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공 칠 수 있을까"…대타도 어려울 지경, '신뢰 추락' 윌리엄스 어떻게 살리나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시속 150㎞가 넘는 공을 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더 내려가는 게 아닐까."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요즘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30)만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10개 구단 모두 외국인 타자의 활약 정도가 타선의 폭발력을 결정하는데, 윌리엄스는 현재 전혀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19경기에서 타율 0.182(77타수 14안타), OPS 0.515, 2홈런, 8타점에 그치고 있다.
윌리엄스는 부진 탓에 방출된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대체선수로 지난 6월 말 한국에 왔다. 올스타 휴식기를 고려하면 윌리엄스가 KBO리그에 적응할 시간은 한 달이 채 안 됐다. 지금 윌리엄스의 성패를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면 이를 수도 있다.
마냥 윌리엄스의 부활을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빨리 분위기를 타서 5강권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데, 윌리엄스가 부진한 최근 한화는 4연패에 빠졌다. 시즌 성적 37승47패4무로 가까스로 8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패에 빠진 사이 5위 NC 다이노스(44승43패1무)와 5.5경기차까지 벌어졌다. 올 시즌 56경기밖에 남지 않았기에 가혹해도 윌리엄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여력이 없다.
최 감독은 윌리엄스를 자꾸 타석에 세워 부진을 극복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기회가 최근 윌리엄스에게는 부담이 된 듯했다. 후반기 9경기에서 볼넷 단 1개를 얻는 동안 삼진을 15차례나 당할 정도로 타이밍이 맞지 않고 있다. 결국 2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두산 선발투수인 사이드암 최원준의 공을 윌리엄스가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서였다. 한화 벤치는 대타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윌리엄스는 끝까지 벤치를 지키게 했다. 그만큼 신뢰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최 감독은 "어제(1일 두산전) 타격하는 모습도 그렇고, (상대 선발투수가) 사이드암이라 겸사겸사 선발에서 제외했다. 본인도 조금 힘들어해서 (라인업에서) 뺀 뒤에 조금 잘 칠 수 있는 공을 던지는 투수일 때 선발로 넣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무작정 타석에 세우는 것으론 대책이 안 서니 투수를 상대하는 난이도를 낮춰주는 쪽을 선택했다. 타석에서 결과를 조금이라도 내야 본인이 힘을 얻을 텐데 그러질 못하니 결과를 좋게 만들 확률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최 감독은 "윌리엄스가 언더핸드 유형이나 시속 150㎞가 넘는 투수의 공은 못 칠 것 같다. 좋은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여봐야 그래야 조금 더 자신감을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투수를 가려서 윌리엄스를 타석에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안타보다 삼진이 급증한 배경에는 자신감 결여가 있었다. 최 감독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다. 빠른 공을 앞에 치려 하면 변화구가 들어와 헛스윙을 하고, 변화구를 보려 하면 빠른 공이 와서 타이밍이 늦다.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아지면 선택을 감각적으로 못한다. 복잡하면 말린다"며 윌리엄스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니 어떻게든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타지에서 마음을 다잡기 어려우리라 짐작했다. 최 감독은 "본인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나. 안 되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 타격코치가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과정에서도 힘들어한다고 하더라. 가족이 없는 것도 영향이 있다. 가족이라도 있어야 집에서 생각을 잊고 보내지 않겠나. 혼자면 야구만 생각하고 그럴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윌리엄스는 3일 대전 두산전에도 선발 제외될 전망이다. 두산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선발 등판해서다. 알칸타라는 최고 시속 150㎞ 중반대까지 나오는 위력적인 직구에 포크볼을 섞어 재미를 보는 투수다. 당장 윌리엄스가 공략하기 힘든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최 감독은 "내일(3일) 알칸타라니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속 140㎞ 초반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나올 때 대타를 낼지 고민해야겠다. 시속 150㎞가 넘는 공을 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더 내려갈 수도 있으니 당분간은 잘 칠 수 있는 확률이 있는 경기에 내보내려 한다. 그냥 계속 경기에 내보내면 우리도 윌리엄스도 힘들다"고 했다.
한화는 상대적으로 치기 쉬운 공을 던지는 투수를 고려하면서까지 윌리엄스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하고 있다. 외국인 교체 카드 2장을 모두 다 써서 바꿀 수도 없는 만큼 어떻게든 윌리엄스를 개조해 나가야 한다. 윌리엄스는 구단의 배려 아래 상대적으로 치기 쉬운 공들을 공략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윌리엄스의 몸값은 45만 달러(약 5억원)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