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구매자 현상유지..명확히 정해진 ‘입장’, 본격적인 경쟁 시작[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이제 구단들이 명확하게 입장을 정했다.
메이저리그는 8월 2일(한국시간) 바쁜 하루를 보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었던 이날 각 구단들은 남은 2개월을 보내기 위한 마지막 걸음을 뗐다. 이날 하루에만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LA 다저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마이애미 말린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뉴욕 메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누군가는 주축 선수를 내보냈고 누군가는 그 선수들을 영입했다.
다저스와 휴스턴, 마이애미, 샌디에이고, 텍사스 레인저스, LA 에인절스 등은 여름 시장의 적극적인 구매자였다. 이들은 시장에서 전력을 크게 보강했다.
휴스턴은 뉴욕 메츠와 트레이드로 지난 겨울 결별했던 저스틴 벌랜더를 다시 품었다. 휴스턴이 품은 선수는 벌랜더와 며칠 전 영입한 켄달 그레이브먼 정도지만 벌랜더가 워낙 '빅네임'인 만큼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휴스턴에서 2019, 2022시즌 사이영상을 수상한 벌랜더는 다시 휴스턴 마운드를 이끄는 에이스가 됐다.
휴스턴과 치열하게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패권을 다투고 있는 텍사스는 이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부터 포수 오스틴 헤지스를 영입했다. 수비형 포수인 헤지스는 대단한 전력은 아니지만 텍사스는 이전까지 움직인 행보가 대단하다. 메츠로부터 맥스 슈어저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부터 조던 몽고메리를 영입해 선발 로테이션을 크게 보강했다.
다저스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데드라인을 앞두고 캔자스시티 로열스로부터 좌완 라이언 야브로를 영입했다. 비록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DET)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해 영입에 실패했지만 다저스는 이미 랜스 린, 조 켈리, 키케 에르난데스, 아메드 로사리오 등을 영입해 투타 양면을 모두 보강했다. 많은 선수를 영입한 만큼 많은 선수가 떠났다. 노아 신더가드(CLE), 필 빅포드, 애덤 콜라렉(이상 NYM) 다저스를 떠났다.
여전히 5할 미만의 승률에 머물고 있는 샌디에이고도 포스트시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캔자스시티에서 불펜투수 스캇 바로우를 영입했고 마이매미로부터 1루수 개럿 쿠퍼, 피츠버그로부터 1루수 최지만과 좌완 선발 리치 힐을 영입했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3위인 토론토는 유격수 폴 데용, 불펜투수 조던 힉스와 헤네시스 카브레라 등 '세인트루이스 출신 3인방'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데드라인 당일에는 큰 보강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콜로라도 로키스로부터 C.J. 크론과 랜달 그리칙을, 화이트삭스로부터 루카스 지올리토와 레이날도 로페즈를 영입한 에인절스도 과감히 움직였다. 올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오타니 쇼헤이를 두고 판매자와 구매자 중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오래 고민했던 에인절스는 그래도 오타니와 끝까지 도전을 해보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인 마이애미도 가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행보를 보였다. 마이애미는 샌디에이고로 쿠퍼를 보냈지만 클리블랜드로부터 1루수 조시 벨, 화이트삭스로부터 3루수 제이크 버거, 샌디에이고로부터 투수 라이언 웨더스, 메츠로부터 데이빗 로버트슨을 영입해 타선과 불펜을 보강했다. 가을에 대한 열망을 확실하게 드러낸 것이다. 좀처럼 공격적으로 시장에 임하지 않는 마이애미로서는 놀라운 행보였다.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쓰고 있는 메츠는 주축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하며 내년을 준비하기로 했다. 슈어저, 벌랜더, 로버트슨, 토미 팸(ARI), 마크 칸하(MIL) 등 굵직한 선수들이 대거 팀을 옮겼다. 이들의 트레이드에 포함된 연봉 보조액만 합쳐도 1억 달러를 바라볼 정도지만 그래도 재정 걱정은 없는 메츠인 만큼 '실패한 선수단' 처분에 더 무게를 뒀다.
승률이 3할대까지 떨어진 화이트삭스도 확실한 판매자였다. 화이트삭스는 딜런 시즈, 엘로이 히메네즈, 루이스 로버트, 앤드류 본을 제외한 전원을 트레이드 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시장에 임했고 버거와 린, 켈리, 그레이브먼, 지올리토, 로페즈, 키넌 미들턴(NYY)까지 굉장한 숫자의 주전급 선수들을 여름 시장에서 트레이드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이유있는' 행보를 보인 가운데 의외의 선택을 한 팀들도 있었다. 바로 뉴욕 양키스와 클리블랜드였다.
클리블랜드는 2일까지 53승 55패, 승률 0.491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포스트시즌이 보이지 않는 입장이 아니다. 워낙 전력이 '하향 평준화' 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소속이라는 행운 덕분에 5할 미만의 승률로도 지구 1위와 승차가 겨우 2경기에 불과하다. 아직 포스트시즌을 포기하지 않은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등보다 훨씬 가을야구에 근접한 위치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가을 티켓을 포기하고 시장의 적극적인 판매자로 나섰다. 벨, 애런 시베일(TB), 로사리오 등 주축 선수들을 여럿 트레이드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셰인 비버, 트리스탄 맥켄지, 칼 콴트릴 등 원래 구상대로라면 로테이션을 든든히 지켜줘야 할 '믿는 도끼'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을을 노리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듯하다.
2일까지 55승 52패, 승률 0.514를 기록했지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양키스는 조용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구 선두 볼티모어와 승차가 11경기까지 벌어진 만큼 지구 우승을 노리기는 어렵지만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3.5경기밖에 뒤쳐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시즌을 앞두고 애런 저지와 카를로스 로돈 등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만큼 쉽게 시즌 포기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양키스는 쉽게 입장을 정하기가 곤란했다. 오프시즌 거액을 투자했고 손쉽게 시즌 포기를 선언하는 것은 '야구계 최고 명문 구단'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좀처럼 치고 올라갈 동력이 생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진퇴양난의 상황인 양키스는 어느 한 쪽의 입장을 확실하게 선택하기보다는 이미 준비한 전력이 남은 2개월 동안 폭발하기를 기대하며 '현상 유지'를 하는 쪽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구단들의 입장이 정해진 만큼 남은 시즌에는 더욱 치열한 순위 경쟁이 진행될 전망이다. 과연 여름의 선택이 각 구단들에게 어떤 시즌 성적표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저스틴 벌랜더)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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