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이준호→도경수, 그놈들 잘될 줄 알았지"…설경구, '지천명 아이돌' 다운 선견지명(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천명 아이돌' 배우 설경구(56)가 남다른 쇳복을 자랑했다.
SF 영화 '더 문'(김용화 감독, CJ ENM STUDIOS·블라드스튜디오 제작)에서 달에 홀로 고립된 대원 선우(도경수)의 무사 귀환을 위해 모든 것을 건 나로 우주센터 전임 센터장 재국을 연기한 설경구. 그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더 문'의 출연 과정부터 데뷔 최초 한국형 우주 SF 장르에 도전한 소회를 전했다.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과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첫 달 탐사를 소재로 아직 한국인이 한 번도 밟아 본 적 없는 미지의 공간을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생생하게 구현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더 문'은 2017년, 2018년 연속 '신과함께' 시리즈로 한국 영화 최초 시리즈 쌍천만 기록을 쓴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자 '실미도'(03, 강우석 감독) '해운대'(09, 윤제균 감독)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 변성현 갇목)으로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와 두터운 팬덤을 확보한 설경구의 첫 SF 도전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설경구는 망망한 우주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를 구출하고자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는 재국으로 깊이 몰입하며 한 사람을 살리고 싶은 이의 절박함을 다양한 감정의 층위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날 설경구는 "생각지도 못하게 김용화 감독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이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줬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까지는 SF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다. 평소에 찾아보는 장르도 아니었는데 김용화 감독이라면 한국형 SF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SF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일단 관객 입장에서는 안 와닿는 이야기다. 그리고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인 선입견이 있다. SF 장르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컸다. 우주가 닿아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도 있고 한국에서 우주 산업이 아직 지원도 활발하지 않다. 먼 훗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런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근미래라는 생각이 들면 밀착됐을 것인데 그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또 촬영이 끝나고 나니 실제 한국 우주 산업이 발전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 실제로 위성이 달 궤도를 돌고 있지 않나?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이어 "'더 문'은 이미 공개되기 전부터 호불호가 있는 영화로 인식된 것 같다. SF는 할리우드 전유물이라는 것도 있지만 후발 주자라도 계속 시도한다면 한국 영화도 SF 장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할리우드와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시도하고 발전한 것 자체만으로 박수쳐 주고 싶다. 게다가 쌍천만을 동원한 감독 아닌가? 이미 관객과 충분히 소통한 감독이라고 생각해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고 신뢰를 전했다.
'더 문' 이후 SF 장르 선입견을 지웠다는 설경구는 "관객이 보기엔 미흡한 점도 보이겠지만 앞으로 한국형 SF 장르가 더 나아질 것 같다. '그래비티'(13, 알폰소 쿠아론 감독)가 당시 1억달러(약 1000억원)라는 제작비가 들어갔다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3000억원이다. 우리 '더 문'은 10분의 1 예산으로 만들었다. 특히 VFX를 비롯해 후반 작업하는 스태프들의 사명감이 녹아져 있다. 실제로 대전에 있는 항공 우주 관계자들과 시사를 함께 했는데 감격스러웠다. 한 박사는 '더 문'을 보고 실화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놀랍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또 실제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너무 고맙고 많은 분의 희생이 담긴 작품인 것 같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더 문'으로 호흡을 맞춘 도경수를 향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설경구는 "사실 촬영 할 때는 날로 먹었다고 생각 안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도경수가 너무 고생한 것 같아 스스로 '나는 날로 먹었구나' 이야기했던 것 같다. 크랭크 인 때 도경수를 잠깐 봤는데 그때 한여름에 우주복을 입고 연기하는 모습을 잠깐 보면서 선배로서 걱정된 마음에 한숨 쉬고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를 보니 도경수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겠더라. 와이어 액션은 대여섯명의 스태프와 한 배우가 호흡이 완전히 맞춰야 하는데 이번에 도경수의 달 표면 액션을 보니까 정말 고생을 많이 했더라. 그거에 비해 지구인 대표로서 나는 입 액션만 했구나 싶다"고 웃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연기돌에 대한 선입견은 없다. 도경수는 '더 문' 촬영 때 3회차밖에 만나는 신이 없어 아쉬움 밖에 없었다. 오히려 홍보하면서 더 많이 만나는 것 같다. 달과 우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는데 그 말 안에는 도경수도 같이 포함돼 있다. VFX로 아무리 완벽히 구현됐어도 배우가 녹아들지 않으면 힘들다. 그런데 도경수는 아주 착 달라붙어 이들을 웅장하게 또 오싹하게 보이게 만든다. 이 영화는 확실히 도경수 역할이 컸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나는 캐스팅에 관여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누군가를 추천할 입장은 못 되지만 요즘 워낙 연기하는 아이돌들 많지 않나? 이준호, 설현, 임시완, 갓세븐 진영, 도경수까지, 모두 함께한 배우들이다. 진영은 술 한잔 먹이고 군대 보낸 기분이다. 이준호는 '감시자들'(13, 조의석·김병서 감독)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이준호가 첫 영화였다. 당시 '저놈은 잘될 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너무 잘됐다. 도경수는 이미 잘 돼 오지 않았나? 돌이켜보면 내가 쇳복이 있는 것 같다. 우연히 다 잘하는 배우들과 만나 호흡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선배가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에는 선후배가 없다"고 덧붙였다.
'더 문'은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최병모, 홍승희 등이 출연했고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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