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교수 “교차 경제의 시대…푸드테크, ‘쓰레기’를 ‘부’로 만들어야”
‘쓰레기에서 부로(Waste to Wealth)’라는 말을 하고 싶다. 딸기 농장에서 못생겼다고, 상품성이 없다고 버려지는 딸기를 활용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그 못생긴 딸기는 쓰레기가 아니지 않겠나.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만 개발한다면, 우리가 쓰레기라고 했던 것이 금보다도 값어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교수는 자신이 최근 주창한 ‘교차 경제’(Cross Economy)’ 개념을 푸드테크에 적용하면 생겨날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가 제안한 교차 경제라는 개념은, 기존 자원 재활용을 제안하는 순환 경제를 넘어 공학적 기술로 재료의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가령 게 껍질을 연구해 키토산을 추출해내거나, 버려지는 계란 흰자에서 지질을 추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건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 ‘저건 버리는 거다’라는 보편적인 인식의 틀을 깨고 기술력을 통해 쓰임새를 찾아내는 것이다.
조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토목공학 학사, 재료공학 석사, 화학공학 박사를 거쳐 의대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을 밟는 등 과학기술 융합형 인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C형 간염 바이러스 퇴치 연구를 비롯해 인공장기 시스템, 꽃가루 성분을 활용한 친환경 종이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배양육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조 교수는 이스라엘 히브리대와 싱가포르 난양공대로부터 100억원의 연구지원금을 받아 배양육 인프라 구축의 ‘핵심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는 “싼 가격에 세포를 많이 키울 수 있는 배양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개발된 배양육들은 싼 가격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글로벌 푸드테크 스타트업 콘퍼런스’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배양육 인프라 구축의 핵심 기술이 어떤 건가.
“세포가 먹이로 삼을만한 ‘베지’, 몇십만톤짜리 초대형 배양육 컨테이너를 위생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오염을 방지하는 기술 등을 연구 중이다. 배양육 컨테이너는 조금만 오염되면 싹 다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것이다. 배양육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시중에 이미 배양육을 만들었다고 시연해보이는 기업들이 있지 않나.
“현재 개발됐다고 홍보되는 배양육들은 일종의 샘플이다. 지금 기술력으로 배양육을 조금씩은 만들어낼 수 있지만, 대량 생산까지는 멀었다. 배양육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어봤자 샘플까지만 만들 수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기술 개발까지는 가능했겠지만, 상업적 성공을 거두려면 단가를 낮춰야 한다. 배양육의 생산 단가를 낮춰서 닭고기처럼 몇십만톤씩 찍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진짜 고기가 1킬로에 만원도 안 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 수밖에 없다. 배양육 산업이 보조금에 의존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에 비판적인 입장인가.
“배양육 뿐 아니라 한국 농업이 자생력을 잃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보조금은 처음에 해당 산업에 사람들이 관심가지게 하는 데에는 좋지만,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하지 못한다.
최근의 애그테크(농업과 기술의 결합)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농업에 조금씩 기술을 붙여서 성공하게 하는 방법을 모두가 따라하게 한다고 해서 농민들 삶이 나아질까. 왜 농민들은 연봉 10억원씩 벌지 못하는 게 당연한가.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식(食)’을 맡고 있는데, 왜 의사보다 못 버는가.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그런데, 의사가 3억원을 벌고 농민이 10억원을 벌면 젊은 사람들이 다들 농민하겠다고 할 거다.
이것은 시스템의 완벽한 실패다. 자꾸 정부에서 네덜란드의 사례를 배워오겠다고 하는데, 거기엔 50헥타르씩 대형 토지를 일구는 농부들이 잔뜩 있다. 우리나라 농민들 한 가구당 1헥타르씩 있는데, 정책을 따라한다고 해서 되겠나. 펀더멘탈한(fundamental·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펀더멘탈한 변화는 어떤건가.
“신(新)농업인재, 즉 애그테크의 선구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디캠프같은 조직도 만들어서 기업의 성장 단계 별로 지원을 해줘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데, 농촌에서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현재의 시스템이 펀더멘탈을 건드리지 않고 그냥 보조금만 퍼줄 뿐이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지원금 받고 내려갔다가 지원금이 사라지면 다시 올라간다. 신농업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교차 경제(cross econom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푸드테크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될까.
“가령, 계란은 전세계에서 30%는 버려진다. 그런데 계란 흰자에서 지질을 추출하는 기술이 개발된 덕에, 계란은 mRNA 백신의 핵심 약물 전달 시스템인 지질나노입자(LNP) 기술로 활용되며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내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무척 많다. 꽃가루를 활용해서 강철도, 친환경 스펀지도 만들 수 있다. 쓰레기였던 니켈과 황은 2차 전지의 재료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버리는 농산품은 우리가 그걸 ‘쓰레기’로 정의내려서다.
딸기 농장에서 못생겼다고, 상품성 없다고 버리는 딸기를 활용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그 못생긴 딸기는 쓰레기가 아니지 않겠나. ‘쓰레기에서 쓸모있는 것(Waste to Wealth)’이란 말을 하고 싶다. 우리가 쓰레기라고 했던 것이 금보다도 값어치 있는 재료가 될 수도 있다.”
─계란과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
“곤충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식량 곤충이라면서 곤충을 말리고 갈아서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지질 연구를 해서, 박테리아를 없애거나 어떤 성질의 단백질이 추출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
바퀴벌레가 코로나에 걸려 죽었단 말을 들어봤는가. 모기가 바이러스를 품고 다니면서도 왜 죽지 않는지 등이 궁금하지 않나. 이런 면역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면 어떻겠는가. 굉장히 낮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현재의 식량 곤충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푸드테크 붐으로 농업에 뛰어드는 공학도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공대생들은 기술을 활용해 1차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거나, 2차적으로 처리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충분하진 않다. 이렇게 하고 있는데 왜 농촌은 아직 부유하지 못한가. 근본적인 문제를 손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국·싱가포르에서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진출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있어야 할까.
“돈 벌고 성공하는 사람은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글로벌 규칙이 굉장히 많은데 왜 안 만들까. 한국 음식에 대한 규칙, 가령 젓가락을 쓰는 규칙 등을 만들어내는 거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규칙을 정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한국식 밥상엔 국을 어디다 놓고, 밥을 어디다 놓는지, 은수저는 왜 놓게 됐는지 등에 스토리 텔링을 입힐 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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