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아파트' 국정조사하자던 與, TF로 수위 조절...왜?

박소연 기자 2023. 8. 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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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시공 단계에서 철근이 빠진 이른바 '순살아파트'와 관련해 당 차원의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를 띄웠다.

당초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며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톤 조절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똑같은 국정조사 요구로 맞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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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野 양평고속道 국조 요구하는 상황서 '정치공세'로 보일 우려…"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무량판 공법 부실시공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시공 단계에서 철근이 빠진 이른바 '순살아파트'와 관련해 당 차원의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를 띄웠다. 당초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며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톤 조절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똑같은 국정조사 요구로 맞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중대 사안에 대해 정치공세로 비칠 수 있는 대응을 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철근누락 관련) 진상규명 조사를 위한 TF를 발족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조사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추진을 후순위로 미룬 셈이다. 당 진상규명 TF는 오는 4일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는 같은 당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을 통해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낼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강 수석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국정조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실시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것들을 생각할 때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며 진상규명의 차원을 넘어서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할 때 여야가 국정조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사진=뉴시스

윤 원내대표는 다만 민주당이 요구하는 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에 대해선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고속도로가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해 민주당 추천 전문가들을 포함한 노선검증위원회를 출범시켜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이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 사안은 국정조사의 조건을 갖추지 않았고 국정조사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를 놓고 국민의힘의 입장에 다소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순살아파트' 공사 기간과 전임 정부에서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 도덕적 해이 사례 등에 비춰볼 때 여당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돌리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게 가능은 하다.

그러나 이 사안은 문제의 아파트 입주민 등 피해 당사자가 존재하는 엄중한 사안이란 점에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관료들, 건설사, 공기업 등이 얽힌 문제란 점에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추진 시사에 "정부를 향한 책임론과 선을 긋기 위한 물타기"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철근 누락 아파트의 경우 적어도 이 정부에서 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은 있지만 이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책임 없다고 빠지는 모양새를 취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는 정쟁 사안이지만 이 아파트의 경우 정쟁거리로 삼기엔 잔인한 소재이기 때문에 일단 진상조사를 해보고 국정조사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며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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