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승자 없는 총선

조은솔 기자 2023. 8.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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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이 8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거대 양당이 곳곳에서 벌려놓은 판을 보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각인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지방 빠진 제8대 지방선거의 연장전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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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조은솔 기자

제22대 총선이 8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거대 양당이 곳곳에서 벌려놓은 판을 보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집안 단속에 실패한 양당 모두 쇄신에 고삐를 쥐어도 모자란 상황에 소모적인 정쟁에만 매몰돼 있어서다.

8월 들어 전국의 번화가부터 인적이 드문 작은 마을까지 정책이 실종된 정치 현수막이 더 난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국회가 선거법 개정 작업을 시한 내 마치지 못해 현수막과 유인물 배포 규제 관련 입법 공백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현수막을 내건 주체들은 이마저도 정쟁으로 삼아 네탓 공방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교차로마다 빼곡하게 걸린 형형색색의 '막장' 현수막이 시야를 가리고 불쾌지수를 높인다. 그야말로 정치 혐오가 절정으로 치닫는 시기다.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더하는 요소는 더 있다. 내년 총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각인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지방 빠진 제8대 지방선거의 연장전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치러진 제8대 지방선거는 '국정안정 vs 정권심판'이란 하나의 키워드로 모든 설명이 가능했다. 양당이 각각 해당 단어를 부르짖는 사이 지역 의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내년에도 중앙 정치의 영향력 아래 어김없이 '묻지마 투표'가 되풀이될 것이 뻔하다.

여야는 지지 정당을 고르지 못한 무당층 30%를 본인들이 모두 흡수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듯 하다. 아니면 반대로, 대거 늘어난 무당층을 외면하고 현 지지층을 콘크리트화 하려는 의중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연일 극단적 대립을 이어가는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다.

스페인이 지난달 23일 총선을 치렀다고 한다. 결과는 어느 진영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연내 재투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꽃목걸이를 쟁취할 인물은 나오겠지만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승자 없는 총선'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총선 결과가 어떻게 평가될 지는 앞으로 정치권의 행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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