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오송참사]① 관할 타령에 안 지킨 '상황 동시전파 원칙'

김용빈 기자 2023. 8.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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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오송참사까지 지켜지지 않은 원칙
1조원 넘게 들인 재난안전 통신망도 무용지물

[편집자주]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무고한 시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호강 임시제방 불법·부실 시공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더해진 관재(官災)였다. 침수 위험을 알린 수많은 경고는 묵살됐고, 참사를 막을 수많았던 기회와 인명을 구조할 골든타임을 모두 놓쳤다. 뉴스1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당시 참상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지난달 15일 장맛비로 물이 가득 찬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 차량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과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5/뉴스1 ⓒ News1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보름이 지났다. 이른바 극한호우였지만 사전예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국무총리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보된 만큼 피해 예방을 위해 무리다 싶을 정도의 사전통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역시 5박7일 간의 해외순방 기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범정부 차원의 철저한 집중호우 대비태세를 지시했다. 그럼에도 오송 현장에서 인명피해를 막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누가 먼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고 발생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책임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청주시는 도로법상 도로관리청인 충북도와 도로교통법상 교통통제 주체인 경찰에 책임이 있다고 미루고 있다. 경찰은 재난발생시 도로통제에 대한 1차 통제권한은 지자체에 있다고 주장한다. 충북도는 미호강 제방 붕괴를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했고, 행복청은 불가항력적 자연 재난이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재난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핵심은 일상이 아닌 재난 상황이었던 만큼 재난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난법상 누구든 재난의 발생이나 재난이 발생할 징후를 발견했을 때 즉시 그 사실을 시장·군수·구청장, 119, 112 등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를 전달받은 관할 기관들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에게 통보해 응급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시장·군수·구청장, 소방서장, 경찰 등은 즉시 행정안전부장관, 관련 중앙부처와 시도지사에게 보고 또는 통보해야 한다.

이것이 '재난상황의 동시전파 원칙'이다.

재난 상황에서 어느 기관이든 위험을 아는 즉시 관계기관에 동시 전파해야 하는 '상황 동시전파 원칙'은 당연하고도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현장을 통제해 추가 사고를 방지하고, 위험에 빠진 인명을 구조해 응급의료로 신속히 연결시키는 일은 어느 한 기관만이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해당 원칙이 재난 현장에서의 기본인 이유다. 하지만 지난 세월호·이태원 참사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연이어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총괄·조정을 위한 전제조건 '상황 동시전파'

2004년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한 재난법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반성하며 재난법상 재난과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할 부처를 행정안전부(당시 국민안전처)로 명시했다.

재난 발생 때 총괄·조정업무가 중요한 이유는 중앙부처, 지자체 구분 없이 또 관련 조직의 칸막이 없이 구조인력과 장비를 재난 상황에 맞게 신속 투입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총괄·조정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재난 상황의 동시전파를 선행해야 한다.

빠른 상황 공유 없이 우왕좌왕하다 골든타임을 놓친 뼈아픈 경험이 많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사고 당일 아침 112나 119에 접수된 신고는 충북도를 비롯한 관계기관에 완벽하게 전파되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궁평지하차도 모습. (충북도 제공).2023.7.16./뉴스1

◇이번에도 멈춘 재난안전통신망

여기에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다. 바로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 재난안전통신망이다. 경찰·소방·의료·지자체 등 300여개 재난 관계기관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전국 단일 통신망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져 2021년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도 사고현장에서 초동대응 시 재난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이 미흡한 탓에 기관 간 혼선이 생겼다. 현장이 통제되지 않아 의료 인력이 진입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고, 소방청이 경찰청에 협조요청을 했지만 경찰청 상황실에서는 1시간이 넘어 인지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더 심각했다. 사고 당일 112나 119에 접수된 신고 중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한 것은 7시58분 경찰에 접수된 신고 단 한 건이었다. 경찰은 이 내용을 관계기관이 공유하는 재난안전통신망에 전파했으나 메시지는 충북도에 전해지지 않았다.

청주시와 일선 경찰서 사이의 망과 충북도와 시·군 사이 망이 별도로 운영돼 신고내용이 애초에 공유되지 않은 것이다. 1조5000억원을 들여 만든 재난안전통신망은 참사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재난 상황에 '누가 먼저'는 없다

행정안전부는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을 수립하면서 합동 상황전파 체계를 구축하고 관계기관 간 신속한 정보 공유를 추진하기로 했다. 관계기관 합동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훈련과 통신망 교육을 활용 실습 위주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훈련 성과가 이번 재난 현장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진행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탄핵심판에서도 헌법재판소는 "각 정부 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해야 할 모두가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또 재난정보의 효율적인 수집·전파를 목적으로 한 장치는 있었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상화된 기후 변화에 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재난의 사전 예측과 선제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예측하지 못한 재난 상황에서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 또한 중요하다. 여기에는 어느 한 기관의 대응이 아니라 관련 기관의 의기투합이 필요하다.

재난 상황에 최우선 목표는 '국민생명 보호'다. 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사항, 바로 '재난상황의 동시전파'다.

지난달 20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 배수펌프에서 충북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23.7.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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