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노출된 아이들, 커서 범죄 저지를 가능성 커진다...전 세계 어린이 3명 중 1명 ‘무방비’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을수록 10대 이후 범죄 행위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중금속인 납이 체내에 쌓여 생기면 언어 장애, 두통, 복통 등 질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불안·인지능력저하 등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환경산업보건학과 마리아 호세 탈라에로 교수팀은 2일 엄마의 자궁(태아)이나 어린 시절 더 많은 납에 노출될수록 10대나 성인이 되어 범죄 행위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플로스 세계 공중보건’에 소개했다.
납은 오래전부터 카드뮴이나 수은과 같이 수질이나 대기를 오염시키는 중금속류의 환경 독성 물질로 분류돼 왔다. 납은 동물실험에서 염색체의 형태적 변이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납은 식품과 음료수뿐 아니라 오염된 대기와 토양, 자동차 매연, 페인트와 장난감을 통해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또 크리스탈 유리 제조 공정, 자동차 수리 작업장, 납 광산, 납땜 작업장, 도자기 작업장에서도 납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납 소비량의 4분의 3 이상이 자동차용 납산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다. 이러한 공장에서 증기나 미세한 먼지를 지속적으로 들이마시면 납 중독의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인도, 멕시코, 베트남에서는 납 파이프를 상수도에 사용하고 있어 음용수에서 납이 검출되고 있다. 납에 자주 노출되면 신경계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세 분진에 달라붙은 납이 소화기나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가서 뇌와 신경계의 발달에 심오하고 영구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의 여러 연구들에서 납 노출과 범죄 행위 사이의 연관성이 밝혔지만 이번 연구는 개인 수준까지 범위를 확대한 첫 연구다.
연구진은 2022년까지 논문 데이터베이스 펍메드(PubMed)와 공공업무정보서비스(PAIS)에 발표된 미국·스코틀랜드·브라질·남아프리카 등에서 발표된 논문 17건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이들 연구는 혈액, 뼈 또는 치아 샘플과 같은 납 노출을 측정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법을 사용한 연구 논문들이다. 또 태아 시기부터 초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러 단계에서 납 노출에 따른 잠재적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전반적인 연구 결과를 살펴본 결과 산모의 자궁에서나, 어린 시절 납에 자주 노출될수록 훗날 성인이 됐을 때 범죄 행위를 할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의 혈중 납 농도가 체포·유죄 판결 빈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혈중 납 수치는 폭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자진 신고를 한 범죄 건수와 비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혈중 납 농도가 5~10㎍/㎗(데시리터당 마이크로그램)일 때 위험 비율(RR)이 2.5인데 혈중 납 수치가 20㎍/㎗일 때 3.5로 올라갔다. 혈중 납 수치가 1단위씩 증가할 때마다 청소년 구금 가능성이 1.3% 증가했다.
어린 시절 납 노출 빈도가 높을수록 경찰에 체포된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6세 그룹에서 혈중 납농도가 1㎗에 5㎍씩 늘어날 때마다 성인이 된 뒤 폭력성 범죄를 범할 가능성이 50%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납에 노출돼 신경계에 손상을 입으면 전반적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행동을 하거나 지능지수(IQ)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신경학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은 특히 납의 독성에 취약하다. 전 세계 어린이 3명 중 1명은 혈중 납 수치가 dL 당 5μg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어린 아이들은 성인보다 납의 4~5배를 성인보다 흡수한다. 호기심이 많은 영아나 어린이들은 손으로 입을 대는 행동을 흔히 한다.
오염된 흙이나 납 함유 페인트 부패로 인한 먼지 흡입, 납으로 코팅된 물체를 입에 넣고 삼킬 확률이 성인보다 높다. 실제 1960년대 미국에서는 약 5만여명의 어린이가 납 중독으로 숨졌다. 납을 사용한 건물의 페인트 조각을 섭취한 것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어린이는 성인보다 일관되게 더 높은 생리학적 납 흡수를 보여 돌이킬 수 없는 신경학적 영향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많은 국가에서 납 노출의 감소는 범죄 수준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확립하려면 개인의 납 노출을 직접 측정하고 범죄 행위와의 연관성을 찾는 상향식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LOS Global Public Health(2023) DOI: https://journals.plos.org/globalpublichealth/article?id=10.1371/journal.pgph.0002177#sec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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