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도 송공산 기슭 무릉도원을 아시나요
전라남도 신안군의 군청소재지 압해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230.9m 송공산이다. 높지는 않지만 장쾌한 전망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한다. 서쪽으로 다도해를 점점이 수놓는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장산도, 비금도, 도초도가 보이고, 북쪽으로 당사도, 매화도, 고이도, 증도, 지도가 눈에 들어온다. 해남 화원반도와 진도의 눈부신 다도해가 남쪽으로 펼쳐지고,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저 멀리 내륙의 유달산, 승달산, 은적산, 월출산이 늠름하다.
이 산 기슭에는 그림 같은 신안의 풍경을 압축해 놓은 듯한 분재정원이 있다. 산 남쪽에 펼쳐지는 바다정원(1만7,000ha)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총면적 13만7,000㎡(4만1,500평)로 만들어진 '1004섬 분재정원'에는 기기묘묘한 분재 1,000여 점이 미니어처 무릉도원을 연출하고 있다.
분재의 중요한 재료인 곰솔은 해송이라 불린다. 현재 전국에서 유통되는 곰솔의 상당수가 신안군 해안선에서 채취된 후 분재로 만들어져서 유통되고 있다. 지역 명물 곰솔의 외부 유출을 막고 신안을 떠난 곰솔 분재를 고향으로 불러들이려는 지역민들의 염원이 명품 분재정원으로 거듭났다. '1004섬 분재정원'에서 꼭 봐야 할 몇몇 곳을 소개한다.
# 1 야외분재전시장
이곳의 특징은 전시장 내에 인공적인 작은 산줄기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석가산으로 부르는 이 산맥 형상의 구조물이 분재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관람객들을 첩첩산중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뜨린다. 이런 마운딩은 거센 바닷바람으로부터 100여 점에 이르는 야외 분재 작품을 지켜주는 효과와 분재를 감상할 때 다른 분재 작품으로 인한 시각적 간섭을 받지 않도록 해 감상에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2 최병철분재기념관
평생을 분재 연구에 바친 '한국 1호 분재박사' 고故최병철 박사가 소장한 분재 200점과 조경수 등이 전시돼 있다. 건국대학교 분재학 교수로 재직했던 최 박사는 지난 2009년 1004섬 분재정원 조성 과정에서 자문을 맡으며 신안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분신 같은 작품들과 각종 소재 8,800점, 서적과 자료 1,000여 점 등을 모두 신안에 기증했다. 그가 만든 서울의 효림분재원에서 신안까지 기증물들을 이송하기 위해 조경인력 21명과 5톤 탑차 4대가 동원됐다.
# 3 송암배롱나무 정원
배롱나무는 꽃이 오랫동안 피어 백일홍 혹은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대서 간지럼 나무라고도 한다. 7월부터 가을 초입까지 붉은색 꽃이 피는데 옛 선비들이 특히 좋아해 지금도 고택이나 서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세 그루는 나주에서 경찰차 호송을 받으며 왔다. 200년 전 나주의 어느 마을 입구에 심어진 배롱나무를 기증받은 것이다. 압해도까지 이송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배롱나무 가지의 폭이 넓어 육상으로 이송이 어려워 헬기를 쓰려던 찰나, 겨우 가지를 손상되지 않게 조치해서 트레일러에 실었다.
# 4 암석원
분재와 기암괴석으로 만든 암석원은 산수화 한 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야외분재정원 아래에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홍도의 용섬을 본따서 만들었다. 이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풍문이 있다. 공무원시험 합격을 기원한 어느 부모의 자녀가 실제로 합격했다는 일화에서 생겨난 이야기. 바위들 사이로 작은 폭포가 운치를 더한다.
# 5 저녁노을미술관
분재정원 투어의 멋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곳. 고향을 사랑한 신안 출신 화가 우암 박용규 화백의 한국화 작품 169점을 기증받아 2014년에 문을 열었다. 미술관 안에 찻집이 있어 분재정원을 돌아보다가 쉬어가기 좋다. 멋진 작품들보다 더욱 멋진 것이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녁 노을. 커피 한잔하면서 분재정원 앞바다를 벌겋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번잡한 속세의 마음을 씻어보자. 마침 8월까지 이곳에서 '자산어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화가 등 예술가 25명이 참가한 이번 전시회는 정약전이 쓴 실학의 명저 <자산어보>에 기록된 약 227종의 바다생물과 유배 당시 집필한 흑산도의 생활상을 담은 작품 약 40점을 선보인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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