.

두 팀의 사례는 선수와 협회의 갈등이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진 대표적 예시로 다뤄졌다.

남아공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달 초 보츠와나와 평가전을 '보이콧'했다.

FIFA 랭킹 54위 남아공은 지난해 여자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한 아프리카 챔피언이지만 결국 150위 보츠와나에 0-5로 졌다.

대표 선수들의 '태업'으로 대체 선수를 내보내서다. 남아공축구협회는 대체 선수 중에 13세 선수를 넣을 정도로 어렵게 팀을 꾸렸다.

월드컵 상금 배분을 둘러싸고 협회에 반발한 선수들이 강수를 둔 것이다.

억만장자인 퍼트리스 모체페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이 기부금을 내 월드컵 참가 수당을 보전해준 후에야 겨우 갈등이 봉합됐다.

처우가 열악하다며 분개한 건 자메이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6월 자메이카 선수들은 그간 국가대표 경기 수당도 제때 받지 못했고, 지원도 부실하다며 공개적으로 자국 협회를 비판했다.

협회가 월드컵 참가 자금조차 마련하지 못할까 봐 불안했던 미드필더 하바나 솔론의 어머니가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직접 후원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뻐하는 자메이카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돈 문제'를 둘러싸고 시끄러웠던 두 팀은 이번 대회에서 각자의 역사를 새로 썼다.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2019년 조별리그 3전 전패로 짐을 싼 남아공은 이번 대회 첫 경기부터 강호 스웨덴과 접전(1-2 패)을 펼치며 반전을 예고했다.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2-2로 비긴 후 지난 2일 이탈리아와 3차전에서 3-2로 짜릿한 역전극을 쓰면서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승리를 따냈다.

더불어 이탈리아를 G조 3위로 밀어내고 최초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스웨덴전에서 득점한 한국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세종 스포츠토토 소속 공격수 힐다 마가이아는 이탈리아전에도 골 맛을 보며 16강행의 1등 공신이 됐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이탈리아전 후 마가이아는 "우리나라에서는 다들 날 '가장'(breadwinner)이라고 부른다"며 "가장이 없으면 (그가 마련하는) 빵도 없다. 이 나라를 위해 빵을 마련해야 했다"고 기뻐했다.

나라 전체를 기쁘게 한 자신의 득점을 빵에 빗댄 것이다.

마가이아의 활약으로 16강 무대를 밟는 남아공 선수들은 1인당 최소 6만달러(약 7천800만원)의 상금을 확보하게 됐다.

남아공의 힐다 마가이아 [로이터=연합뉴스]

FIFA가 이번 대회 라운드별 진출 상황에 따라 각 팀 선수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액수를 아예 고정적으로 정해두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마가이아는 "이제 내 가족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어머니를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다"며 "어머니를 돌보는 사람이 됐으니 내가 '가장'"이라고 말했다.

자메이카도 '강호' 브라질을 조 3위로 밀어내면서 극적으로 16강행을 이뤘다.

2일 브라질과 0-0으로 비긴 자메이카는 프랑스에 이은 조 2위를 차지했다.

자메이카는 1차전에서 프랑스와 0-0으로 비기고, 2차전 파나마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른 2019년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자메이카 역시 사상 처음으로 16강 무대를 밟는다.

3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는 탄탄한 수비력으로 이뤄낸 쾌거다.

자메이카의 론 도널드슨 감독은 "평생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라며 "이 소녀들이 해냈다. 나라가 자랑스러워할 일"이라고 말했다.

디애슬레틱은 "숙박, 이동, 식비를 마련하려 온라인 모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자메이카가 브라질을 누르고 (16강) 토너먼트로 진출한다고 누가 상상했겠나"라고 평했다.

자메이카의 앤드루 홀니스 총리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기리는 국경일(6일)을 나흘 앞두고 경사를 맞자 소셜미디어(SNS)에 "역사적이다! 자메이카는 세계 최고!"라고 썼다.

올리비아 그레인지 체육부 장관도 SNS를 통해 "기쁨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자메이카 축구사상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기뻐했다.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남아공 [로이터=연합뉴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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