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NG선 핵심부품 뚝딱… 밸브 생산의 중심 피케이밸브 창원 공장

창원(경남)=김동욱 기자 2023. 8. 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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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온 LNG용 버터플라이 밸브 생산
'밸브메딕'으로 정비·수리 사업 비즈니스화
국내 최대 밸브 업체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이하 피케이밸브)이 창원 공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피케이밸브 창원 공장. /사진=김동욱 기자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는 모두 저희가 만든 초저온 액화천연가스(LNG)용 버터플라이 밸브를 사용합니다. 뛰어난 기술력은 물론 철저한 납기 준수와 품질 관리 체계, 고객 만족 AS를 바탕으로 밸브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이하 피케이밸브) 창원 공장에서 만난 전영찬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입주 1호 기업인 피케이밸브는 고객사 요구에 맞춘 각종 밸브를 생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조선3사·정유4사 등 주요 고객사 다수 보유


피케이밸브 창원 공장 항공 사진. /사진=피케이밸브 제공
국내 1위 밸브 업체인 피케이밸브는 창원 산단 6만6229㎡ 부지에 자리 잡았다. 매년 8만개가 넘는 산업용 밸브를 생산한다. 생산된 밸브는 조선, 정유, 석유화학, 원자력 발전 등 밸브가 사용되는 대부분 업종으로 판매된다. 조선 3사는 물론 정유 4사(SK에너지·S-OIL·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와 석유화학 4사(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도 피케이밸브 제품을 사용한다.
피케이밸브 주력 제품은 초저온 LNG용 버터플라이 밸브다. 밸브 안에서 유체 흐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여닫는 디스크가 나비 날개 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LNG 플랜트·선박에 주로 사용되며 피케이밸브 전체 매출의 70~80%가량을 이 제품이 차지한다.


불량률 1% 미만… '완벽 추구' 공정


초저온 LNG용 버터플라이 밸브 용해 공정. /사진=김동욱 기자
초저온 LNG용 버터플라이 밸브를 만드는 공정은 ▲용해 ▲주입 ▲가공 ▲조립 ▲테스트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한 달에 46억원 규모의 제품이 생산되며 3인치부터 48인치까지 총 26종류의 초저온 LNG용 버터플라이 밸브가 모두 이 공정을 거친다.
용해는 고철과 함께 니켈, 크롬, 망간, 실리콘 등을 녹여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이다. 고객사가 요청한 제품 특성도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주요 공정의 시작인 만큼 현장 직원들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조심스레 용해 과정을 진행했다. 현장을 안내한 박영열 피케이밸브 차장은 "쇳물 온도를 1650도 정도로 올려 녹인 후 다양한 금속을 섞어 내식성과 내마모성 등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초저온 LNG용 버터플라이 밸브 주입 공정을 진행하는 피케이밸브 관계자. /사진=김동욱 기자
용해를 마친 쇳물은 틀에 넣어 일정한 모양을 만드는 주입 공정으로 이동된다. 주입이 끝나면 이틀 정도 실온에서 식힌 후 규격에 따라 밸브 형태로 깎아낸다. 부식을 막기 위한 산처리 등 표면 처리도 진행된다. 가공이 끝난 후 조립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제품으로 거듭난다.
생산된 완제품은 피케이밸브만의 테스트를 거친다. 영하 195도의 액화질소에 완제품을 넣은 후 압력을 가해 밸브가 세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날도 직원들은 테스트실 인근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밸브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완제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한 뒤 검사한다. 문제없는 제품이라고 판단될 때까지 이 과정은 반복된다. 피케이밸브 제품에 하자가 적은 배경이다.
초저온 LNG용 버터플라이 밸브 테스트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김동욱 기자
박 차장은 "까다로운 테스트 덕분에 초저온 LNG용 버터플라이 밸브의 불량률은 1% 미만에 그친다"며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납품하는 게 고객사들이 우리 회사를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진단·보수까지 책임… 현장 누비는 '밸브메딕'


밸브메딕 작업 사진. /사진=피케이밸브 제공
피케이밸브만의 AS 서비스인 '밸브메딕'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밸브메딕은 고객사 공장 밸브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보수·점검·수리를 진행하는 인원이다. 국내 대부분 플랜트, 석유화학 및 정유 공장으로 출동한다. 피케이밸브 제품뿐 아니라 경쟁사 밸브에서 발생한 문제도 해결한다. 밸브메딕은 1년 중 회사에 있는 기간이 3분의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전국 현장을 누빈다.
국내에서 밸브 수리사업을 하는 곳은 피케이밸브가 유일하다. 귀책사유가 공장 쪽에 있을 때만 비용을 청구한다. 현장에서 제품 생산 의뢰를 받기도 한다. 피케이밸브는 국내 최대 규모로 수리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톱-티어(Top-Tier)에 속한다. 밸브사업을 영위하며 인원과 장비, 엔지니어 기술 등 노하우를 쌓아온 덕분이다.
밸브메딕 작업 사진. /피케이밸브 제공
해외에서도 밸브메딕을 인정하고 있다. 성능·품질 기준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도 밸브메딕을 통해 피케이밸브에 제품 생산을 의뢰했다. 피케이밸브는 GE가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밸브에 850도의 열을 한 달 동안 가한 뒤 제품 변형 및 열전도 데이터 등을 GE한테 넘겼다. GE가 데이터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피케이밸브는 총 10억원 규모의 밸브 수주에 성공, 올해 안에 모두 납품할 예정이다. 추가 수주 및 납품도 계획 중이다.

설재환 피케이밸브 차장은 "회사에서 사용하는 제조 장비를 이용해 현장에서 밸브를 진단 및 보수할 수 있다"며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웬만한 밸브는 모두 수리 가능하다"고 했다. "밸브를 교체해야 하는데 제작회사가 없어지거나 똑같은 밸브를 구하지 못해 난감해하는 고객사들이 많다"며 "저희에게 밸브 개발을 의뢰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창원(경남)=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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