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빠진 아파트] “현장 인력 대부분 경험 미숙 외국인.... 시공 오류·품질 저하, 예견된 사태”

이미호 기자 2023. 8. 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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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오류 미흡사유 봤더니... “배근도 이해, 도면검토 부족”
골조공정, 힘 많이 요해 ‘기피 대상’... “외국인 집중 투입”
“정부, 인력 불균형 해소...안정적 수급 고심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계·감리업체의 부실공사 적발시 바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공사현장(시공)에서의 품질 관리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 인력의 상당수가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경험이 미진한 ‘젊은 외국인 근로자’라는 점에서, 개별 공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기술 숙련도를 쌓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남양주 별내 A25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LH의 안내문이 임시 보강 구조물(잭서포트)에 붙어 있는 모습/연합뉴스

3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철근누락이 발생한 15곳의 공공주택 아파트 가운데 ‘시공오류’ 판정을 받은 곳은 음성 금석 A2, 남양주 별내 A25, 양산 사송 A8, 공주월송 A4(전수조사중), 아산탕정 2-A14(전수조사중) 등 5곳이다. 나머지 10곳은 설계오류 판정을 받았다. 특히 시공오류 미흡사유는 모두 ‘배근도 이해 및 도면검토 부족’이었다.

건설업계에서는 배근도 이해나 도면검토 부족은 늘 현장에 상존하는 리스크라고 입을 모은다. 공사현장은 통상 ‘팀 단위’로 굴러간다. 원청업체(시공사)에서 현장소장과 공무과장, 공사과장, 총무 등 조직을 구성해서 파견을 보낸다. 그 아래 수십 여개 공정별로 전문공정업체와 각기 계약을 맺는 구조로 돼 있는데, 전문 업체(하청) 팀장들이 소위 ‘십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십장들은 작업자(일용직 근로자)를 채용하고 관리하는데, 이 자리가 ‘젊은 중국인 및 외국인’들로 채워진지 오래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19만3585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건설근로자의 12.4%에 달하는 수치인데, 건설근로자공제회 내역을 바탕으로 한 조사라는 점에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현장 인력은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별 분포를 보면 50대 이상이 45.6%로 내국인 근로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직종별로 보면 ▲형틀목공 24.5% ▲보통인부 23.7% ▲철근공 13.6% 등으로 분포돼 있다. 상대적으로 힘을 많이 요하는 공정에 외국인 근로자의 60% 이상이 쏠려있는 셈이다. 특히 골조공정의 핵심인 알폼(알루미늄폼)과 타설 작업은 일이 매우 고되다는 점에서 내국인들에게 ‘기피 대상’으로 여겨진다.

건설현장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A씨는 “형틀목공이 골조공사를 리드하는데 개인적 습관이나 방법에 따라 시공하기 때문에 이른바 통일된 시공지침이라는게 없다”면서 “또 해당 공정을 빨리 끝내고 다른 현장으로 또 이동해야 하기에 누락과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건비가 비싼 것도 있지만 워낙 현장은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함께 일하려는 내국인 근로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정 과정상 ‘시공 품질’ 저하를 막으려면 어느 공사 현장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 수급을 균형있게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작업자의 숙련도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지역마다 공사현장마다 특성이 다 다른데 수급의 불균형 자체가 너무나 심각하다. 내국인들은 안하려고 하고 외국인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전문건설업체가 한 팀을 정식으로 전부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때 그때 프리랜서처럼 뛰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곳의 공사 현장이든 인력 자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수급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정부가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안정적인 인력수급을 위해서는 결국 건설업계에 내국인 인력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은정 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 연구위원(박사)은 “‘기능 등급제’ 등을 도입했지만 현장에서 왜 활용이 잘 안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젊은 나이에 공사현장에 있더라도 ‘직업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줘야 내국인이 계속 남을 것이다. 자신의 10년 뒤, 20년 뒤가 그려져야 한다. 공사현장에서 숙련성과 전문성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경력 관리 루트’에 대해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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