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오타니, 메츠의 폭탄세일, 그리고 ‘조류 동맹’ [이적시장 결산]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3. 8. 3. 0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8월 1일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이었다. 굵직한 전력 보강의 마지막 기회, 각 구단들은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마감시간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규모는 달랐지만, 전 구단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크고작은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매년 그러하듯, 메이저리그 여름 이적시장은 한여름 태양처럼 뜨거웠고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정신없었다. 그 정신없었던 순간들을 정리해봤다.

오타니는 남았다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오타니 쇼헤이의 거취였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그를 두고 ‘팔아서 유망주들을 조금이라도 얻어야한다’는 주장과 ‘그의 마케팅적 가치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LA에인절스는 결국 지키는 쪽을 택했다. 오타니를 트레이드하면 결국 자신들의 손으로 먼저 결별을 택한 것이 되기에 이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 남았다. 사진= MK스포츠 DB
이제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이기는 팀’을 만들어 오타니의 갈증을 풀어주고 그를 재계약으로 붙잡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루카스 지올리토, 레이날도 로페즈, 뉴욕 메츠에서 도미닉 레오네를 영입해 마운드를 보강했고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C.J. 크론과 랜달 그리칙을 영입해 타선을 보강했다. 이 과정에서 유망주 랭킹 30위 이내 유망주들을 다수 희생했다.

사실상 ‘올인’ 선이다. ‘모 아니면 도’의 결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도 이들에게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오타니를 FA 시장에서 놓친다 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는 재계약을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변명은 할 수 있게됐다.

예상을 깨고 남은 선수들은 또 있다. 시카고 컵스는 ‘셀러’로 나설 가능성이 높았지만 막판에 방향을 틀며 외야수 코디 벨린저, 우완 선발 마르커스 스트로맨을 지켰다. 여기에 3루수 자이머 칸델라리오, 우완 호세 쿠아스를 영입하며 필요한 부분을 보강했다.

트레이드는 구단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다면 선수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트레이드를 거부한 선수도 있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는 구단이 LA다저스와 트레이드에 합의했지만, 선수가 이를 거부했다. 보통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진 선수들은 이를 행사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의 선택은 모두를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다저스는 대신 다른 방향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필 빅포드, 테일러 스캇, 저스틴 브륄을 정리하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우완 랜스 린과 조 켈리, 캔자스시티 로열즈에서 라이언 야브로를 영입해 마운드를 보강했다. 키케 에르난데스와 재결합했으며 노아 신더가드와 아메드 로사리오를 맞바꿨다.

스티븐 코헨 구단주는 리빌딩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메츠는 팔고, 샌디에이고는 샀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두 ‘신흥 갑부’ 뉴욕 메츠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모두 이번 시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적시장에서 행보는 정반대였다.

메츠는 스티브 코헨 구단주가 경고한 대로 대규모 세일에 나섰다. 저스틴 벌랜더를 휴스턴 애스트로스, 맥스 슈어저를 텍사스 레인저스로 보내며 선발 원투펀치를 정리했다. 우완 데이빗 로버트슨, 도미닉 레오네, 외야수 마크 칸하, 토미 팸도 팔았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애스트로스에서 외야수 드루 길버트, 레인저스에서 내야수 겸 외야수 루이스앙헬 아쿠냐 두 명의 정상급 유망주를 영입했다. 이들은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다. 절망적인 시즌 한가운데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샌디에이고는 ‘바이어’로 나섰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선발 투수 리치 힐, 1루수 최지만을 영입했고 캔자스시티에서 우완 스캇 바를로우, 마이애미에서 1루수 가렛 쿠퍼를 데려왔다.

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보강이었다. A.J. 프렐러 단장은 “공격을 옳은 방향으로 밀고나가기 위한” 영입이었다며 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득점권 상황에서의 타격 대처 등을 보완하려고 했음을 알렸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3일 경기전까지 492득점을 내고 427점을 실점했다. 득실만 놓고 보면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하지만, 연장과 한 점 차 승부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말은 이 두 가지만 극복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토론토는 세인트루이스에서만 세 명의 선수를 데려왔다. 사진=ⓒAFPBBNews = News1
든든했던 조류동맹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이번 여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조류를 마스코트로 하는 이 두 팀은 무려 세 번의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토론토는 이 과정을 통해 좌완 헤네시스 카브레라, 우완 조던 힉스, 유격수 폴 데용을 영입했다.

리그에서 가장 견고한 5인 로테이션을 가졌고 여기에 류현진까지 복귀한 토론토는 선발보다는 불펜 보강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던 카브레라와 강속구가 주무기인 힉스를 영입하며 불펜의 무게감을 더했다. 보 비셋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이와 동시에 또 다른 유격수 데용을 영입했다.

이번 시즌 줄곧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세인트루이스는 이 세 명을 토론토에 내주며 네 명의 유망주를 영입, 미래를 기약했다. 이들은 또한 또 다른 조류 마스코트 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우완 선발 잭 플레어티를 내주며 세 명의 유망주를 받았고, 텍사스 레인저스에 좌완 선발 조던 몽고메리와 우완 크리스 스트래튼을 내주고 세 명의 선수를 받아왔다.

현실을 인지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며 ‘올해는 다르다’는 기대감을 갖게했지만,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결국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현실을 인지하고 ‘셀러’로 나섰다.

마지막 자존심인 앤드류 맥커친, 그리고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의 기둥인 미치 켈러와 데이빗 베드나는 지켰다. 대신 1루수 카를로스 산타나와 최지만, 좌완 리치 힐, 내야수 로돌포 카스트로, 포수 오스틴 헤지스를 정리했다.

소득은 적지않았다. 샌디에이고에서 영입한 잭슨 울프는 당장 빅리그 마운드에 설 준비가 된 좌완 선발이다. 필라델피아에서 영입한 베일리 팔터역시 즉시전력감이다. 산타나를 밀워키에 내주고 데려온 내야 유망주 조니 세베리노는 저평가된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 우완 로버트 스티븐슨을 내주고 영입한 유격수 알리카 윌리엄스는 이미 빅리그 무대에 기여하고 있다.

헤지스 트레이드로는 해외 아마추어 선수 계약금 한도를 얻는데 그쳤지만, 헤지스를 정리한 것 자체가 소득이었다. 포수 유망주 헨리 데이비스 엔디 로드리게스가 뛸 수 있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토론토(캐나다)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