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반복해야 얻을 수 있는 것, 스타일!

조민진 작가 2023. 8. 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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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컬러링(통화연결음)으로 설정된 노래 제목이 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1984년 출시된 후 버킨백을 둘러싼 스토리텔링은 줄곧 반복되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제인 버킨'과 '바스켓'을 함께 치면 버킨이 들고 다녔던 것과 비슷한 바구니를 살 수 있는 쇼핑 사이트들이 한껏 올라온다.

제인 버킨의 'Yesterday Yes A Day'를 반복 재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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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진 작가. /사진=작가 본인
가끔씩 컬러링(통화연결음)으로 설정된 노래 제목이 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제인 버킨이 부른 '예스터데이 예스 어 데이'(Yesterday Yes A Day)다. 읊조리듯 "yesterday yes a day like any day"(어제는 여느 날과 같은 하루였지)라고 반복하는 멜로디가 특히 마음에 드는 올드팝이다. 특유의 나지막하고 속삭이는 듯한 창법으로 부르는 노래를 듣노라면 프렌치 시크의 정수를 맛보는 느낌이다. 자유로운 지성과 무심한 세련미를 상징하는 프렌치 시크를 동경한다. 내게 전화를 건 사람들이 버킨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 또한 그렇게 시크한 이미지로 연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은근히 깔려있다.

최근 버킨의 부고 소식을 접하면서 오랜만에 나의 컬러링을 떠올렸다. 휴대폰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내가 나에게 전화할 일은 없기 때문에 직접 설정해 두고도 평소엔 의식하지 못한다. 영국 런던 출신인 버킨은 프랑스로 건너가 살았다. 배우로, 가수로 활동하면서 1960~1970년대 프랑스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제 이름이 붙은 명품 가방, 에르메스의 '버킨백'으로도 유명하다. 비행기 안에서 버킨을 만난 에르메스 회장이 갖고 있던 가방의 수납력을 불평하는 그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상품이었다. 1984년 출시된 후 버킨백을 둘러싼 스토리텔링은 줄곧 반복되고 있다. 버킨백은 버킨의 스타일이 됐다.

다만 버킨은 '에르메스 백' 이전에도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세계적 인기를 누리던 시기(1960~1970년대)의 사진들을 보면 안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르고 바스켓 백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영국 상류층 출신이었으나 차림새는 소박하고 자유분방했다. 에르메스 것보다 '더 오래된 버킨백'은 버드나무 가지로 짠 뚜껑 달린 바구니였다. 열일곱살 때 런던 웨스트 엔드 극장가를 돌아다니다가 포르투갈 바구니 노점에서 이민자가 직접 만든 걸 사서 내내 들고 다녔다고 한다. 내게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인 버킨의 이미지는 에르메스 가방보다는 바구니를 든 보헤미안적 감성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제인 버킨'과 '바스켓'을 함께 치면 버킨이 들고 다녔던 것과 비슷한 바구니를 살 수 있는 쇼핑 사이트들이 한껏 올라온다.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당신이 하는 모든 스토리텔링은 반복이 필요하다"('마케팅이다', 세스 고딘)고 말했다. 사람들이 메시지를 기억하게 만들려면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맞는 말 같다. 버킨이 바구니와 연결될 수 있는 건 그녀가 바구니를 들고 거듭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웬만한 건 오래 기억되지 못한다. 스타일은 반복의 힘이다. 내가 반복해 온 것들을 떠올린다. 얼마나 더 반복하면 기억될지 무작정 가늠해 본다. 제인 버킨의 'Yesterday Yes A Day'를 반복 재생하면서.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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