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정책 이슈 시들한 충청
반전 꾀하려면 지속성 공유하고
지역 특색 이니셔티브 주도하길
충청(4개 시도)이 정책 이슈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공조직이 활기를 잃는 것은 정책 이슈가 잘 안 풀리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시도지사 대표 공약 사안이나 정부 공모사업에서 성과가 나오면 온기가 되며 그 반대라면 맥이 풀리기 마련이다. 지역이 힘차게 굴러가려면 정부 정책 이슈와 맞물려 돌아가야 하고 무엇보다 상응한 과실을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변변치 않으면 그 지역은 막막해진다.
그 언저리에서 맴돌며 공전하고 있는 충청이다. 세종의사당(국회분원) 건립 문제가 비근한 예다. 국회법 개정 끝나고 예산 세우고 부지 정해져 있고 연구 용역도 나와 있는 마당에 공연히 국회규칙 처리를 미루며 시간을 허송하는 국회다. 각종 선거 때마다 충청 표를 얻을 만큼 얻었으면 입법절차에 마침표를 찍을 만도 하지만 미적대는데 재미를 붙인 듯 하다. 고약한 민간업자를 연상케 하는 불편한 양태임은 물론이다.
정책 동력이 시들해지면서 충청의 기세가 꺾인 사례가 적지 않다. 우선적으로 대전·충남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선도 이전 이슈를 꼽을 수 있다. 충청 사정은 1기 혁신도시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우역곡절 끝에 혁신도시 지정·고시까지는 갔으나 거기서 멈춰 선지 오래다. 이 불평등과 역차별은 반드시 완화시켜야 하고 그러자면 정부 지원 사격이 필수다. 충남도가 공공기관 드래프트(우선 유치)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도 그래서다.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지든 그렇지 않든 충남(과 대전)부터 챙겨야 하는데 중앙 정부에 말발이 먹히지 않는 듯해 갑갑하다.
육사 논산 이전 이슈도 현재로서는 재점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정권이 바뀌고 지방권력도 바뀌어 지역민들 기대감이 부풀어올랐지만 번번히 벽에 부딪히기만 했다. 이대로 가면 육사 이전 대선 공약은 증발되고 말 것이다. 공사 해사가 지방 적지에 소개돼 있는 판에 육사만 유별나게 과밀한 서울을 고집하는 저의가 공감되지 않는다. 육사 이전은 안되는데 다른 공공기관들한테 지방행을 권유하는 식이면 어폐가 있는 것이다.
여러 상황 변수가 여의치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충청이 양보할 수 없는 정책 이슈에 대해서 만큼은 어떤 식이든 경합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우선 이전 문제도 전체 이전계획 수립 발표 시기에 구애되지 말고 정부 부처 단위나 그 이상의 대통령실 채널을 통해 이슈의 생명성을 공유해 나가야 반전 국면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지역의 집약된 노력이 투사되지 않으면 정부가 호의적인 척 해도 해당 정책 상품을 언제 납품받을지 기약하지 못한다. 각계 요로의 인사들이 충청 우군을 자처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팔이 어디로 먼저 뻗을지는 불문가지다.
특정 정책 이슈에 대해 을의 위치에 있으면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은 맞다. 국회분원 건립이나 공공기관 선도적 이전 배려, 육사 이전 의제 등의 경우 정부가 해태하는 상황은 충청을 난처하게 한다. 그럼에도 제 풀에 기세가 꺾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는 곤란하다. 현실적인 벽이 높아도 돌파의지를 잃지 않으면 기회는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는 법이다. 당장 답이 안 나온다고 지레 주저앉으면 어느 것 하나 절로 굴러 들어오지 않는다. 대전권의 경우 글로컬 대학 예비지정에서 올 탈락하고 국가첨단산업특화단지 선정에서 고배를 마시는 등 낭패감이 적지 않지만 그 버금가는 활로 모색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한식에 죽우나 청명에 죽으나 하는 결기로 무장하면 길은 열린다.
정책 이슈를 진화시키지 못하는 정체 현상은 충청의 약한 고리다. 오늘도 내일도 같은 밥상에 같은 메뉴로 내놓는 식이다. 이래서는 무한경쟁시대에서 뒤쳐진다. 이슈와 가치 이니셔티브를 확실히 주도하는 한편, 정책 반응 속도도 더 빨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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