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토론토에서 컴백하다니…" 왜 수술→복귀 만으로 놀라워할까

윤욱재 기자 2023. 8. 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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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이 마침내 복귀전에 나섰다. ⓒ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마침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돌아왔다. 수술 후 1년 여만에 다시 마운드를 밟는 류현진의 모습에 현지 언론에서도 적잖게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류현진이 지난 해 6월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이후 426일 만에 복귀전을 치르는 감격적인 순간. 류현진은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느라 오랜 기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벌써 36세라는 나이. 베테랑에 접어든 그는 수술 이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도 꿋꿋이 재활에 매진했다.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류현진은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13.6kg을 감량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류현진의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류현진은 루키리그, 싱글A, 트리플A 등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통해 건재함을 알렸고 마침내 빅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정말 극적인 복귀가 아닐 수 없다. 현지 언론에서도 투구 내용을 떠나 그가 마운드로 돌아왔다는 자체 만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 스타'는 2일 류현진의 복귀전 소식을 전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다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고 마침 그는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라고 류현진이 토론토에서 복귀전을 치른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

충분히 이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 류현진은 올해로 토론토와의 4년 계약이 끝을 맺는다. LA 다저스 시절이던 2019년 29경기 모두 선발투수로 등판해 182⅔이닝을 소화하면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를 남긴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FA 시장에 등장했다. 일약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난 류현진의 손을 잡은 팀은 다름 아닌 토론토였다. 류현진은 그렇게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에 FA 잭팟을 터뜨리고 토론토의 새로운 에이스로 새 출발했다.

사실 토론토에 입단한 첫 시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주위에서는 투수 친화적인 다저스타디움을 떠나 강자들이 몰려 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팀으로 이적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마침 2020시즌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단축 시즌으로 치러지면서 류현진의 토론토 이적 첫 시즌은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류현진은 달랐다. 12경기에 등판해 67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랭크될 정도로 뛰어난 투구를 보여주면서 토론토의 투자가 옳았음을 증명한 류현진은 2021년에는 31경기에서 169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이 4.33으로 상승하기는 했으나 개인 최다 타이인 14승을 거두면서 꾸준히 투구를 이어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지난 해 팔꿈치 부상과 수술이라는 시련을 맞으면서 2승 평균자책점 5.67에 그친 것이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토론토와의 4년 계약도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사실 류현진이 수술대에 오를 때만 해도 과연 류현진이 토론토와 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마운드로 복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묵묵히 재기를 노렸고 오늘날 다시 로저스센터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토론토 스타'도 "류현진은 컴백이 예상되지 않는 커리어 단계에 있었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복귀했다"라고 류현진의 복귀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재기의 희망을 밝히는 투구를 펼쳤다.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는 류현진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5이닝을 던졌고 안타 9개를 맞았지만 볼넷은 1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탈삼진은 3개를 기록했다.

토론토도 80개의 공으로 5이닝을 막은 류현진을 보면서 6회에도 투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듯 하다. 류현진은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거너 헨더슨에 솔로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강팀인 볼티모어를 상대로 나름 선방했다. 결과는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1마일(146km)까지 찍혔다. 90마일(145km)이 넘는 공도 5개를 뿌리면서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분명 위력이 있었고 70마일(113km)의 느린 커브도 구사하면서 활용의 폭을 넓혔다.

비록 류현진은 홈런을 맞고 마운드에서 강판된 것이 이날 경기의 마지막 장면이었지만 그가 마운드에서 걸어 나오자 관중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면서 류현진의 복귀를 축하했다. '토론토 스타'도 "로저스센터에 모인 관중들은 류현진에게 환영 인사를 했고 이것은 류현진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을 것이다"라고 류현진이 토론토 홈 관중들로부터 따뜻한 환대의 박수를 받았음을 전했다.

관중들 뿐 아니라 팀 동료들도 오랜만에 만난 류현진이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류현진의 절친이자 '류현진 바라기'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우완투수 알렉 마노아는 그 누구보다 류현진의 복귀를 반긴 사람이다. 마노아는 "류현진이 돌아와서 매우 신이 난다"라면서 "류현진이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완전히 '접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류현진이 순조롭게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거치고 돌아온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말했다.

▲ 류현진. ⓒ스포티비뉴스DB
▲ 류현진이 426일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스포티비뉴스DB
▲류현진

이미 마노아는 류현진이 어떻게든 마운드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나는 수술 후 회복 과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빨리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류현진일 것"이라는 마노아의 말에서 류현진에 대한 신뢰를 읽을 수 있다.

마노아는 류현진이 자리를 비운 지난 해 31경기 모두 선발투수로 나와 196⅔이닝을 던져 16승 7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면서 토론토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류현진이 2020년에 그랬던 것처럼 마노아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랭크됐다. 비록 올해는 2승 8패 평균자책점 5.87로 부진하고 있지만 그가 토론토 마운드의 미래를 이끌 선수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과연 류현진 본인은 메이저리그 무대로 복귀한 것에 대해 얼마나 만족감을 드러냈을까. 류현진은 경기를 마치고 난 뒤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나는 돌아온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한다"라고 복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솔직히 내가 선발투수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슬플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5이닝 이상 던져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다"라고 다음 등판부터 점차 나아지는 투구를 펼칠 것임을 다짐하기도 했다.

토론토는 마침 '죽음의 17연전'을 치르고 있다. 휴식 없이 17일 동안 계속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토론토로서는 이 기간의 성과가 시즌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토론토가 류현진의 복귀를 목 빠지게 기다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토론토는 59승 49패(승률 .546)로 호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에 만족해야 한다. 1위 볼티모어가 66승 41패(승률 .617), 2위 탬파베이 레이스가 66승 44패(승률 .600)로 너무 강한 탓이다. 현재로선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노리는 것이 최선이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돌아오면서 6선발 체제를 운영하는 묘안을 내놨다. 이미 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 기쿠치 유세이, 마노아 등 5선발 체제가 굳건하지만 벌써 8월로 접어드는 만큼 투수들의 체력 역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토의 6선발 체제가 그대로 가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류현진의 복귀 후 두 번째 선발 등판은 오는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176경기, 1008⅓이닝, 75승, 46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의 커리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 류현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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