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美 빌보드 장악…'좋은 음악' 통한다는 민희진 式 증명
'슈퍼 샤이' 등 타이틀곡 3곡 '핫100' 동시 진입…K팝 걸그룹 최초
'빌보드 200' 1위·'핫100' 3곡 진입 동시 거둔 K팝팀은 방탄소년단과 有二無三
'버블링 언더 핫 100'에도 3곡 포진…'글로벌 200'에선 앨범 6곡 모두 진입
팝 본고장서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거둔 쾌거
3일(현지시간) '롤라팔루자 시카고' 출연으로 현지 활동 본격화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가 총괄 프로듀싱한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가 '좋은 음악'은 통한다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뉴진스는 지난달 21일 발매한 미니 2집 '겟 업(Get Up)'을 통해 '팝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K팝 팀 기록을 다시 써내려가면서 이 같은 사실을 새삼 증명하는 중이다.
뉴진스의 '겟 업'은 5일 자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정상을 거머쥐었다. 데뷔 약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K팝 그룹 중 글로벌 슈퍼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비롯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스키즈), '블랙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에 이어 여섯 번째로 1위를 차지했다.
K팝 걸그룹 중에선 블랙핑크에 이어 두 번째로 해당 차트 정상에 오르게 됐다. K팝 걸그룹 중 데뷔 이후 최단 기간에 이 차트 정상에 올랐다. 특히 2008년 4월 미국 그룹 '대니티 케인(Danity Kane)'의 '웰컴 투 더 돌하우스' 이후 지난 15년 동안 여성으로만 이뤄진 그룹의 앨범이 1위를 차지한 건 블랙핑크 '본 핑크'와 뉴진스의 '겟 업'이 유일하다.
뉴진스는 '겟 업'으로 '슈퍼엠'(2019)의 슈퍼엠, '오디너리'(2022)의 스트레이 키즈에 이어 '빌보드 200' 첫 진입과 동시에 1위에 오른 세 번째 K팝 팀이 됐다. 아울러 슈퍼엠이 데뷔 음반인 '슈퍼엠'으로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면서 K팝 팀 중 데뷔 이후 해당 차트에 가장 빨리 정상에 오른 그룹이 됐지만, 이 팀은 '샤이니' '엑소' 'NCT' 등 기존 SM엔터테인먼트 인기 보이그룹 멤버들이 뭉친 팀이었다. 온전히 신인으로만 이뤄진 K팝 그룹 중에선 뉴진스가 해당 차트에 가장 빨리 정상에 오른 팀이 됐다.
특히 뉴진스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K팝 걸그룹 신기록을 썼다.
'겟 업(Get Up)' 선공개 싱글로 지난 7일 먼저 발매된 '슈퍼 샤이(Super Shy)'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5일 자 '핫100'에서 48위를 차지했다. 지난 주 64위보다 16계단 뛰어 오른 자체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슈퍼 샤이'는 해당 차트에 66위로 들어왔다.
아울러 '겟 업' 발매와 동시에 공개된 'ETA'와 '쿨 위드 유(Cool With You)'는 각각 이번 주 '핫100'에 81위와 93위로 들어왔다. 이에 따라 뉴진스는 '겟 업' 트리플 타이틀곡 모두를 '핫100'에 동시에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지금까지 K팝 걸그룹이 '핫100'에 동시 진입시킨 최다 곡 수의 기록은 뉴진스와 블랙핑크가 각각 2곡씩으로 같았다. 3곡 이상 동시 진입시킨 K팝 걸그룹은 뉴진스 뿐이다. 남녀 통틀어도 방탄소년단과 뉴진스밖에 없다.
아울러 뉴진스는 앞서 '디토(ditto)', '오엠지(OMG)'에 이어 '핫100'에 지금까지 총 다섯 곡을 올리는 기록을 썼다. '디토'와 'OMG'는 각각 이 차트에 5주와 6주간 머물며 저마다 최고순위 82위와 74위를 찍었다.
지금까지 K팝 그룹 중 '핫100'에 곡을 가장 많이 올린 그룹은 방탄소년단이다.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1위 노래 6곡 포함 27곡을 해당 차트에 진입시켰다. 블랙핑크가 9곡으로 뒤를 따랐고 그 뒤가 5곡으로 바로 뉴진스다.
아울러 뉴진스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면서, 세 곡도 '핫100'에 동시 진입시킨 유이무삼(有二無三)한 K팝 그룹이 됐다.
특히 개별 곡 순위인 '핫 100'은 피지컬 싱글, 디지털 음원 판매량뿐 아니라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점수, 유튜브 조회수 등을 총망라한다. '풀뿌리 차트'로 불리는 만큼 현지 음악 팬들 사이 인기 실체가 없으면 진입조차 어렵다.
음반에 담긴 곡 수가 많으면 스트리밍 횟수나 다운로드 수치를 판매량으로 환산할 때 유리하다. 그런데 뉴진스의 '겟 업'은 단 6개 트랙으로 '빌보드 200' 1위를 만들어냈다. 역대 '빌보드 200' 1위 앨범 중 손에 꼽히는 적은 곡 수이자 이 가운데 절반인 3곡을 '핫 100'에 동시에 올려놓은 것이다.
또 '핫 100' 진입 직전 25개 곡의 순위를 매긴 '버블링 언더 핫 100'에서 '뉴 진스(New Jeans)'가 5위, 'ASAP'가 16위, '겟 업'이 22위를 차지하면서 이번 앨범에 실린 6곡 모두 '핫100' 안팎에 포진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빌보드 내 주요 차트 중 하나인 '글로벌 200'에선 6곡이 모두 순위권에 들었다. '슈퍼 샤이'가 전주보다 2계단 상승한 3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ETA' 12위, '쿨 위드 유' 22위, '뉴진스' 25위, 'ASAP' 33위, '겟 업' 57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뉴진스는 빌보드 내 다른 세부 차트에서도 선전했다. 뉴진스는 '아티스트 100'에서 2위에 올랐고, '겟 업'은 톱 앨범 세일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뉴진스의 '겟 업'은 그레타 거윅 감독의 신작으로 미국에서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바비' OST 열풍에 맞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둬 의미가 더 크다. 이번 주 '빌보드 200' 상위권 차트는 예정보다 사흘이나 늦게 발표됐다. '겟 업'과 영화 '바비' OST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였기 때문에 상세한 집계 처리 과정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리 아이리시, 두아 리파 등 인기 팝스타와 K팝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등이 참여한 '바비' OST는 이번 주 12만6000장 상당의 판매량으로 '빌보드 200' 2위에 올랐다. 뉴진스 '겟 업'과 불과 500장 차이다.
무엇보다 뉴진스는 미국 현지에서 제대로 된 프로모션을 한 적이 없어 이런 성과들이 더 높게 평가 받고 있다. 민희진 프로듀서가 제작자로서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 새삼 증명됐다는 평이다. 좋은 청자인 민 프로듀서는 본인이 작사·작곡을 하지 않음에도 좋은 곡들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좋다. 최근 주요 프로듀서 중에서 가장 좋은 음악을 많이 찾아 듣는 이가 민 프로듀서다. 이오공(250), 프랭크(박진수), 빈지노, 김심야 등 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바나) 소속 뮤지션들과 유기적인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 덕분에 유케이 개러지(UK Garage)·저지 클럽(Jersey Club)·R&B 등 근사한 사운드를 빚어냈다.
또 민 프로듀서는 비주얼 디렉터 출신인 만큼 이미지 연출도 탁월한데, 뉴진스는 좋은 것에 대한 '민희진 식 시·청각적 핍진성'이 절정에 달한 사례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밀접하면서 세련된 면모가 미국 풀뿌리 인기 반영인 '핫100' 등에서 별다른 홍보 없이도 반향을 일으킨 이유라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에로스와 푸시케'를 재해석한 '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홍콩 톱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는 민 프로듀서가 직접 섭외했는데 단지 화제성을 위한 캐스팅이 아닌 극의 유기적인 흐름에 따른 판단으로 전해졌다. 민 프로듀서는 방탄소년단 멤버 뷔(V·김태형)와 협업을 통해 프로듀서로서 능력을 또 다른 방식으로 증명해나갈 예정이다.
뉴진스는 3일 오후 5시(한국시간 4일 오전 7시) 미국 대형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오른다. 이 무대에 오르는 K-팝 걸그룹은 뉴진스가 최초다. 이번 무대는 위버스 라이브(미국 외)와 Hulu(미국)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이 무대를 기점으로 뉴진스의 현지 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투어 일정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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