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면 돌로 허벅지 찍기 '엽기적 합의'…피해승낙서 법적 효력은?

최성국 기자 김동수 기자 2023. 8. 3. 07:1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남 여수에서 30대 남성들이 '피해승낙서'를 작성한 후 돌로 상대방을 찍어 숨지게 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승낙서'는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서로 때려 상해를 입히는 데 동의한다는 승낙서는 법적 효력이 없어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처벌불원'은 감경 사유이지만 승낙서는 범행 이전에 작성됐기 때문에 실제 범행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과 별도로 봐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여수 졸음쉼터서 30대 상호 폭행, 1명 숨져
법조계 "폭행과 달리 상해서는 효력 전무"…양형엔 영향
ⓒ News1 DB

(여수=뉴스1) 최성국 김동수 기자 = 전남 여수에서 30대 남성들이 '피해승낙서'를 작성한 후 돌로 상대방을 찍어 숨지게 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승낙서'는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을까.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폭행 범죄와 달리 상해 범죄에서 '범행에 대해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 또는 승낙서는 법적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여수 고속도로 졸음쉼터 허벅지 둔기 사망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40분쯤 소라면 자동차전용도로 졸음쉼터에 주차된 SUV 조수석에서 A씨(31)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둔기로 맞은 허벅지 상처에 의한 패혈증과 과다출혈'이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경찰 출동 당시 자동차 운전석에서 나와 주차면에 누운 채 발견된 B씨(30)는 허벅지 괴사로 중태에 빠져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20년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서로를 알게된 뒤 게임머니와 현금을 주고받는 등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한 달 전부터 채무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만난 이들은 줄곧 차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말다툼으로 시작된 이들은 지난달 중순쯤 '피해승낙확인서'를 작성했고, 먼저 잠이 들면 빰이나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급기야 돌멩이로 허벅지를 내리찍는 엽기적인 합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불량자였던 이들은 선배 명의의 중고차를 타고 순천과 여수 등 일대를 돌며 이같은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진술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작성한 승낙확인서에는 '상호간 폭력에 법적 처벌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가 피해승낙서 내용처럼 처벌을 피해가는 건 불가능하다.

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사전에 작성된 처벌불원서도 영향을 주지만 상해부터는 이와 관련 없이 수사기관의 조사와 법원의 처벌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승낙서는 신체포기각서와 동일하게 반사회적인 성격을 띄기에 법적 효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지난 1985년 "폭행에 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일에 있어서 피해자의 승낙은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으로, 피고인 등의 행위가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B씨가 재판에 넘겨질 경우 피해승낙서가 양형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해치사죄는 일반 양형기준이 3년에서 5년 사이로, 감경 사유가 있을 시에는 2년에서 4년, 가중처벌의 경우 4~8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서로 때려 상해를 입히는 데 동의한다는 승낙서는 법적 효력이 없어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처벌불원'은 감경 사유이지만 승낙서는 범행 이전에 작성됐기 때문에 실제 범행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과 별도로 봐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낙서를 쓰고 서로 폭행을 해 사람이 숨지는 사건이 이례적인 만큼 재판에서 상해나 폭행 승낙의 범위에 관한 해석 문제 등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상해 등에 대한 승낙서의 법적 효력은 민사적인 관점에서의 손해배상 청구에는 적용될 수 있으나 형사적으로는 적용될 수 없다"며 "다만 승낙서를 썼다는 것 자체가 범행을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저질렀다는 판단에 가중 처벌을 받을 수도,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낮은 형을 받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