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보통리
가끔 그곳에 가고 싶다. 수련이 호숫가를 뒤덮고 미루나무 허리에서 매미가 종일 울어대는 여름날에. 미인도의 눈썹 같은 하현달이 초롱히 뜬 밤길을 걸으며 풀벌레 소리 듣던 계절도 여름밤이었다. 뭉게구름이 청춘의 욕망처럼 피어오른 여름날은 괴테도 니체도 꿈을 주었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어반스케치 수강생들과 야외 스케치를 갔다. 둑 너머 시골 풍경이라는 녹색 양철지붕의 카페를 지날 땐 여름방학 때 놀러 가던 외갓집 생각도 들었다. 함께 그림 소재를 찾으며 땀 흘려 걷는 이 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의 현재요 오래된 유산이다.
여름날의 땀은 바람처럼 시원한 추억이 된다. 멋진 카페에서 냉커피 한잔으로 더위를 식히며 저수지가 있는 창밖을 본다. 지나온 과거와 다가올 미래 같은 아련한 원근감을 느껴본다. 아, 그때 나는 환희와, 눈물과, 영광의 뒤란길 같던 헤르만 헤세 페트카멘친트의 한 대목을 생각해냈다. 구름은 순하고 부드러운 신의 축복이요 선물이며 대지의 꿈이라는. 그럴까. 나는 여전히 젊은 날의 허물 같은 추억을 돌이켜 구름을 동경하며 꿈꾸고 있다. 틴에이저 시절 경전처럼 암송하던 구절을 되뇌어 본다.
구름은 모든 방랑과 탐구와 향수의 영원한 상징이다. 구름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방황하며 떠 있듯이 인간의 영혼은 시간과 영원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오! 구름, 쉬지 않고 흘러가는 아름다운 구름이여, 그때 나는 철부지 어린아이였고 구름을 사랑하며 구름을 바라보고 살아왔다. 그러나 나 역시 한 조각 구름으로 방랑길을 떠나, 낯선 인간으로서 시간과 영원 사이를 떠돌며 인생을 마치게 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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