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난리났다…韓 개발 '꿈의 물질' 초전도체 뭐길래
#. 영화 아바타를 보면 바위산이 떠다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바타 무대가 되는 판도라 위성에 강력한 자기장이 만들어지고 '언옵테늄'이라는 초전도체가 형성돼 만들어진 장면이다. 무엇보다 상온과 초고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점이 현실과는 다른 점이다. 초전도체 개발 역사 110여년간 초고압, 극저온 조건에서만 주로 초전도 현상이 입증됐다.
영화 같은 기술을 최근 한국 과학자들이 개발했다고 논문을 내면서 전세계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해당 논문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으며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국 연구진이 최근 개발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논문이 전세계 과학계를 뒤흔들고 있다. 초전도체는 전자기기를 작동할 때 생기는 발열이 사라져 전력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구현하면 거리와 상관없이 무손실 송전이 가능하고 전기·전자부품 발열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2일 과학계에 따르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고려대 창업기업) 등 연구팀은 최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상온·상압 조건에서 납과 구리, 인회석(인산염 광물 일종)을 활용해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초전도체를 400K(127℃) 이하 조건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가 절대온도 4K(-269℃)에서 발견한 이래 초고압 영하 조건에서만 구현할 수 있었다. 110여년 초전도체 개발 역사에서 과학자들은 상온(25℃ 내외)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경쟁했다. 2010년대 들어 상온 초전도체 이론이 나왔지만 이를 실험적으로 입증하거나 상용화하진 못했다.
앞서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5℃ 조건에서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데이터 조작이 드러나 결국 논문을 철회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과학자들도 2015년 황화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해 절대온도 203K(-70℃)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켰지만 상온 수준까진 이르지 못했다.
초전도 현상은 특정물질을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했을 때 전기저항이 0이 되고 내부 자기장으로 공중에 뜨는 현상이다. 전기저항이 0이면 전자기기를 작동할 때 생기는 발열이 사라진다. 초전도체를 구현할 수 있는 재료들로 전기·전자부품을 바꾸면 낭비 없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송배전 손실률(전기가 사용자까지 전달될 때 저항으로 잃어버리는 전력손실률)은 3.5%에 이른다.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구리전선의 전기저항으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한 해 20조~30조원이 송전과정의 전력손실로 사라진다. 이외에도 초전도 현상을 활용한 고성능 전자석을 만들어 자기부상열차와 핵융합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한명준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연구팀이 발표한 대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상용화할 수 있다면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모든 전기·전자부품의 한계가 극복될 것"이라며 "송전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지 않아 전기 손실도 없고 이론적으로 자기부상열차, 핵융합발전 등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이 개발한 물질에 납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독성을 어떻게 제거하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논문에 쓰인 데이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논문에서 말하는 핵심적 내용에 대한 실제 검증과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이 아카이브에 공개한 논문은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아 여러 한계가 있다. 연구자들이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등재하려면 동료평가를 거쳐야 한다. 다만 데이터가 다소 부실하지만 논문에 대다수 내용이 공개된 만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민간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정식 논문 발표와 샘플, 데이터 공개를 준비 중이다.
한국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외에서 검증과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상온 초전도체 구현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재 연구진 데이터로는 상온 초전도체라고 볼 수 없으며 구현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부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2일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한 데이터가 실험적으로 검증이 안된 상황인데 이론적으로는 구현 가능하다는 분석은 큰 의미가 없다"며 "초전도체는 특정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했을 때 '0'이 돼야 하는데 연구데이터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부단장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시료를 제공하고 그것을 국내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검증하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선 임계온도를 특정할 수 없고 전기저항도 0을 구현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내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난달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납, 구리, 인회석을 활용해 'LK-99'라는 새로운 결정구조를 만들고 400K(127℃) 임계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물이 100℃라는 임계온도에서 끓듯 'LK-99'는 127℃에서 전기저항 0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상온(25℃)보다 임계온도가 높은 경우를 모두 상온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장(한국공학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최 회장은 학회 내부에 '상온초전도검증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현재까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발견과 관련해 회의적이다.
최 회장은 "위원회가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한 데이터와 공개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제작한 시편을 제공한다면 검증위원회에서 상온 초전도체 검증을 위한 측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검증에 참여할 기관으로 서울대, 성균관대, 포스텍을 꼽았다. 시편검증 외에도 성균관대 양자물질초전도연구단, 고려대 초전도재료및응용연구실,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 등에서 'LK-99' 재현을 시도 중이다.
◆美 LBNL 연구소, 이론적으로 초전도체 구현 가능 발표…사전 논문, 실제 물질 합성 없어 한계도
상당수 전문가가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미국과 중국 등에선 한국 상온 초전도체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시네드 그리핀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은 지난 1일 고성능 컴퓨터로 'LK-99' 구조에서 전자의 이동경로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온 초전도 현상을 이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 연구진이 'LK-99'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첫 검증결과다.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려면 전자들이 특정조건 등에 맞는 전도경로를 따라야 한다. 그리핀 연구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LK-99'의 전자에너지 상태가 '페르미 표면'에 가깝다고 밝혔다. 페르미 표면에 더 가까운 전도경로가 많을수록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해당 시뮬레이션 결과가 동료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전 논문'이고 실제 물질을 합성하지 않고 이론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로 추가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물질을 합성하다 보면 구조가 망가지거나 전자수가 부족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생길 수 있어서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진은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 물질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물체가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초전도체의 특성 중 하나가 자석에서 뿜어져나오는 자기장을 되받아치는 '마이스너현상'인데 이를 재현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중국 난징대,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등 연구기관에서 'LK-99' 재현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 연구팀 발표한 재료, 초전도체 구현과 데이터 미비 한계
다만 재료·구현 기술 모두 공개해 신중론도…美연구소 검증 중
한국 과학자들이 초전도 현상을 상온·상압에서 구현했다고 발표하면서 진위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초전도 현상은 특정 물질을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시켰을 때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내부 자기장으로 공중에 뜨는 현상이다. 초전도체로 자기부상열차나 핵융합 발전 등을 실현시킬 수 있지만, 이번 논문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과학계에 따르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고려대 창업기업) 등 연구팀은 최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상온·상압 조건에서 납 기반 초전도체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논문은 학술지에 등재되려면 동료평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아카이브에는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 온라인에 사전 공개돼 여러 한계를 지닌다.
◆꿈의 초전도 현상, 110여년간 정복 연구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가 처음 관찰했다. 이 초전도 현상은 1957년 미국 물리학자 존 바딘(John Bardeen), 레온 쿠퍼(Leon Cooper), 존 쉐리퍼(John Schrieffer)가 자신들의 이름을 따 BCS 이론으로 정립시켰다. 초전도 현상 발견과 BCS 이론을 만든 공로로 네 사람 모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110년 넘게 초전도체 구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초전도체가 고압의 영하 조건에서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발견됐을 땐 절대온도 4K(-269℃)에서 나타났고 1986년 구리 산화물 세라믹 물질도 90K(-183℃)에서 구현됐다. 물이 100℃라는 임계점에서 끓는 것처럼, 초전도체는 물질에 따라 냉각되는 임계점이 달라져 수많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상온·상압 조건에서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발표하니 주목받는 것이다. 이들은 납과 구리, 인회석(인산염 광물 일종)을 사용해 새로운 결정구조인 'LK-99'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LK-99를 400K(127℃)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논문이 주목받는 배경은 물질 재료와 제작 과정 등이 공개돼서다.
◆회의론 다수지만, 美 연구소 검증 중…과학계 3가지 쟁점은
앞서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데이터 조작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논문을 철회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과학자들도 2015년 황화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해 영하 절대온도 203K(70℃)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고 이를 점진 발전시켰지만 상온 수준까진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① 무엇보다 이번 논문은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 사전 공개됐다. 마이클 노먼(Michael Norman)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박사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연구팀은 정말 아마추어처럼 보인다"며 "초전도 현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일부 데이터를 제시한 방식은 수상하다(fishy)"고 지적했다.
② 연구팀이 발표한 데이터와 재료가 초전도체를 구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노먼 박사는 "납과 인회석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비전도성 광물"이라면서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의미 있는 시작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③ 다만 데이터가 다소 부실하지만 논문에 대다수 내용이 공개된 만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나디아 메이슨(Nadya Mason)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데이터가 약간 엉성하다"면서도 "연구팀이 적절한 데이터와 그들의 제조 기술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이 논문의 물질 재현을 시도 중이다. 초전도체가 상온에서 만들어진다면 전기 저항 없이 무손실 송전이 가능해진다. 또 자기부상열차나 핵융합 발전 등 꿈의 기술이 실현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논문에 보고된 내용만으로는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현재 회의적 시각이 대다수지만 현재 관련 데이터가 모두 공개됐고 미국에서 검증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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