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으로 노선 변경…청주 대중교통 재난 매뉴얼 엉터리

임선우 기자 2023. 8.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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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단톡방' 채널에 의지했던 충북 청주시의 부실한 대중교통 운영 매뉴얼이 거듭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중교통 재난 매뉴얼과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정상 노선이 아닌 지하차도 진입을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뒤늦게 미호천교 통제 사실을 안 청주시 대중교통과는 궁평2지하차도 침수 9분 뒤인 오전 8시49분 단톡방을 통해 지하차도 진입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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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경보에도 재난본부 상황실 근무 제외
도로부서 협업 전무…단톡방으로 통제 파악
먹통 땐 버스 채널 마비…시스템 개선 시급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충북 청주의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피해 차량들이 18일 오전 청주의 한 견인차량 보관소에 견인돼 있다. 2023.07.18. jsh0128@enwsis.com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단톡방' 채널에 의지했던 충북 청주시의 부실한 대중교통 운영 매뉴얼이 거듭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중교통 재난 매뉴얼과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정상 노선이 아닌 지하차도 진입을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은 시내버스에서 나왔다.

청주공항과 오송역을 오가는 747번 급행 시내버스에 탔던 기사 1명과 승객 8명이 물살에 휩쓸려 변을 당했다. 구조자는 20대 여성 승객 1명 뿐이었다.

50대 버스기사를 포함한 남성 2명과 여성 승객 7명은 지하차도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청주공항에서 출발해 고속버스터미널을 거쳐 오송역으로 향하던 이 버스는 강상촌교차로에서 3순환로로 노선을 변경했다.

동료 기사와 버스업체로부터 미호천교, 탑연삼거리 통제 사실을 전달받은 뒤 우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버스는 미호천교를 통과하는 평소 노선과 달리 오송역으로 향하는 궁평2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출구 직전에서 침수됐다. 이 사고 전에도 미호천교 통제로 일부 버스가 같은 지하차도를 통과했고, 일부 버스는 회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뉴시스] 연종영 기자 =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침수된 시내버스가 사고 발생 하루 만에 지하차도 밖으로 인양되고 있다. 2023.07.16. yjc@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시는 도로 통제와 버스 우회 사실을 모두 몰랐다.

대중교통과는 자연재해 매뉴얼에 따라 교통두절 지역 파악, 도로 및 교량 파손으로 시내버스 통행 불가지역 파악, 도로시설과와의 협의를 통한 대체도로 지정·안내를 해야 함에도 폭우 당시 통제구간을 하나도 알지 못했다.

미호천교와 탑연삼거리 통제 권한을 지닌 보은국도관리사무소는 물론, 청주시 도로사업본부 도로시설과로부터 아무런 전파도 없었다.

수년 전부터 청주지역 시내버스 운송업체 6개사 관계자들과 청주시 대중교통과 직원들이 참여 중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만 버스기사를 통한 제한적 정보가 오갔다.

사고를 당한 747번 급행버스의 소속 회사는 단톡방에 우회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그보다 앞서 지하차도로 우회한 버스들도단톡방에 노선 변경 임시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미호천교 통제 사실을 안 청주시 대중교통과는 궁평2지하차도 침수 9분 뒤인 오전 8시49분 단톡방을 통해 지하차도 진입을 권고했다. '지하차도 침수로 차량 통행이 불가하다'는 재난 문자 발송은 사고 발생 2시간30여분 뒤였다.

[청주=뉴시스] 이병찬 기자 = 15일 오전 8시45분께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쏟아지고 있다. 맨 앞 시내버스 승객 등 일부는 구조됐으나 뒤따르던 차량 19대는 지하도로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침수됐다. 승차자들의 생사 또한 불분명한 상황이다.(사진=CCTV) 2023.07.15. photo@newsis.com


청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와의 협조 체제도 엉망이었다.

사고 당일 오전 2시15분 비상단계 3단계 격상 후에도 대중교통과는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 근무에 투입되지 않았다. 재난 매뉴얼상 대중교통과는 '협업 부서'로 분류돼 있던 까닭이다.

재난 주관부서는 지난 겨울 폭설 비상단계에서 대중교통과에도 상황실 소집을 통보했으나 이번 폭우 때는 상황실 근무에서 제외했다.

'단톡방' 하나에 의지하던 대중교통과가 미호강 홍수경보 후에도 도로 통제구간과 시내버스 임의 우회 등을 인지하지 못한 이유다.

단톡방이 지닌 매체적 한계도 있다.

재난재해 등 유사시 통신수단이라도 두절되면 시내버스와의 소통 채널이 그대로 마비된다.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전적인 예다.

시민 A씨는 "청주시가 더 나은 방식으로 버스업체나 기사에게 노선 변경을 제때 지시했어도 시내버스 침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승객을 태우고 운행 중인 버스기사가 스마트폰 단톡방을 사용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범석 시장은 지난 2일 재난대책회의에서 시내버스 노선 협의 시스템 개선을 강하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imgiz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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