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NFT만으론 어렵다”… 새 먹거리 고민 커진 가상자산 업계

진상훈 기자 2023. 8.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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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이어진 ‘코인 혹한기’… 거래소 수익 급감
두나무, 지난해 자회사 대부분 적자
전통 유통업·투자정보서비스 등으로 눈 돌려
두나무를 비롯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적 부진 속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조선비즈DB

최근 가상자산 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거래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메타버스 등 신사업들도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여러 신사업들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다른 활로를 찾기로 했다. 2위 거래소 빗썸은 최근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나마 1, 2위 업체인 두나무와 빗썸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코인원과 코빗, 고팍스 등 중소 규모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자금 여력도 충분치 않아 신사업 투자를 모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길어지는 ‘가상자산 혹한기’… 업계 1위 두나무도 실적 부진 지속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이 130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94.1% 급감했다. 빗썸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이 85.3% 줄어든 954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중소 규모 거래소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코인원의 경우 지난 2021년 70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25억원의 손실을 봤다. 2021년 198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던 코빗도 502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도 같은 기간 실적이 171억원 흑자에서 906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가상자산 업계는 숱한 악재가 이어지면서 몸살을 앓았다. 테라·루나 사태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대다수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장을 떠났다. 여기에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가 자전거래와 정치권 로비 등 숱한 부정행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나 문을 닫으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더욱 침체됐다.

국내 가상자산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올 들어서도 지속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 상반기 비트코인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아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326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재무제표상 무형자산으로 잡히는 가상자산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매출액은 30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 줄었고, 영업이익도 26.3% 감소한 2119억원에 머물렀다.

◇ 두나무, 자회사 대부분 적자 허덕… “신사업 원점서 재검토”

문제는 가상자산 업체들이 그 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신사업들이 대부분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업계 1위인 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퓨쳐위즈와 코람코더원강남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등 2곳을 제외한 자회사들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블록체인과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해 58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람다256도 같은 기간 465억원의 적자를 냈다. 두나무의 자회사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곳은 12곳에 이른다.

그나마 6억4278만원의 흑자를 내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코람코더원강남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본업인 가상자산이나 신기술과는 거리가 먼 부동산 업종에 속한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메타버스 플랫폼과 NFT 등 기존에 선보인 신규 서비스들이 기대한 만큼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신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한편 해외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은 일단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두나무는 전통 유통업에 관심, 빗썸은 투자정보 서비스 오픈

두나무는 지난달 24일 자회사인 바이버의 신임 대표이사로 문제연 전 컬리 전략총괄(CSO)을 선임했다. 또 11번가에서 통합 영업그룹장을 지냈던 서희선씨를 부사장(COO)으로 임명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중고 명품시계 거래 플랫폼 바이버(VIVER)./바이버 홈페이지 캡처

바이버는 명품시계 전문 거래 플랫폼으로 두나무의 주력 사업인 가상자산, NFT, 메타버스 등과 거리가 먼 전통적 유통업에 속한다. 두나무가 국내 유통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경영진을 교체한 것은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전통 유통업인 바이버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당분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바이버는 지난해 서울 강남의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오프라인 쇼룸을 냈다. 또 롤렉스와 오데마피게 등 글로벌 명품 시계 제조사 출신의 기술자들로 구성된 ‘바이버 랩스’를 열어 수리 서비스도 시작했다.

빗썸은 지난 6월 가상자산 매매 동향과 투자지표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정보제공 서비스인 ‘인사이트’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빗썸은 1년여 간 운영했던 빗썸경제연구소는 해체했다. 수익성이 낮은 관계사는 정리하고 실적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쪽으로 사업을 재편한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거래소들이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의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과거 코인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의 실적을 회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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