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인터넷의 수많은 전문가들 우리 삶에 도움이 될까

김정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 2023. 8.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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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모르는 일이 나에게 생겼을 때는 잘 아는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다.

나에게 의견을 묻는 이유는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자 하는 것이다.

일부의 전문가들이 이런 자세를 잊어버리고 현상을 해석할 때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을 나았는지 너무도 잘 안다.

이런 부류 전문가들의 주요 관심사는 말의 진위나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구독자 수 증가나 '좋아요'라는 반응의 횟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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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모르는 일이 나에게 생겼을 때는 잘 아는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다. 목에 멍울이 만져진다며 진료실을 찾은 남성이 있다. 나에게 의견을 묻는 이유는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발생한 현상을 이해하고 싶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몇 가지 검사를 한다. 그리고 설명해 준다. 목에 멍울은 암세포가 전이된 림프절이라고 말해 준다. 대수롭지 않던 덩어리가 암이 되는 순간이다. 이런 경우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이해가 필요한 일이 많다. 원전오염수의 방류, 우크라이나 전쟁, 해마다 반복되는 재난 등 부족한 식견으로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소위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한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급변하는 주변의 정세는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나도 한마디는 해야, 복잡다단한 세상에 적응하는 현대인일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개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전문가의 해석과 견해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고, 이에 맞추어 신속하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공급이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착하게 하고, 맞지 않는 억지 해석은 올바른 이해를 방해하며, 만족감을 주기보다는 우리를 지치게 하고 탈진시킨다. 그래서 많은 지성인들이 이러한 현대 사회의 '의미 없는 물량공세'를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던가?

표현의 자유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다양성을 무한으로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전문가의 견해나 정보를 일일이 찾아내야 하는 분별력을 필요로 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현상을 올바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태도는 객관성과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부의 전문가들이 이런 자세를 잊어버리고 현상을 해석할 때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을 나았는지 너무도 잘 안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잘 못 아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잘못된 해석으로 진실은 왜곡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수시로 무시되기 쉽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편견이 정상이 되며 고집불통으로 나만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가상의 공간이 결국은 가장 폐쇄적인 만남으로 귀결되는 역설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통해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의 채널을 수시로 시청하며 그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극단적인 단어를 잘 사용하고, 단편적인 사실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소한 차이를 통해 차별을 조장하고, 현상 그 자체보다는 의미 부여나 도덕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시선은 가장 객관적인 것으로 또 그들의 판단은 항상 올바르고 선한 것이 된다.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서 선택했지만 차츰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저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전문가에게 빠져들다 보면 이제 그들의 생각이 내 믿음이 된다. 이런 부류 전문가들의 주요 관심사는 말의 진위나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구독자 수 증가나 '좋아요'라는 반응의 횟수인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심신이 어려울 때 전문가의 조언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일상의 순간마다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가상의 공간에서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감이나 알 수 있다는 자만감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리고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의 말처럼 자극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내가 해야 할 고민의 수고를 대신해 주는 번개 같은 남의 생각이 아니다. 나에게 집중하는 '사색하는 삶'이다. 그리고 사색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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