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 금성여인숙 - 여인숙의 노부부[정태겸의 풍경](51)
2023. 8. 3. 07:12
“홍콩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함께 있던 일행이 말했다. 강원도 인제읍의 금성여인숙. 허름한 뒷골목의 오래된 이 여인숙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을 보고 한 얘기였다. 건물의 한가운데에 수돗가가 있다. 마치 이 공간의 중심축인 듯. 그리고 그 주변으로 방이 둘러서 있고, 수돗가 곁으로 빙 돌아서 올라가는 계단이 놓였다. 그 위에는 다시 방. 천장이 뻥 뚫려 있어 햇살이 수돗가까지 떨어진다. 아침이면 그 빛이 찬란하다.
이 여인숙은 1964년 강북섭 할머니가 4남매를 키우기 위해 시작했다. 그 시절 대체로 그랬듯 처음에는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영업이었다. 영업허가를 정식으로 받은 건 1972년이었다. 처음에는 흙벽으로 지은 건물로 시작했는데, 1990년에 지금의 건물을 올렸다. 주로 송이 캐는 사람, 약장수, 방물장수, 소금장수 등이 이 공간에 모여들었다. 군 면회를 오는 가족도 주된 손님이었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낸 이 여인숙은 아직도 오래전 여인숙 특유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귀한 유산이다.
하지만 9월 초에 문을 닫는다. 날짜도 정해졌다. 이 독특한 건축은 이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평생 이 공간을 말끔하게 다듬어온 부부의 미소를 마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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