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최대 340t 고래 화석, 동물계 헤비급 챔피언 바뀌나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8. 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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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3900만년 전 고래 뼈 발굴
대왕고래보다 작지만 무게 더 나갈 수도
페루 사막에서 발굴된 3900만년 전 고래인 페루세투스 콜로서스( Perucetus colossus)의 상상도./Alberto Gennari
페루 남부 사막에서 발굴된 3900만년 전 고래 등뼈 화석을 옮기는 모습. 생전 몸무게가 최대 340t이었다고 추정됐다./Giovanni Bianucci

페루 사막에서 거대한 고래 뼈가 발굴됐디. 3900만년 전 살았던 이 고래는 현재 가장 무거운 동물인 대왕고래에 필적하는 몸무게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발견으로 해양동물이 거대해지는 진화가 생각보다 일찍 시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자연사박물관 엘리 암슨(Eli Amson) 박사 연구진은 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페루에서 발굴한 ‘페루세투스 콜로서스(Perucetus colossus)’가 3900만년 전 살았던 거대한 고래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대왕고래보다 더 무거웠을 가능성 있어

페루 국립산마르코스대 자연사박물관의 마리오 우르비나(Mario Urbina) 박사는 2010년 페루 남부의 사막에서 땅 위로 튀어나온 물체를 발견했다. 화석이 된 뼈라면 작은 구멍이 무수히 나있어야 하지만, 이 물체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돌덩어리 같았지만,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보니 거대한 동물 뼈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추가 발굴을 통해 갈비뼈 4개와 등뼈 13개, 일부만 남은 골반뼈 1개를 찾았다. 골반뼈는 전형적인 고래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 주변 퇴적물의 탄소 연대 측정을 통해 뼈 연대는 3900만년 전으로 나왔다. 연구진은 당시 바다에 살았던 비슷한 고래류와 비교해 이 화석이 새로운 고래 종(種)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페루 사막에서 발굴된 3900만년 전 고래인 페루세투스 콜로서스( Perucetus colossus)의 뼈들(붉은색). 갈비뼈와 등뼈, 골반뼈 일부가 발굴됐다./Giovanni Bianucci

암슨 박사 연구진은 발굴한 뼈를 의료용 영상장치로 촬영해 3차원 입체 구조로 만들었다. 이를 비슷한 시기의 고래류인 바실로사우리드(basilosaurid)의 전체 골격과 비교했다. 연구진은 페루세투스의 다른 뼈도 지금까지 나온 뼈처럼 밀도가 높았다면 전체 골격의 무게는 5.8~8.3t이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뼈 무게만 따지면 대왕고래의 두 배나 된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는 몸길이가 20m로 대왕고래의 3분의 2이지만, 몸무게는 최소 85t에서 최대 340t으로 추정됐다. 중간값은 180t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가장 큰 대왕고래의 무게는 190t이었다.

연구진은 페루세투스가 대왕고래와 몸무게가 비슷하거나 더 나갔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뼈 전체가 발굴되지 않은 데다, 뼈만으로 전체 몸을 구성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가장 무거운 동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페루세투스(위)와 대왕고래(가운데), 바실로사우리드에 속하는 멸종 고래인 신티아케투스 페루비아누스(Cynthiacetus peruvianus, 아래)의 비교./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고래 진화의 새로운 경로 제시

고래는 약 5000만년 전 육지에 살던 개만 한 크기의 포유동물에서 진화했다. 초기 고래는 짧은 팔다리로 물고기를 사냥하고 해안가에 나와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물개와 비슷한 삶이다. 초기 고래는 수백만 년 후에 사라지고 바실로사우리드라는 고래류가 나타났다. 이 고래는 스쿨버스만큼 커졌지만, 여전히 발가락이 달린 뒷다리를 가져 육지에서 나온 동물의 후예임을 알 수 있었다.

바실로사우리드는 3500만년 전까지 바다를 지배하다가 멸종했다. 이후 또 다른 고래류가 등장해 오늘날 고래로 이어졌다. 대왕고래와 귀신고래는 최근 수백만년 사이에 거대한 몸집으로 진화했다. 과학자들은 해류의 변화로 극지방에 크릴 같은 먹이가 풍부해지자 고래가 한 번에 엄청난 물을 빨아들여 먹이를 먹도록 몸집을 키웠다고 본다.

페루세투스는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3000만년은 더 일찍 고래의 몸집이 거대해졌음을 보여줬다. 고래 진화의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 것이다. 연구진은 페루세투스의 단단한 뼈가 새로운 진화의 단서라고 밝혔다. 다른 고래와 달리 미세 구멍이 없고 단단해 망치로 못을 박는 것도 불가능했다.

연구원들이 드릴로 페루세투스의 뼈에 구멍을 뚫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뼈는 망치로 못을 박지 못할 정도로 단단했다./Giovanni Bianucci

연구진은 페루세투스가 대왕고래보다는 바다소목(目)의 매너티와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왕고래는 몸매가 날렵히지만 페루세투스는 거대한 소시지 같은 몸통에 노 모양의 꼬리를 움직여 얕은 바다를 헤엄쳤다는 것이다.

매너티는 해초를 뜯어 먹고 산다. 폐는 깊은 바다를 헤엄치는 대왕고래와 달리 공기로 가득 차 있고, 내장에도 먹이가 발효되면서 나온 가스가 있다. 이 상태로는 몸이 둥둥 뜰 수밖에 없다. 매너티는 대신 밀도가 높은 뼈를 균형추처럼 진화시켰다. 페루세투스의 단단한 뼈도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페루세투스도 플랑크톤보다 해초를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머리뼈가 나오지 않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미국 노스이스트 오하이오 의대의 한스 테위샌(Hans Thewissen) 교수는 네이처에 같이 실린 논평 논문에서 “연구진의 몸무게 추정치가 합리적”이라면서도 “최초의 초식 고래라기보다는 해저에서 진흙을 퍼내어 그 안에 들어있는 벌레와 조개류를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고래인 귀신고래가 그렇게 먹이를 먹는다. 암슨 박사는 초식 고래가 아니라면 바다에 가라앉은 다른 동물의 사체를 먹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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