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뛰쳐나온 사부들'..교권침해 '미투'에 대규모 집회까지
[파이낸셜뉴스] "선생님, 저는 무기가 많아요. 학부모회, 학운위(학교운영위원회) 다 내가 학부모 위원인 거 아시죠? 내가 어디 글이라도 올리면 감당 가능해요? 내가 아동학대로 고소해야겠어요? 우리 애가 선생님 싫대. 근데 내가 학운위라 교장선생님 봐서 참아주는 거야."
한 특수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들은 폭언이라며 이를 공개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사들의 교권 침해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다. 학부모의 악성민원과 학생들의 수업방해에 멍든 교사들의 분노는 대규모 집회로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으로 뛰쳐나온 교사들은 추락한 교권을 확보하고 보다 합리적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당국은 연일 간담회를 열고 '교심(敎心)달래기'에 나섰으나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는 당분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 추산 집회 참여 규모는 1차 5000명, 2차 3만명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주말 열리는 3차 집회에선 더 많은 인원이 몰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에선 9월 초까지 매주 주말 집회를 열자는 제안까지 나오는 상태다.
교사들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학부모에 들은 악성 민원 사례를 폭로하는 교권침해 '미투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21일 교권침해 '미투' 사이트를 열었으나, 일주일도 채 되기전에 현재 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신고가 쏟아져 운영을 중단했다. 사이트는 개시 나흘 만에 2000여개에 육박하는 악성민원 사례가 접수됐다고 전해진다.
접수된 악성민원은 "자녀가 졸업할 때까지 결혼이나 임신을 미뤄달라", "자녀가 특목고에 가야 하니 성적을 올려 달라",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 줄 아냐" 등 악의적인 요구를 하거나 협박한 사례가 대다수라고 한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미투 사이트를 닫은 대신 교권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해 향후 대책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A씨 역시 충분한 피해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을 신청했다. 이 중 2건은 A씨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를 두고 학교 측의 상담이 형식적인 수준에서만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6년 차 교사 B씨는 "교권침해를 당해도 제대로 된 지원을 기대할 수 없고 일일이 공론화시키기도 어려워서 교사가 혼자 인내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스스로 견디려 해도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권침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교육당국은 현장 교사들을 만나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각자 교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현재까진 교사의 교육활동 권한을 구체화하고, 교사가 학부모 악성민원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권 침해와 관련해 논의되는 방안이나 법안들이 대부분 비슷할 정도로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달 발표되는 교권보호 종합대책이 현장 교사들의 니즈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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