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다리 긁는다"...'설화 만발' 野김은경 혁신위, 왜 이렇게 됐나

김성은 기자 2023. 8. 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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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여의톡썰]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정치 기사를 책임지는 'the300' 기자들이 여의도 국회의 톡 쏘는 뒷이야기들을 풀어드립니다.

(인천=뉴스1) 송원영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일 저녁 인천 남동구 더불어민주당 인천광역시당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2023.8.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의 다리 긁는 것 같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혁신위) 출범을 앞두고 혁신위에 대한 기대를 묻자 민주당 내 한 중진 A의원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한 말이다. 당시 민주당이 '돈봉투 의혹'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투자 의혹' 등 연이은 악재에 휩싸인 터였다. 이 의원은 "도대체 무엇을 혁신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문제의 핵심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선택지를 짚었다는 취지로 걱정을 토로했다.

김은경 위원장을 필두로 한 혁신위가 출범한 지 한 달 반 가량 지났지만 성과보단 설화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점은 혁신위 출범 때부터 제기돼온 우려였다. 일각에선 오히려 그러한 점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반 국민 시각에서 소신대로 일을 밀어붙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있었다. 그와 같은 긍정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최근 오히려 기존 정치인과 유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더 큰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에 "문제시되는 이야기를 했다가 결국엔 사과한다거나 핵심 지지층에게만 어필할 이야기를 하는 것 등이 정치인들과 유사한 행태"라고 말했다.

일례로 김 위원장은 고령자들을 "미래가 짧은 분들"이라고 표현해 '노인 폄하' 논란이 일었지만 논란 직후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답했다. 대신 사과에 나선 것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다. 박 원내대표는 2일 "민주당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주는 언행을 삼가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 호칭을 뺀 채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밑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혁신위의 목적은 혁신을 통한 외연 확장이다. 핵심 지지층은 뭘해서라도 지지하는 정당을 찍을테니 어떻게 보면 혁신이 필요 없을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지금 행동은 지지층만을 위한 행동인데 그게 무슨 혁신인가"라고 일침을 놨다.

앞선 중진 의원의 지적처럼 애초에 민주당이 혁신위의 방향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구를 출범시킨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지난 5월 민주당 쇄신 의원총회에서 누군가 지나가듯 하는 말로 혁신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당시 의총에서 그것이 중요한 주제는 아니었다"며 "그런데 쇄신의총 결론 의제에 당의 혁신이 포함되더니 혁신위원회 출범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6.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밖에서 보기에 민주당이 무엇을 혁신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치 않았고 혁신의 대상이나 방법 등에 대해 당에서 하나로 모을 분위기도 아니었다"며 "혁신위에 모든 권한을 다 줬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한계 설정을 해주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아무것도 주지 않아버린 결론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돈봉투 의혹 문제 해결'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위한 것이었다면 명쾌했을 것"이라며 "공천이나 대의원제 혁파 등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애초에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원하는 정도의 혁신이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당 내에서도 혁신위 역할을 두고 동상이몽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위가 당 내에서조차 신뢰를 잃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에 나와 초선의원들을 향해 코로나19 탓에 학력이 저하된 학생들에 빗대 "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 당 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다른 민주당 내 한 중진 B의원은 "호평을 받고 있는 2015년 김상곤 전 민주당(옛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 때와 비교해보면 당시 우원식 의원(당시 혁신위원)을 사이에 두고 민주당 의원들과 어느정도 소통이 이뤄진단 느낌이 있었다"며 "지금 혁신위에도 현역 의원들이 있다곤 하지만 소통이 잘 되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했다.

혁신위 활동시한이 9월 정기국회 전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혁신위에 거는 기대는 출범 당시보다 더 낮아진 게 현실이다.

민주당 한 중진 C 의원은 "(혁신위가) 뭘 보여준 것 없이 논란거리만 보여주는 상황 아닌가"라며 "조기에 마무리 짓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남은 시한 동안 혁신위가 다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자 "친명, 비명 할 것 없이 이미 신뢰를 잃었는데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나"라며 "구제불능"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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