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속 빈 강정'이 싫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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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을 빼먹은 아파트가 한 곳만이 아니었다니.
그런 일본에서도 20년 전쯤인 2005년 철근을 대량으로 빼먹고 시공한 사건이 100건 이상 적발돼 열도 전체가 충격에 빠졌던 적이 있다.
기실 건설회사도 많고 그만큼 내놓는 아파트가 많아 공급과잉 시대에 경쟁이 치열한 것은 맞지만, 철근을 빼먹는 행위를 통해 발주자나 시공사가 이윤을 챙기겠다고 작심할 소지가 커보이는 사안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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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소민호 기자] 철근을 빼먹은 아파트가 한 곳만이 아니었다니. 어처구니 없는 아파트 부실 시공 사례를 날마다 반복되는 폭염처럼 시리즈로 마주하게 되면서 실망을 넘어 허탈함마저 드는 요즘이다. 품질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채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어떤 디자인으로 상을 받았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품질' 하면 세계에서 제일 인정받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 일본에서도 20년 전쯤인 2005년 철근을 대량으로 빼먹고 시공한 사건이 100건 이상 적발돼 열도 전체가 충격에 빠졌던 적이 있다. 도쿄와 마주한 치바현의 이치카와시에 본사를 두고 건축설계를 해온 아네하 건축설계사무소가 주도한 사건이다.
지진이 일상인 나라여서 지진에 견디도록 '내진설계'는 기본이요, 진파를 줄이는 '면진설계'까지 발달한 곳에서 철근을 너무 빼먹어 문제가 된 것이니 민심은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내진강도가 기준치의 26%에 지나지 않은 아파트도 있었는데, 입주까지 마친 건물을 해체하며 법석이 일었다.
왜 안전제일을 기치로 내건 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 건축사는 수사를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비용 절감에 대한 압력이 있었다."
공급 과잉 속에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며 벌어진 현상이었다. 수익은 챙겨야 하고, 소비자들은 저가를 찾으니 쉬운 해결책으로 재료를 빼먹는 부실공사라는 잘못된 길을 선택한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린 부실 시리즈는 왜 시작됐을까. 우리는 그 부분을 직시해야만 한다. 건설공사라는 것이 사랑방에 앉아 나누는 한담처럼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에, 진중하게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이뤄졌음에 스스로들 놀란다. 일본의 사례처럼 철근을 빼먹을 정도의 저가 품질 경쟁으로 기업의 수익을 높이겠다고 작심한 것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고 한다. 대형 건설사들의 분기 영업이익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지 않겠느냐는 말도 덧붙인다. 기실 건설회사도 많고 그만큼 내놓는 아파트가 많아 공급과잉 시대에 경쟁이 치열한 것은 맞지만, 철근을 빼먹는 행위를 통해 발주자나 시공사가 이윤을 챙기겠다고 작심할 소지가 커보이는 사안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설계도면이 적확한지를 검토하는 주체가 책임있게 업무를 했더라면,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빼먹지 않도록 정확하게 현장을 살피는 감리자가 제대로 감시를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똬리를 튼다. 건설공사의 기본적 품질 관리감독하는 주체들이, 그것도 지자체를 대리해서 감시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게 임했다면 도저히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 아닌가.
물론 그에 앞서 설계책임자와 시공책임자가 기본을 지켰다면, 설계도면은 정상적이었을 것이고, 시공품질은 확보됐을 것이다. 감시자의 역할에 앞서 설계와 시공 주체들의 기본적 인식과 태도부터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철근 빼먹은'속 빈 강정' 아파트는 각자의 영역에서 기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충분히 없앨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소민호 기자(smh@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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