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세상은 단 15cm뿐…그래도 축제 성공은 선명히 보이죠”
“황반변성 등에 잘 안보여도 상상력 더 키울수 있죠”
최근 서울 대학로 PMC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만난 송 감독은 파주 국제 북&아트 페스티벌(PBAF)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올림픽 이후 대외적인 활동을 그만 두려다가 파주 출판도시를 위해 다시 나선 그는 “예전에 파주에 살았던 적도 있었다. 출판도시에 가보면 유명 건축가들이 고민해 지은 멋진 건물들도 많은데 그게 저녁만 되면 죽은 도시처럼 변하는 것이 안타깝더라. 출판도시 20주년을 맞이해 내년 9월을 목표로 새로운 축제를 만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내년으로 축제가 잡힌만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도 세워나가는 중이다. 그는 “초청 공연과 프린지 공연(공모 공연)으로 나누고, 장르도 연극 뮤지컬 음악 단편영화 등 부문을 다양하게 나눠서 할 예정이다. 파주출판도시가 1단지 이후 2단지까지 생기며 2단지 쪽에는 영화·영상 회사도 많고, 파주에 거주하는 작가들도 300명이 넘어서 잠재력이 뛰어난 곳이다”고 강조했다. 일단은 5일 동안 150개의 공연 정도를 잡고 있지만 추후에는 3300개 공연을 한달간 치르는 에딘버러처럼 키우겠다는 것이다.
송 감독이 생각하는 PBAF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공연의 해외 진출 및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축제다. 그는 “물론 축제의 첫번째 목적은 일상이 아닌 일탈이 주는 자유로움이다. 아무래도 서울 시민에 비해서는 문화 접근성이 떨어지는 파주 시민들에게 예술을 즐기며 느끼는 자유로움을 드려야 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발전을 하려면 그것에 만족하지 말고 공연의 유통까지 이어져야 한다. 내가 1999년 에딘버러에 간 것도 결국 난타 공연을 세계 무대에 팔기 위해서였다. 이탈리아나 일본의 극장 사람들이 이 공연을 우리 극장에서도 해달라고 요구하도록, 일종의 문화기지가 되어야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말처럼 쉬운 목표는 아니다. 최소 3년을 내다보고 이번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송 감독이지만 파주에서는 일관된 콘셉트 유지를 위해 5년, 나아가 10년 까지도 그가 뛰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의 건강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아 시력이 떨어진 그의 가시거리는 현재 15~20cm 정도다.
실제로 적극적으로 주변 환경을 바꾸고 적용해보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삼성에서 만들어준 시각장애인용 안경이 있다. 앉아있을 때는 참 좋은데 걸어다니기는 약간 어지러워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있다”고 말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익숙하게 이동한 뒤 직접 만든 웨어러블 기기를 꺼내들었다.
송 감독은 “짐벌 카메라용 조끼를 사서 아이패드를 악보로 쓸 때 이용하는 보면대 윗부분을 떼서 달았다. 총 39만원 정도 들였는데 명동에 나가서 직접 걸어다녀보니 좋더라. 잘 안 보이는 부분이 궁금하면 줌인하면 되고, 녹화해서 나중에 자세히 보며 생각하기에는 더 편한 부분도 있다”고 기뻐하며 말했다.
기술의 도움으로 잘 보여서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다시 한 번 웃은 그는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이다. 이미 65년 정도 본 뒤에 눈이 나빠져서 다행이다.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새가 어떻게 나는지 다 알지 않나. 잘 안 보여도 생각할 수 있으니 일 하는데 지장은 없고 오히려 상상력을 더 키울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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