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 '피치 디자인' 성공하나… LG 이정용, '포크볼러' 대변신
[잠실=스포츠한국 김영건 기자] LG 트윈스 우완 선발투수 이정용(27)이 데뷔 후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새로운 결정구, 포크볼을 장착하며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이정용은 2일 오후 6시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70구를 던져 무실점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이정용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6.27에서 5.31로 대폭 하락했다. 이정용의 활약 속에 LG는 키움을 6-3으로 꺾고 6연승을 달렸다.
이날 이정용은 1회와 2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끝냈다. 3회, 4회 출루를 허용했지만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지 않으면서 순항을 이어갔다. 이정용은 5회초 선두타자 이주형에게 2루타를 맞으며 처음으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요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6회초도 삼자범퇴로 정리한 이정용은 이후 마운드를 불펜진에 넘겼다. 6이닝 무실점 쾌투에도 0-0인 상황에서 내려가 승패는 기록되지 않았다. LG는 7회말 대거 4득점을 뽑아내며 키움에 6-3으로 승리했다. 이정용의 완벽투가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선발투수' 이정용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이정용은 LG의 입단한 이후 줄곧 불펜에서 뛰었다. 심지어 지난 두 시즌 간은 '필승조'를 맡으며 불펜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2021시즌과 2022시즌에 이정용은 각각 15홀드, 22홀드를 거두며 맹활약했다.
이정용은 올 시즌도 불펜진에서 제 몫을 다할 거라 예상됐다. 우완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부상으로 인해 임시 마무리투수 보직까지 맡았다. 하지만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4월에만 5개의 블론세이브로 방화를 저지르는 등 평균자책점 5.93(13.2이닝 9실점)으로 부진했다.
이후에도 난조가 지속되자 이정용은 급기야 선발투수로 보직을 전환했다. 강수를 던졌지만 이정용은 쉽사리 반등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선발투수로 나선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50(12이닝 10자책)으로 무너졌다. 직전 경기인 지난달 27일 kt wiz전에서도 4이닝 4실점으로 주저앉았다.
방황하던 이정용을 위해 결국 LG 염경엽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바로 이정용의 피치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의 결정구가 모두 커트를 당한다. 그래서 포크볼을 김진성에게 배우라고 했다. 이정용이 감각이 있는 선수라 큰 무리는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정용은 슬라이더와 커브를 주로 던지는 투수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전환하니 부족한 결정구가 문제로 대두됐다. 불펜투수일 때는 한정된 구종으로도 타자를 제압할 수 있지만 경기를 길게 끌어가야 할 선발투수에겐 다양한 구종이 필수적이다. 이에 확실한 결정구를 위해 염경엽 감독이 이정용에게 포크볼을 연마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염갈량'의 선택은 완벽히 적중했다. 이정용은 올 시즌 포크볼 구사율이 평균 12.8%(스탯티즈 기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피치 디자인 변경 후에 포크볼을 주무기로 장착했다. 이날 이정용은 포크볼(27구), 패스트볼(22구), 슬라이더(12구), 커브(9구)를 던졌다. 포크볼을 패스트볼보다 더 많이 던지면서 이날만큼은 '포크볼러'의 모습을 보였다. 낙차 큰 포크볼에 키움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사령탑은 피치 디자인을 잘 적용한 이정용에게 찬사를 보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의 포크볼이 결정구로 만들어지면서 다른 구종의 가치가 더욱 올라갔다. 앞으로의 등판이 기대된다"고 미소지었다.
'포크볼러'로 거듭난 이정용. 비록 표본은 적지만 확실한 가능성을 비췄다. 만약 꾸준한 활약으로 이어진다면 염경엽 감독의 한 수는 적중할 전망이다.
스포츠한국 김영건 기자 dudrjs7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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