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극단주의 탓""무모한 재정지출 때문" 美 정치권 '신용등급' 거센 공방

[서울경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미 정치권의 거센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이 채무 불이행 위험을 조장한 것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정책이 미 국채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더힐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날 버지니아주 맥클린의 국세청(IRS)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저는 피치의 결정에 강하게 반대하며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치의 오류가 있는 평가는 오래된 데이터에 기반했으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반 간의 거버넌스 등 관련 지표의 개선 상황을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옐런 장관의 피치의 결정을 정면 부정하는 가운데 바이든 대선 캠프의 케빈 무노스 대변인은 이번 강등은 완전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탓이라고 밝혔다.

그는 NBC 방송 등에서 "이번 '트럼프 등급 강등'은 극단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슬로건) 공화당 어젠다의 직접적 결과"라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했으며,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재앙적 감세로 적자를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채한도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 공화당에 채무불이행을 감수하라고 언급한 것 등이 피치의 등급 강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직격했다. 공화당 소속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은 “지난 2년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통과시킬 10조 달러 규모의 신규 지출은 말할 것도 없고, 바이든 대통령의 벼랑 끝 전술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블레인 룻크메이어(공화당·미주리주) 하원의원도 “우리가 여전히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무모한 재정 정책이 우리의 통화와 재정에 대한 신뢰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뉴욕 증시는 갑작스러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피치는 전날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는데 미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간 것은 2011년 이래 12년 만이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