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만들기 위해 2군행 "이 악물고 준비했다"…망연자실한 'KBO 최강', 정보근의 잊지 못할 하루

2023. 8.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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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이를 악 물고 준비했다"

롯데 자이언츠 정보근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포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으로 활약하며, 팀의 4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섰다.

지난달 29일 정보근은 오랜만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80억 포수' 유강남이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하게 되면서 '안방'을 메워줄 자원이 필요했던 까닭. 1군 복귀 이후 두 번째 선발로 포수마스크를 쓴 정보근은 그야말로 프로 커리어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정보근은 2-0으로 앞선 2회말 1사 1, 2루 득점권 찬스의 첫 번째 타석에서 KBO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현역 빅리거'로 불려도 충분한 에릭 페디와 맞대결을 펼쳤다. 정보근은 0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볼 2개를 걸러낸 끝에 6구째 132km 스위퍼를 공략했으나, 투수 파울플라이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같은 구종에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정보근은 2-3으로 역전을 허용한 4회말 1사 1루에서 다시 한번 페디와 맞대결을 펼쳤는데, 첫 타석과는 달랐다. 정보근은 페디의 2구째 130km 스위퍼가 몸쪽 코스로 형성되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그 결과 정보근의 방망이를 떠난 타구는 무려 162.4km의 속도로 뻗어나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이 홈런은 정보근의 개인 통산 2호 홈런으로 지난해 7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369일 만에 맛본 손맛. 첫 홈런은 원정에서 터졌다면, 이번에는 홈에서 기록한 첫 홈런이었다. 정보근은 마수걸이 홈런을 바탕으로 페디에게 한 경기 최다 실점 경기를 안기게 됐고, 홈런을 맞은 '14승 에이스' 페디는 마운드에 주저 앉을 정도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보근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선두타자로 출전해 볼넷을 얻어내며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냈고, 안권수의 희생플라이에 2루, 김민석의 안타에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니코 구드럼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면서 승기에 쐐기를 박는 점수까지 만들어내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특히 정보근은 뛰어난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결정적인 홈런을 만들어냄으로써 분위기를 우리쪽으로 가져왔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약 1년 만이자 홈 팬들 앞에서 터뜨린 홈런은 어땠을까. 정보근은 "페디의 주구종이 슬라이더(스위퍼)인데, 첫 타석부터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첫 타석에서는 힘이 들어갔는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두 번째 타석에서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타석에 임했는데, 실투가 와서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정보근은 실투라고 했지만, 페디가 던진 공은 몸쪽을 파고드는 매우 좋은 볼이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발사각(27.4도)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1루에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병살타를 치지 않고, 외야로 공을 보내려고 했는데 잘 맞았다"며 "(홈 팬들 앞에서 홈런을 쳐서) 정말로 짜릿했다"고 설명했다.

정보근은 홈런을 친 후 오른손을 치켜세우며 마치 준비한 ㅈ듯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세리머니를 준비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홈런 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는 순간 담장을 넘어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던 것 같다"며 "첫 홈런은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달아나는 홈런이었는데, 오늘은 역전을 하는 홈런이었고, 역전을 한 뒤 팀까지 승리해서 더욱 뜻깊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동료들의 축하도 더욱 뜨거웠다. 정보근은 "다른 선수, 평소보다 더 많이 축하를 해주더라. 그리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려고 응원도 해줬다"며 "(윤)동희가 가장 많이 좋아해 주더라. 이전부터 동희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곤 했는데, 홈런이 나온 뒤 더 좋아해 줬다"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정보근은 2군으로 내려갈 당시 타율이 0.280으로, 타격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비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당시 롯데가 상무에서 전역한 손성빈에게 기회와 경험을 부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군으로 향했던 정보근이다. 하지만 지금은 손성빈과 함께 유강남의 공백을 메워줘야 할 위치에 있다.

정보근은 "솔직히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이겨내는 것은 내 몫이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도, 준비도 잘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기회를 잡고 싶다. 하지만 너무 의욕만 앞서면 결과가 안 좋으니 조금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2군으로 내려갔을 때는 아쉬웠고,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내려갔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조금 더 이를 악 물고 준비를 했다. 타격은 꾸준히 이어가려고 했고, 수비에서는 완벽하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홈런도 분명 기뻤지만, '에이스' 찰리 반즈와 호흡을 통해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이끌었고, 필승조들과는 무실점 투구를 합작하기도 했다. 정보근은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투수들의 실점을 최소화하고 팀이 승리하는데 점수를 안 준다면, 타격에서 잘하는 것보다 더 기쁘고 좋다. 오늘 홈런이 나왔지만, 그 부분(투수와 호흡)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정보근은 이날 활약으로 OPS 0.901을 마크하게 됐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까지 홈런을 터뜨린 정보근, 앞으로 장타 욕심이 나지는 않을까. 그는 "멘탈적으로 이전보다 쫓기지 않고, 내가 그리던 코스만 쳤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 자신감이 좋아졌다"며 "솔직히 욕심을 부리면 스윙도 커지고 밸런스도 무너질 것 같다. 홈런 욕심은 내지 않고 지금처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정보근.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부산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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