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체력 약하다”는 황선우,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선천적으로 약한 체력을 최대한 커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황선우(20·강원도청)는 2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수영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제가 체력이 강하다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하나를 할 때 제대로 한다”고 했던 그였다. 자신의 체력 문제에 대해 “선천적으로 약하다”고 ‘고백’한 것은 처음이었다.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힘을 쏟고 나면 회복하는 속도가 더디다”는 완곡한 표현을 쓰곤 하는데, 황선우는 작심한 듯 솔직하게 약점을 털어놨다.
황선우는 얼마전 끝난 후쿠오카(일본)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3위(1분44초42)를 했다. 2022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며 세웠던 한국기록(1분44초47)을 경신하고도 순위는 작년보다 하나 밀렸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 결선 이튿날 열린 자유형 100m를 비롯해 계영 800m와 혼계영 400m에선 컨디션 저하에 몸살 기운까지 겹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계영 2종목에서 동료 선수들과 한국신기록 3개(계영 800m 2개, 혼계영 400m 1개)를 합작했지만, 구간 기록을 뜯어보면 평소보다 부진했다.
황선우는 “메이저대회에서 자유형 200m를 뛰면 다음날 회복이 굉장히 힘들다. 주종목에 가장 많은 힘을 쏟으며 신경 쓰다 보니 이후 힘들고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체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도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그는 “훈련 강도를 올려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경기를 치러도 버틸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외국의 세계적인 스타들은 하루에 여러 종목을 소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스웨덴의 사라 셰스트룀은 지난 29일 오후 8시5분에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접영 50m 결선에서 금메달을 땄고, 18분 뒤 여자 자유형 50m 준결선 2조 경기에 출전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은 2019 광주 세계선수권때 하루에 자유형 50m·접영 100m·혼성 계영 400m 금메달을 걸었다. 약 100분 사이에 세 종목 결선을 모두 뛰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박태환은 만 17세였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때 5일 동안 7종에 출전해 금메달 3개(자유형 200m·400m·1500m), 은메달 1개(자유형 100m), 동메달 3개(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를 걸었다. 특히 마지막날인 12월7일 저녁엔 자유형 15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15분 벽을 돌파하며 우승했고, 20여분 뒤 열린 혼계영 400m에 4번째 영자로 나서 한국의 동메달에 힘을 보탰다.
황선우가 하루에 ‘멀티 종목’을 소화하기가 버겁다면, 금메달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체력을 끌어올리려고 무리했다간 실전을 망칠 위험이 있다.
아시안게임 일정을 보면 황선우는 수영 경영(競泳) 종목이 시작하는 9월24일 자유형 100m를 가장 먼저 뛰어야 한다. 아시아기록 보유자인 중국의 판잔러(19)를 추격하는 입장이다. 이튿날인 9월25일엔 계영 800m가 있다. 한국이 사상 첫 아시안게임 수영 단체전 금메달을 노리는 종목이라 황선우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9월26일엔 혼계영 400m, 9월27일엔 자유형 200m와 혼성 혼계영 400m가 이어진다. 황선우의 주종목인 자유형 200m에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다. 9월28일엔 계영 400m가 열린다. 황선우로선 단체 4종목 중 일부는 현장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기권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아시안게임 다관왕을 노리는 김우민(22·강원도청)은 황선우보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 하지만 중장거리 선수인 그의 체력적인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그는 9월25일 계영 800m 멤버로 첫 레이스를 치른다. 9월26일엔 자유형 1500m 결선에 나선다. 예선 없이 개인 기록을 바탕으로 결선 레인을 배정 받을 전망이다. 9월28일 자유형 800m, 9월29일에 자유형 400m에 도전한다. 김우민은 지난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5위, 자유형 800m와 계영 800m 한국신기록 수립 등 선전했다. 피로 때문에 자유형 1500m는 포기했다.
김우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걸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자유형 800m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자유형 1500m 역시 입상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세계선수권에선 잘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가 나와 만족스럽다. 이 기세를 이어 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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