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IMAX와 돌비 어디서 봐야할까… 김용화 감독의 선택은 [엄형준의 씬세계]
“IMAX, 대화면 고해상도의 경외감…돌비, 음질·계조·색감 풍부”
“보고 나면 위로가 되는 영화, 계속 만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
영화 흥행 성공 땐 ‘감독판’ 공언… 인물 관계 등 최소 20분 추가
“못 봤던 한국 영화, 감정적으로 충만했던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
“영화는 감정의 매체잖아요. 첫째, 둘째, 셋째도 감정입니다.”
한국 영화의 기술적 진보에 앞장서온 김용화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정작 중요한 건 인간 내면을 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을, 그의 신작인 ‘더 문’의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실제로는 갈 수 없고 지구와 다른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우주가 배경이다 보니 이번 영화에서 시각적 특수효과(VFX)와 소품은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쓰는 부품을 구하고, 자문을 거쳐 우주선 세트를 만들었고, 실제 달에서 운행 가능한 수준으로 월면차를 제작했다고 한다. 촬영 전부터 6개월간 시나리오에 담지 못하는 그림들을 프리 비주얼화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VFX 작업은 4K 화질로 이뤄졌다.
기술에 진심인 김 감독은 VFX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이번 영화 촬영에 ‘아리 알렉사 65’ 카메라 2대를 포함해 7대의 카메라를 썼다. 6.5K 화질의 ‘아리 알렉사 65’는 최근 개봉한 ‘존윅4’, ‘인어공주’, ‘바비’ 등에 쓰인 카메라로 하루 임대료가 1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맥스(IMAX) 대형 스크린에서 효과가 극대화되는 고화질 촬영에 더해, 돌비관에서 상영되는 영상엔 명암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고급 ‘HDR’(광역 동적 범위·High Dynamic Range) 기술인 ‘돌비 비전’과 360도 음향 기술인 ‘돌비 에트모스’를 적용한다. 모두 시청각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더 문’은 대화면에서 사진처럼 현실감을 주는 영화를 목표로 만든 영화”라면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높은 선예도와 음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 포맷이 지향하는 바가 달라요. 일장 일단이 있는 거 같은데, IMAX는 큰 화면에서 그 정도 해상도가 쉽지 않은데, (더 문의) 해상도에 따른 경외감이 있어요. 돌비는 일단 사운드가 맘에 들고, 두 번째로 리얼 블랙이 나오니까 모든 나머지 계조가 다 좋아져, 색감이 너무 풍부해 입체처럼 보이는 느낌입니다. 일반적인 상영관의 2D 스크린도 나쁘지 않아요.”
기술을 앞세우면서도 그는 영화에서 기술이 이야기를 압도하는 과도함을 경계했다. 그는 “(VFX는) 감정을 해치지 않는 완전한 실제적인 저의 질료(재료)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그 이상 뭔가 과장을 했거나 좀 자랑하려고 들었다가는 관객들이 금방 안다”고 했다. 그의 유일한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고’에서 얻은 경험일지도 모른다. 그는 ‘아픈 손가락’인 ‘미스터 고’의 주인공 고릴라인 ‘링링’을 꾸준히 자신의 영화에 등장시킨다. 이번 영화에선 우주선 안에 걸려있는 고릴라 인형이다.
김 감독의 이야기 방식은 평단으로부터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그의 신념은 뚜렷하고, 대중의 지지는 관객 숫자로 증명된다. 김 감독은 “달콤 씁쓰름하고 하지만 한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고(있어 보이고), 보고 나면 좀 위로가 되는 이런 영화라면 계속 만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유년시절 대낮에 누워서 하늘을 보면 점점 입체가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가 인식돼요. 저 위에 거기 가 있진 않은데 나 자신이 바라본 자신이 느껴지고 굉장히 서늘하고 두려워졌던 거 같아요.”
그러다 이번 작품에 대해 듣고, 10년 전쯤 EBS에서 들은 천체물리학에 관한 교양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천문연구원 박사님께서 인간관계로 힘들 때 어떻게 푸느냐는 (방청) 질문에, 별이 잘 보이는 곳에 소주를 사 가지고 그 사람과 가서 한잔 기울이면서 이래저래 원통했고, 기분이 좋았고 이런 얘기들을 할 때 모든 갈등이 해소되더라는 거에요. 제가 큰 감명을 받았거든요.”
이런 경험들을 김 감독은 영화 속에 녹여냈다.
아무리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감독이라도 영화 개봉에 대한 부담감을 지울 순 없나 보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엔데믹 후 극장 환경, 관람 환경이 되게 많이 바뀌어서 기대감보다는 이게 (시장이) 회복이 됐더라도 지금 (다 된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관람 환경이 개선되거나 좋아지지 않았는데 개봉하는 영화가 많아서 그게 좀 걱정돼요.”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솔직히 양가적 감정이 든다”면서 “관객분들이 반응을 크게 해주시면 계속 도전해야 하는구나 싶은데, 불편한 얘기를 듣게 되면 나약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쨌든 대중영화 감독이니까 제 영화 평가에 따라서 제가 그다음 거취를 결심할 것”이라며 “우주영화를 또 만들고 싶다. 계속 만들 정도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차기작은 이미 ‘신과함께 3·4’편으로 정해진 상태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 영화가 “한국에서 못 봤던 영화, 감정적으로 충만했던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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