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사과 X'...추가 입장 공개한 주호민, 여전히 응어리 남았나

주호민, 지난해 자폐 장애 아들 지도한 특수교사 고소
직위해제 처분 받은 특수교사, 경기도 교육감 직권으로 복직
특수교사 "주호민 부부 입장 본 뒤 만남 결정"

사진=주호민 인스타그램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자폐 장애를 가진 아들을 지도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주호민이 추가로 입장을 밝혔지만, 오히려 불씨를 더 키운 모양새가 됐다.

2일 주호민은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특수교사를 고소한 사건과 관련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당시 특수교사를 고소하게 된 상황, 성교육 강사 끼워넣기 의혹, 녹음기를 아들 가방에 넣은 경위, 녹취 미공개 이유, 변호인단 선임 의혹, 아들 전학 여부, 재판 상황 등 사건을 둘러싸고 논란을 낳은 부분들에 대해 설명과, 해명, 사과에 나섰다.

먼저 최근 공개한 1차 입장문과 특수교사의 경위서를 통해 드러난 사건 정황에 조금 더 내용을 보태 설명한 주호민은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낸 것에 대해 다시 한번 해명했다.

그는 "늘 아이와 하교한 후 나누던 대화 패턴이 있었다. 그런데 점점 위축되고 강박 된 말투와 함께 배변 실수가 늘어났고, 등교 거부 반응까지 보이는 아이를 보고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나 걱정되기 시작했다"며 "정상적 소통이 불가한 장애 아이라 불안 증세를 야기한 요인을 확인할 방법이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간 어린이집이나 특수학교 학대 사건들에서 녹음으로 학대 사실을 적발했던 보도를 접했고, 녹음 행위에 문제 제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 터라 녹음기를 넣은 게 비난받을 일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주호민은 "딱 하루 녹음기를 아이 가방에 넣어서 보냈는데, 이 녹음에서 충격을 가누기 어려운 말들을 듣게 됐다. 녹음에는 행동을 교정하면 (일반학급 교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훈육 의도의 어조가 아닌 감정적이고 단정적으로 야, 너 호칭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못 간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충격받았다"며 "특히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아이에게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부분이었다. 이를 들으니 아이의 이상행동이 이해됐고, 부모의 처지에서 아이를 교사와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왜 전반적인 녹취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이에 주호민은 "내용이 없으니 공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난, 사실관계가 궁금하니 녹음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재판 증거로써만 사용하고 공중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원칙이라고 생각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사진=웹툰 작가 주호민, 연합뉴스

이어 특수교사와 대화 없이 바로 고소하게 된 과정도 설명했다. 주호민은 "녹음을 들은 뒤 충격과 혼란 상태에서 빨리 아이와 교사를 분리해야 한다는 결론만 있던 상태였다"먀 "면담을 신청했다가 취소한 건 바로 고소하려던 게 아니다.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대면은 피하자는 판단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한 주호민은 "아이와 교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해 교육청에 전화로 문의했다. 그 결과 최초 학대 행위를 발견한 학부모도 신고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고, 수사기관 신고 후 해결하는 것을 피하고자 신고 없이 학교를 찾아갔다"며 "교장실에서 녹음 재생을 거절해서 녹취에 포함된 상황을 구두로 말씀드렸고, 교사 교체를 원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하지만 사법처리 외에는 다른 방법을 안내해 준 곳이 없었고, 교장선생님도 교사의 교체는 신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답해 남은 선택지는 고소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소 이후 상황은 어땠을까. 주호민은 특수교사를 고소했지만, 처벌과 직위해제를 바랐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학대 혐의로 교사를 고소했는데, 예상보다 수사와 기소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 후 직위해제됐다. 이는 수사기관도 학대 행위를 인정했다는 방증이기에 상대 교사의 사과를 기다렸다"며 "이 과정에서 교감 선생님과 일반학급 담임 선생님이 아이 엄마에게 선처 의사를 물었고, 진심 어린 사과면 충분히 선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5명의 변호사와 상담한 것에 대해서 주호민은 "전관,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녹음 확인 후 부모로서 과잉 판단할까 봐 전문가의 객관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상담을 받았고, 학대라는 답을 도출하거나 재판에 대비해 만난 게 아니다"라면서 "저희는 형사재판이라 변호사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됐고, 초반 상담 외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당시 상담했던 변호사들은 교사 행위를 학대로 판단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주호민 인스타그램

기소 후 두 번의 재판을 거쳤다는 주호민은 해당 특수교사에 대해 선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을 재판을 통해 끝장내겠다는 식의 생각은 결단코 해본 적 없다. 다만 수사 및 재판 절차에 대해서는 저희가 무지했다. 형사사건이고 기소 후라 소 취하는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사과한다면 얼마든지 도울 것이라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재판정에서 특수교사가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했던 말을 혼잣말이라 주장했다. 이는 사과보다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거라 판단했고, 사과 의사가 없어 보인다 느낀 아이 엄마는 처벌 불원을 묻는 말에 잠시 망설이다 네라고 대답했다. 지금 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교사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주호민이 공개한 장문의 글에는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전학을 갔다'는 의혹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주호민은 "피해를 끼친 곳에 계속 있을 수 없어 다른 학교로 전학 가자고 결정했다. 자세한 사항은 사연이 길어 다시 차분히 풀어낼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에둘러 답했다.

끝으로 주호민은 "저는 모든 특수교사들의 권리와 헌신을 폄하하는 사람이 돼버렸지만 특수교사의 책임을 물으려 한 것이지 교육 현장에서 성실히 일하시는 특수교사들을 향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로서 특수교사의 헌신과 노력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선생님들의 고충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고통 속에 반성하고 있다. 살면서 갚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이 공개된 후, 해당 글을 둘러싸고 수많은 누리꾼의 반응이 남겨졌다. 소수의 누리꾼은 "자식을 위한 주호민 부부의 마음과 인간미를 보여준 특수교사의 입장 모두 이해가 된다" "우리는 학대성 발언이 아닌 것 같이 느껴도, 부모 입장에서는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지 않느냐" 등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누리꾼은 주호민의 2차 입장문에 대해 "변호사와 상담 과정을 거쳤으면 기소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텐데 특수교사의 삶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아이를 지도했던 특수교사에 대한 사과는 찾아볼 수가 없고, 오히려 여전히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첫 번째 큰 잘못이라 말한 점이 특수교사와의 소통 부족이 아닌 특수학급 학부모들과의 소통 부족이라는 게 맞는 거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추가로 논란을 낳고 있는 모양새다.

주호민의 입장을 보고 만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특수교사. 하지만 특수교사에 대한 사과를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주호민 부부와 특수교사의 '대화'는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