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에 진심인 구광모, 美 스타트업에 또 투자…"미래 먹거리 발굴 박차"
향후 5년간 AI 사업에 3.6兆 투자…글로벌 AI 우수 인재 유치도 적극 나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광모 회장 체제 후 '미래 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가 급성장하고 있는 AI 분야에 또 다시 자금을 투입해 사업 확대에 본격 나섰다.
3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지난 2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월드AI(Inworld AI)'에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5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 투자자로 참여한 데 이어 이번엔 마이크로소프트의 벤처 캐피털 펀드 'M12', 스탠포드 대학교 등과 함께 또 투자했다. 투자 규모는 수 십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월드AI는 메타버스, VR·AR, 게임 등 가상 환경 속 가상 캐릭터를 제작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단순한 가상 캐릭터가 아닌 성격, 생각, 기억 및 행동을 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 인간을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월드AI는 이번 투자로 지금까지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기업가치가 5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에 유치한 투자 자금은 연구개발 가속화, 인프라 투자, 인재 채용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인월드AI는 지난 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이후 LG 계열사와의 협력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인월드AI의 AI 기술을 활용해 올해 상반기에 어린이 대상 메타버스 서비스 '키즈토피아'의 글로벌 버전을 출시해 주목 받았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 3월에도 AI 알고리즘이 적용된 첨단 스마트 물류솔루션을 개발, 운영하는 '벤티 테크놀로지(Venti Technologies)'에 투자를 진행했다.
벤티 테크놀로지스는 항구, 공항, 창고, 공장 등과 같은 글로벌 공급망 및 산업 허브를 위한 자동 물류(Autonomous Logistics) 분야 선도 기업이다. 벤티 테크놀로지의 솔루션은 기존 인프라를 변경할 필요없이 물류 또는 산업 허브에 있는 모든 차량과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AI 기술 기반 맞춤광고 솔루션 '몰로코'를 비롯해 의료 영상을 AI 기술로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주는 '제브라 메디컬 비전', 인공지능을 이용해 차량 상태를 원격 진단하고 업데이트 서비스를 하는 '오로라랩스' 등 AI 분야 글로벌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를 진행했다.
LG가 이처럼 AI 관련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나선 것은 시장 성장성이 높아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AI 시장 규모는 2027년 4천7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869억 달러 대비 4.6배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맞춰 LG는 스타트업 투자 외에도 AI 사업을 키우기 위해 향후 5년간 R&D 등에 3조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및 AI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초거대 AI를 통해 계열사의 난제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LG는 지난 2020년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AI 개발 역량을 한 곳에 모아 그룹 차원의 AI 연구 허브로 'LG AI연구원'을 설립한 바 있다. 또 LG AI연구원은 설립 1년 만인 2021년 연말 초거대 AI '엑사원'을 공개해 주목 받았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다.
LG는 글로벌 AI 우수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 미래 AI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AI연구원 설립과 동시에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이홍락 미국 미시건 대학교 교수를 임원으로 영입해 업계 처음으로 신설된 'C레벨의 AI 사이언티스트(CSAI, Chief Scientist of AI)' 직책을 맡겼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AI 최고 석학인 서정연 서강대 교수를 영입했다.
더불어 스탠포드대, 코넬대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에서 초빙교수로도 활동하는 등 AI 최신 연구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이문태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를 영입하며 연구 역량을 더욱 탄탄히 했다. 연구원 설립 당시 70여 명이었던 연구인력은 220명 수준으로 늘렸다.
이 같은 LG의 행보는 구 회장의 영향이 크다. 구 회장은 공대 출신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AI 관련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지난 2014년과 2015년 LG 시너지팀에서 그룹의 주력사업과 미래 산업을 챙기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신년사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먼저 다가가지 못하면 평범한 것이 된다"며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고 익숙한 관성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혁신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후 LG는 대내외적 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LG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그룹 내 주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 2018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LG 주요 회사 5곳이 출자한 4억2천500만 달러(약 5천억원) 규모의 펀드로 시작됐다.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도 참여해 약 6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 중으로, 조만간 투자 규모를 1조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전사적으로도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향후 3년 동안 1천500억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플랫폼인 '슈퍼스타트'도 출범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점 찍고 적극 육성해 나가고 있다"며 "구 회장이 스타트업 근무 경력과 LG 시너지팀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것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경영 철학을 세운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구 회장의 움직임에 따라 LG는 물론 계열사들까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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