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하거나, 보험 들거나…양극화된 ETF 투자 수요 [글로벌 ETF 트렌드]

오현우 2023. 8.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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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TF 트렌드

올 들어 단일 상품 ETF 운용자산 급증
레버리지 활용해 수익성 높지만 위험도 커
주가 변동폭을 제한한 버퍼형 ETF 투자 수요도 확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약세장을 대비한 버퍼형 ETF가 떠오르는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단일종목 ETF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험기피 성향 투자자들의 수요와 위험선호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엇갈렸다는 평가다.

 급부상한 단일 상품 ETF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단일 상품 ETF가 올 들어 투자 자금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작년 8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 국채 3개월물 ETF(티커명 TBIL)'의 순유입액은 지난 6월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출시한 지 10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TBIL은 3개월물 국채 한 가지로만 이뤄진 ETF다. 지난해 FM인베스트먼트가 미국 최초로 개발해 상장했다. 

이전까지 채권형 ETF는 만기에 따른 다양한 국채를 한 상품에 담아왔다. 'SPDR 블룸버그 1-3개월 국채 ETF(BIL)'이 대표적이다. FM인베스트먼트는 국채 거래에 유동성을 제고하기 위해 3개월, 2년, 6개월 만기 국채 등 단일 상품에만 투자한다. 손바뀜이 수월한 덕에 6개월 만기 국채에만 투자하는 UTWO도 지난 3일 출시한 지 한달 만에 2억달러가 유입됐다.

자레드 딜리언 마우린 이코노믹스 수석 에디터는 단일 채권 ETF를 두고 "가장 성공적인 금융상품 중 하나다"라며 "복잡한 매매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특정한 국채 만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라고 강조했다.

특정 주식 하나에 실적이 좌우되는 단일종목 ETF도 인기다. 지난 18일에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배(TSLL)'의 AUM 규모가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초에는 AUM이 1억달러를 밑돌던 상품이다.

TSLL은  테슬라 주가의 일일 수익률을 1.5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테슬라 주가가 상승세를 탈 때 레버리지 효과로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올 들어 수익률은 182%로 집계됐다.

'그라나이트쉐어즈 1.5배 롱 엔비디아 ETF(NVDL)'의 AUM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AI 열풍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급격히 치솟아서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뒤 6개월 만에 AUM이 2억달러에 육박했다. 올 들어 수익률은 417%를 기록했다.

 "단일 종목 ETF는 사실상 도박"

단일 종목 ETF에 투자금이 쏠린 이유는 공포 심리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기술주 주가가 치솟자, 상승장에 홀로 낙오될 것이란 공포 심리인 '포모(FOMO)'가 확산했다. 뒤쳐질 것이란 불안감에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단일 종목 ETF에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약세장을 내다본 투자자들도 있다. TSLL와 정반대 구조를 갖춘 ETF도 덩달아 운용자산(AUM) 규모를 불렸다. AXS인베스트먼트가 작년 7월 내놓은 'AXS 테슬라 베어 데일리 ETF(TSLQ)'는 지금까지 1억 2500만달러를 끌어 모았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1.25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시장에선 단일 상품 ETF 때문에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커졌다. ETF를 사실상 파생상품처럼 거래하고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ETF는 분산투자 효과를 겨냥해서 출시되는 상품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지수를 추종한다. 이와 달리 단일 종목 ETF는 종목 하나만 두고 상승과 하락에 배팅하는 것이다. 주식 한 주의 변동폭보다 ETF의 변동폭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변동폭 제한하는 버퍼형 ETF도 인기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버퍼형 ETF 수요도 확대됐다. 미국 경제성장세가 올 하반기 꺾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미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탓에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주가 상승폭을 제한하더라도 손실을 방지하는 버퍼 ETF에 투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버퍼형 ETF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대형주 중심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되, 파생 상품 투자를 병행해 손실을 완벽히 방어하는 장점 때문이다. 그간 시장에 나온 버퍼형 ETF 중 가장 대중화된 상품의 손익 범위가 약 15%로 설정돼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버퍼형 ETF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109억달러(약 13조8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덕에 전년(41억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상반기(1~6월) 들어서도 46억달러의 자금이 버퍼형 ETF로 유입됐다.

시장이 커지자 자산운용사도 앞다퉈 버퍼형 ETF를 내놨다. 지금까지 121개 버퍼형 ETF가 총 26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출시된 ETF 7개 중 2개가 버퍼형 ETF였다. 퍼스트 트러스트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버퍼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 2가지를 선보였다. 

지난 18일에는 투자 손실을 100% 보전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상장지수펀드(ETF)도 주목된다. ‘이노베이션 에쿼티 디파인드 프로텍션 ETF(티커명: TJUL)’는 S&P500지수를 추종하지만, 수익과 손실의 범위를 제한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더 많은 위험회피 성향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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